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로 신혼의 단꿈 와르르…승소해도 ‘돈 없다’ 버티면 방법 없어

오피스텔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근저당 설정액. 법인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근저당을 낮춘다는 특약을 넣겠다며 A씨 부부를 안심시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 YTN 갈무리]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70%가량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30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소송에 어렵게 이겨도 전 재산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피해자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YTN 보도에 따르면 2014년 29살에 결혼한 A씨 부부는 인천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신혼집을 마련했다. 전세 계약 당시 집에 근저당 1억8000만원이 걸려 있던 것이 내심 찜찜했던 A씨 부부에게 법인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근저당을 낮춘다는 특약을 넣겠다며 안심시켰다.

부부는 힘들게 모은 종자돈 3000만원에 대출금 6000만원을 더해 총 9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다섯 달 뒤 이들이 받아든 것은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는 통지서였다.

그제서야 A씨 부부는 사채로 오피스텔 수 채를 매입했던 법인 임대인이 이미 다른 임차보증금도 반환을 하지 못한 상황인 것을 확인했다.

법인 임대인은 회사 명의 계좌가 넘어간 상황에서 부부를 속여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돌려줄 의도가 없었던 것을 알게된 A씨 부부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2년 뒤 결국 법정에서 사기죄가 인정돼 임대인 측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어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지금까지 전세보증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임대인 측이 “변제 능력이 없다”며 버티 탓이다.

전 재산을 잃고 대출금에 이자까지 떠안게 된 부부는 결국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송사를 쫓아다니느라 자동차 정비사였던 남편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면서 사회적 보상은 커녕 졸지에 취업은 꿈도 못꾸고 개인명의 통장하나 만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열심히 일한 끝에 지난해 빚을 모두 갚았다.

A씨 부부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른 전세 사기 피해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자기들이 피해를 입은 9년 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말하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