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교도소 습격···대량학살 전범 알바시르 ‘증발’
수감돼 있던 독재자 알바시르 행방 묘연
‘다르푸르 학살’ 전범으로 30년간 통치
ICC 전쟁범죄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 발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2019년 쿠데타로 실각한 독재자이자 대량 학살로 악명을 떨친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이 수감된 교도소가 공격을 받았다. 교도소 습격 후 알바시르의 행방도 묘연해져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지난 주말 알바시르가 수감돼 있던 수도 하르툼의 코베르교도소가 공격을 받으며 그의 행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0년간 장기 집권한 알바시르는 현재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는 양 군벌의 쿠데타와 반정부 시위로 2019년 축출됐다. 이후 그는 다른 정치범들과 함께 지난 4년간 코베르교도소에 수감돼 왔다. 알바시르는 2000년대 수단 다르푸르 지역 분쟁 중 자행한 대량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를 받고 있지만, 수단 당국은 그를 인도하라는 ICC의 요구를 거절해 왔다.
한 때 알바시르를 함께 축출한 ‘동지’였던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RSF)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은 정부군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최근 무력 충돌을 벌이고 있다.
양 군벌의 전투가 지난 주말 교도소 습격으로 이어지며 알바시르와 그의 측근들이 ‘증발’했다는 소식이 확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관계자는 AP통신에 알바시르와 다르푸르 분쟁 당시 군의 보안 책임자였던 압델라힘 무하마드 후세인, 아흐메드 하룬 등 전범 수감자들이 신변 안전을 위해 하르툼의 다른 군 의료시설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ICC의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하룬은 수단 언론을 통해 자신과 다른 전직 관리들이 물과 음식 부족으로 교도소에서 탈출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알바시르의 소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군은 이후 RSF가 정부군 군복을 입고 교도소를 습격해 재소자들을 풀어주고 시설을 약탈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RSF는 이를 부인하며 정부군이 교도소를 강제 해산했고, 이는 알바시르를 다시 권좌에 복귀시키려는 음모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습격을 받은 코베르교도소에는 쿠데타 이후 체포된 민주화운동 활동가들도 수감돼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인 모사프 샤리프는 온라인에 동영상을 게시해 무장한 이들이 문을 부수고 교도소를 공격했으며 모두 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온라인에는 소지품 가방을 든 채 교도소를 떠나는 수감자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알바시르는 ‘인종 청소’에 가까운 대량학살로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독재자다. 2003년부터 반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다르푸르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고, ICC는 다르푸르 학살에 ‘인종청소’ 성격이 짙다고 판단하고 2009년 알바시르와 그의 측근들을 전쟁범죄와 집단학살 등 10가지 혐의로 기소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르푸르 학살로 희생된 이들은 30만명에 달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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