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도전, 비트코인의 응전

한겨레 2023. 4. 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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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잇단 업그레이드 성공
예치 물량 많아지고 확장성 개선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도입
속도 빨라져 미용실·카페에서 결제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REUTERS

비트코인은 2009년 세상에 등장한 이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전 세계 가상자산 중 비트코인 시총이 차지하는 비율(도미넌스)은 약 46%로 절반에 가깝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자산을 ‘알트코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시장에서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25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약 66% 올랐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시총 비중은 20% 수준으로 비트코인의 절반에 못미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시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더리움이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활용처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더리움 가격도 이런 기대를 반영해 올해 들어 약 55% 상승했다.

인출 가능해진 이더리움

이더리움은 지난 13일 이른바 ‘샤펠라(상하이+카펠라)’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업그레이드로 스테이킹한 이더리움(ETH)을 인출할 수 있게 됐다. 인출은 전체와 부분 두 가지로 나뉜다. 전체 인출은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을 한번에 빼는 방식이다. 부분 인출은 스테이킹의 최소 수량(32개)을 제외한 나머지를 인출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를 전후로 일각에서는 대량 인출로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총 예치된 이더리움 대비 인출요청 비율은 10% 남짓에 그쳤다. 게다가 부분인출 요청이 대부분이었다. 스테이킹을 철회하지 않고 지속하려는 수요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1일부터는 인출되는 이더리움보다 새로 스테이킹되는 이더리움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앞으로도 대량 인출 사태는 일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출 요청은 이더리움 한 블록당 16개까지 처리될 수 있다. 이더리움 한 블록이 약 12초마다 생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11만5200개 정도의 인출 요청이 받아들여진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현재 스테이킹된 물량 전체가 인출되더라도 1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지난해 9월 ‘더머지(The Merge)’ 업데이트 이후 처음 시행됐다. 더머지는 블록 증명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로 바꾼 업데이트다. 2015년 이더리움의 등장 이후 가장 큰 체질 개선으로 꼽힌다.

디파이 시장도 활성화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스테이킹 관련 서비스도 활발해지고 있다. 토큰을 스테이킹하면서도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LSD)'이 대표적이다.

이더리움의 최소 스테이킹 수량은 32개다. 현재 이더리움 가격을 고려하면 약 8000만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유동성 스테이킹 플랫폼을 사용하면 이보다 적은 양의 이더리움으로도 스테이킹을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맡긴 이더리움을 모아 스테이킹을 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에 이더리움을 맡기면 이에 상응하는 토큰을 받는다. 이 토큰은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토큰을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거나 유동성 풀에 예치해 추가 보상을 얻는 식이다. 유동화한 자금으로 또다시 이더리움 스테이킹에 참여해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디파이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더리움의 스테이킹이 유연해지면 새로운 스테이킹 수요가 늘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디파이와 파생상품 시장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생상품으로 레버리지 효과가 커지면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할 경우 투자 손실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유동성 토큰 가격이 이더리움 가격을 추종하지 못하거나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어2로 확장성 개선

레이어2 개발을 바탕으로 한 이더리움의 확장성 개선도 주목할 부분이다. 레이어2 솔루션은 이더리움 메인넷(레이어1)이 아닌 제3자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처리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더리움은 하루 약 5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한다. 이는 초당 30건에 해당한다. 거래가 몰리면 네트워크가 정체되고 매우 높은 가스비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어2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레이어2를 사용하면 데이터 자체를 다른 처리 채널로 전송하고 최종 결과만 레이어1 블록체인(이더리움)에 기록함으로써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더리움에 구축된 레이어2 네트워크로는 옵티미즘, 아비트럼, 폴리곤 등이 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만드는 레이어2 네트워크인 '베이스'도 연내 공개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에서도 NFT 발행

비트코인 진영에서도 새로운 시도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원래 스마트 계약 기능이 없어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를 통해 블록 크기가 1메가바이트에서 4메가바이트로 커졌고, 이를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 발행이 가능해졌다. 올해 초부터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 오디널스가 대표적이다. 오디널스 프로토콜은 비트코인 기반의 대체불가능토큰을 생성할 수 있게 한다. 비트코인의 최소 단위인 사토시(1억분의1 비트코인)를 이용해 이미지나 비디오 파일 등을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발행사로 유명한 유가랩스는 지난 2월 오디널스 프로토콜에서 대체불가능토큰 컬렉션 ‘트웰브폴드'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288개의 대체불가능토큰을 경매에 부쳤는데 최고 입찰가는 2억원에 달했다.

비트코인 결제 가능 매장도

상거래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늘고 있다. 비트코인 레이어2 솔루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덕분이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비트코인을 번개(lightning)처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초당 처리건수는 약 4000만 건으로 세계 최대 카드결제업체 비자(2만400건)의 166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송 수수료도 저렴하다. 소액 전송이 가능해 개인 간(P2P) 거래에도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식당과 카페, 미용실, 안경점 등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여곳의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에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는 “과거 비트코인 결제는 속도가 느린데다 불편했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제는 비트코인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샤펠라 업그레이드

샤펠라는 중국 도시인 상하이와 별 이름인 카펠라의 합성어다. 이 업그레이드로 이더리움 소유자들의 인출이 가능해졌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예치된 양은 1800만개로 전체 유통량(1억2000만개)의 15%를 차지한다. 현재 이더리움 시세(약 240만원)를 기준으로 예치된 금액은 43조원어치에 달한다.

스테이킹

블록체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블록을 생성하고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거래를 기록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때 지분증명(PoS) 방식을 채택한 블록체인에서는 지분을 바탕으로 검증인이 블록을 생성하고 검증해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여기서 해당 블록체인의 코인을 맡기고 보상을 받는 게 스테이킹이다.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LSD)

암호화폐의 스테이킹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32개 이상을 모아야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다.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이보다 적은 양의 이더리움을 가지고도 스테이킹 참여가 가능하다. 스테이킹을 맡기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해준다.

레이어2

레이어(Layer)는 층, 단계를 뜻한다. 레이어2 솔루션은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레이어1)에 새로운 블록체인(레이어2)를 추가해 거래를 처리한다. 바깥에 있는 별도의 레이어에서 연산을 수행하고 거래를 기록, 검증한 후 결과값만 이더리움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메인 블록체인의 데이터 부담을 줄여 확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기만 박수용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kkm@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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