외부자극 인지 소프트로봇·심장질환 진단 전자소자 구현
고려대는 황석원 KU-KIST 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친환경‧생체친화적 물질 기반의 고신축성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및 다양한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인지기능을 갖는 소프트 로봇과 심장질환 진단·치료용 전자소자를 구현했다고 26일 밝혔다. 생분해성과 고신축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전자소자에 적용돼 바이오메디컬, 웨어러블 및 친환경 연구 분야의 고성능화와 고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한성 전자소자는 소자 본연의 기능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수행한 후 체내 혹은 환경에서 용해, 분해, 분리돼 물리적 상태 및 전기적 기능을 소멸하는 기술이다. 바이오메디컬 및 친환경 전자 시스템 분야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전자소자의 기판소재로 사용되는 기존 고분자 물질의 제한적인 유연‧신축성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거나 늘어나는 신체 및 다양한 환경으로의 응용을 저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시한성 전자소자의 고도화 및 고성능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고무와 같은 신축성‧탄성이 있는 고분자인 ‘엘라스토머’처럼 훌륭한 기계적 성질을 가지면서 동시에 생분해성을 갖는 소재의 개발이 필요하다. 고신축성 생분해성 엘라스토머의 개발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친환경‧생체친화적 물질로 공중합을 통해 1600% 이상의 높은 신축성을 갖는 생분해성 엘라스토머를 개발했다. 시한성 전자소자의 구현에 필요한 광투과도, 접착성, 내화학성 등의 물리적 특성 및 생분해성에서 기존의 생분해성 엘라스토머에 대비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의 전반적인 물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이미 확보돼 소자 맞춤형 소재의 개발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소재를 얇은 막 형태로 제작하고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와 트랜지스터의 기판 및 보호막으로 사용해 다양한 전자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을 보였다. 또 이 소재를 매트릭스로 사용해 전도성 물질과 혼합함으로써 다양한 변형에도 전기적 특성을 잘 유지하거나 작은 자극에도 저항이 민감하게 변하는 전도성 복합소재를 각각 개발했다.
나아가 생분해성 엘라스토머를 이용해 공압 구동 소프트 로봇을 구현하고 앞서 개발된 전도성 복합소재와 생분해성 반도체 물질 기반의 응력 센서와 온도 센서를 소프트 로봇에 결합시켰다. 이를 통해 외부 자극을 인지하면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스마트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은 이러한 인지기능을 통해 매우 부드러운 솜과 같은 물체를 미리 입력된 힘으로 살며시 잡을 수도 있으며 물체의 온도가 너무 뜨거울 때는 자동으로 손을 떼는 등 마치 사람의 손가락처럼 기능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또 심장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시한성 전자소자를 구현했다. 인체의 조직과 비슷한 기계적 강도를 갖도록 생분해성 엘라스토머 기반의 소프트한 3차원 메쉬 소자를 설계하고 생체신호를 읽거나 전기자극을 할 수 있는 전도성 복합소재 기반의 신축성 전극을 형성시켰다.
가오리 꼬리에서 영감을 받아 케이블 타이와 비슷한 벨트 구조를 소자에 결합해 원하는 힘으로 별다른 봉합 없이 심장에 소자를 착용시킬 수 있도록 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전자소자가 약 8주 동안 큰 면역 반응 없이 생체친화적으로 안정적인 진단 및 자극 기능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황석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시한성 전자소자의 고도화 및 고성능화에 필수적인 생분해성 엘라스토머 및 관련 요소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기존 소재로는 달성하기 힘들었던 생분해성 고신축‧유연 전자소자에 적용되어 새로운 작동모드 및 기능을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0일 온라인 게재됐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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