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축제 정체성 훼손" 여수거북선축제 개최장소 놓고 시끌

김동수 기자 2023. 4. 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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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수거북선축제 개최 장소로 역사적 배경이 별로 없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여수시에 따르면 제57회 여수거북선축제가 5월 4~7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다.

여수진남제는 3려 통합(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이후인 2004년 '거북선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수시가 올해 축제의 주무대를 기존 종포해양공원과 이순신광장 일원에서 2~3㎞ 떨어진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변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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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유적 진남관 일원서 세계박람회장으로 장소 옮겨
지난해 왜색·고증부족 논란 불러…市 "대규모 인파에 안전 고려"
제56회 여수거북선축제. 뉴스1 DB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올해 여수거북선축제 개최 장소로 역사적 배경이 별로 없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여수시에 따르면 제57회 여수거북선축제가 5월 4~7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열린다.

시는 9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출정식과 통제영길놀이, 전라좌수영 멀티미디오쇼 등 각종 체험과 전시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수거북선축제의 당초 명칭은 여수진남제로, 1967년 시작된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호국문화축제로 반세기 넘게 축제가 이어져 왔다.

진남제는 진남(鎭南), 남쪽 바다를 제압해 나라를 지킨 호국정신을 향토문화제로 발전시킨 것으로, 임진왜란에서 승전을 이끈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본받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여수진남제는 3려 통합(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이후인 2004년 '거북선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수시가 올해 축제의 주무대를 기존 종포해양공원과 이순신광장 일원에서 2~3㎞ 떨어진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변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시는 장소 변경과 관련해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전국적으로 행사기간 안전문제가 대두되면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세계박람회장을 최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거북선축제가 40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해 올해도 대규모 인파의 밀집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닌 국내 최대 호국축제라는 점에서 축제 취지에 가장 중요한 '역사성'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수거북선축제는 종포해양공원과 이순신광장, 진남관 일원에서 수년간 진행된 축제다. 진남관은 이순신 장군이 본영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1963년 보물 324호로 지정됐다가 2001년 국보 제304호로 승격 지정된 역사적 배경이 깃든 장소다.

이순신 동상과 거북선 모형, 좌수영음식문화거리 등 축제와 관련된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반면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이순신 장군과 연관성이 있는 장소나 뚜렷한 역사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3년 만에 열린 지난해 여수거북선축제에서 청록색 복장을 입은 조선수군이 진남관을 형상화한 가장물을 들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10.12/뉴스1

여기에 지난해 제기된 왜색, 고증 논란을 극복했을지도 관건이다.

매년 5월5일 전후로 열리던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중단됐다가 지난해 10월 3년만에 다시 열렸지만 고증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5000명의 시민과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에 조선수군역을 맡은 학생들이 청록색 복색의 한복을 입고 등장해 '명나라 군대냐'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진남제에서는 흰색 한복에 파란색이나 검은색을 걸치고 나왔다.

국보 진남관을 형상화한 가장물에 붙은 검정색 국화문양 장식은 왜색 논란을 불렀고, 거북선 가장물을 장식한 네온 조명은 화려함에만 치중했을 뿐 실제 거북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겉모습과 관광에만 치중하기보단 호국축제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며 "안전문제도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역사성과 축제의 정체성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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