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개’ 풀어라”...김건희 여사, 文 수난사 반복

박지혜 2023. 4. 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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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반대’ 목소리를 내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육견협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김 여사를 명예훼손과 공무원자격 사칭 등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김 여사가) 개 사육 농가들이 개를 학대하며 매우 비위생적으로 사육하는 것처럼 발언해 개 사육 농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면서 “김 여사가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개 식용 종식은 제 본분’이라고 언급한 건 공무원을 사칭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발언을 공개적으로 철회하고 재발 방지를 서면으로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벌인 구조견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26일 청와대 관저 앞에서 입양한 유기견 ‘토리’를 맞이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청와대)
김 여사는 최근 청와대 상춘재에 동물자유연대,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 생각한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초기인 지난해 6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개 6마리와 고양이 5마리를 기르고 있는 김 여사는 “궁극적으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육견협회는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하자 “망언”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에게 유기견이었던 ‘토리’를 안긴 ‘케어’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는 환영 의사를 밝혔고, 관련 상인들은 반발했다.

그러자 박수현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 정서와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권단체가 지난 2021년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식용 금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2021년 12월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한 뒤 여러 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개 사육 농가가 전업이나 폐업할 때 정부 보상 여부 등 쟁점을 두고 육견협회와 동물단체가 대립하면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케어는 “전 대통령 퇴임기부터 지금까지 대한육견협회를 비롯해 사업자들의 협회와 몇몇 정부기관, 극소수 동물단체가 사회적 합의를 한다고 개식용 종식을 위한 위원회하면서 개 학살의 시간만 연장시켜 왔다. 애초에 정부는 현행법을 충실히 집행하면 되는 것이고 동물단체는 그렇게 하도록 현장을 조사하고 민원을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며 “‘사회적’ 합의를 한다면서 그 내용은 비밀에 붙여졌다. 개고기 사업 실태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무슨 사회적 합의를 몇몇 기관과 단체가 밀실에서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케어는 김 여사를 비판한 육견협회 기자회견을 비판하며 “곧 개고기 사업을 종식할 입법청원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어는 육견협회를 향해 “이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대통령실에 개를 풀겠다고 했다. 제발 그들이 말만 하지 말고 어서 이행하길 바란다. 개를 풀면 케어가 냅다 구조하면 되니까”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대한육견협회가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인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더 이상의 개 식용 논란은 끝내야 한다”며 “반려동물·한류 시대이고 부산 엑스포 추진 및 각종 대형 국제행사가 줄을 잇는 상황에 손흥민 선수에 대한 차별과 야유의 소재가 됐던 (개 식용)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 식용 방지법을 두고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개 식용 방지법을 당론화한 것은 아니지만, 김 여사가 개 식용 금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여야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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