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기후 위기’ 시위대의 전략 실패…녹색당 “도움 안 돼”

유호윤 2023. 4. 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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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24일,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 곳곳이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이미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 문제가 하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에 라스트제너레이션을 이해한다는 여론도 있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시위를 절대 이해해줄 수 없다. 기후 위기는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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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베를린 교통 마비 … 1년 넘은 '도로점거' 시위

현지 시간 24일,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 곳곳이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주요 교차로마다 교통이 통제되고, 경찰 사이렌 소리로 가득했다. 환경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이 대규모 도로점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불시에 나타나 접착제로 손바닥을 도로에 붙여 차량 통행을 막았다. 졸지에 길이 막힌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 시위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시위는 독일에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이미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만 있지는 않다. 기후 위기 문제가 하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에 라스트제너레이션을 이해한다는 여론도 있다. 올바른 명분을 가진 이들의 올바르지 못한 시위는 독일 사회의 대표적인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지시간 24일 ‘라스트 제너레이션’ 도로 점거 시위


■ 점점 더 과격해지는 이유는?

라스트 제너레이션의 전략은 간단하다. 논란을 일으켜 주목을 받은 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주목을 받기 위해 점점 더 강한 논란을 일으켜야만 한다. 라스트 제네레이션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활동하는 극단적인 환경운동 단체 모두가 갖고 있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들은 점점 더 시위 양상은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다. 접착제로 손을 도로에 붙이다가 이제는 콘크리트를 부어 굳히기 시작했다. 시위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 시위 초기에는 도로 점거 지역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24일애는 베를린 시내 27곳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가을과 비교해 무려 3배나 늘어난 규모로, 사실상 베를린 전체의 교통 마비를 의도했다. 지난해 말에는 공항 활주로에 손바닥을 붙여 항공기 운항에 장애를 주기까지 했다.

■ 정당성 잃어가는 과격 시위 … 녹색당 "우리 일에 도움 안 돼"

메시지 전달 방식이 점점 더 과격해지면서 이제 시위의 정당성까지 훼손되고 있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시위를 절대 이해해줄 수 없다. 기후 위기는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의 뒷받침이 결정적인 밑바탕이다. 타인의 일상을 통제하고 생활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은 기후 보호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며 "법치국가는 (이런 것에) 놀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정당 가운데 환경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녹색당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이들의 시위 방식이 사람들이 기후 보호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녹색당 대표 오미드 누리푸어는 "시위대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시위대의 도로 점거 때문에 응급 차량까지 이동이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해선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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