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500억 사기 혐의 ‘루나’ 신현성 기소…가상화폐 ‘증권성’ 인정
‘증권성’ 입증에 성패 달려…법원은 신중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검찰이 가상화폐 '테라'와 관련된 사업을 총괄한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신현성씨 등 테라폼랩스 창립 멤버와 관계자 8명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5월 수사가 시작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국내 수사 기관이 가상화폐를 증권성으로 간주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5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공모규제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씨 등 테라폼랩스 관계자 8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표의 범행을 돕고 불법 수익을 받은 티몬 전 대표 유모씨 등 2명도 배임수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신씨가 루나·테라의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면서 1500억원 대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판단했다. 테라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부당 이익은 최소 4629억원이며, 특히 신씨는 루나 가격이 상승한 2021년 3월부터 폭락 직전인 지난해 5월까지 코인 매도로 1541억원 상당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대표 측은 테라 1단위는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됐고, 루나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는 장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은 "신 전 대표와 권 대표가 추진한 테라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다"고 했다. 실제로는 테라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신 전 대표 등은 자신들끼리 거래를 반복하는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테라 가치가 유지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테라·루나 사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이같은 구조를 설계한 인물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우선 루나가 금융투자 상품이자 투자계약 증권이라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선례가 없는 데다 수사 과정에서 법원 측이 검찰 입장에 부정적 기조를 보이며 난항을 겪어왔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신씨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측이 자금조달을 위해 루나란 상품을 발행했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나눠 받을 권리가 있는 금융투자상품인 테라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것이라고 최종 설명했다. 테라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가 루나 코인의 가치에 반영된 점 역시 투자계약증권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 봤다. 검찰은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의 해석,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점 등을 들어 이러한 논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등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수익을 귀속 받는 코인은 증권에 해당하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우리뿐 아니라 주요 국가에서도 '증권 요건을 갖춘' 가상화폐는 당연히 증권으로 자본시장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 유지는 녹록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검찰과 신씨 측은 핵심 혐의인 자본시장법 위반 자체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신씨에 적용된 나머지 혐의도 하나하나가 중대하고 유죄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언급됐듯이 법원은 검찰 측의 의견에 부정적 기조를 고수해왔다. 법원은 올 2월 신씨 재산의 몰수보전 청구 항고를 기각하며 "루나 코인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제하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보전 대상이 범죄행위에 의해 생긴 재산이라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몰수보전은 기각했지만 부패재산몰수법을 토대로 추징보전은 인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관해 "가상화폐가 왜 금융투자상품이 아닌지, 금융상품의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유가 없다"며 "법리적으로 수긍하기 어렵고 부당하다고 생각해 재상고를 제기했다"고 했다.
신씨 측은 입장문을 내고 "루나·테라의 결함을 알고 발행을 강행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형 로펌의 자문과 금융 당국의 입장을 확인해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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