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요즘은 못 외워요"…아파트에 스웨덴어 넣고 25글자도

권애리 기자 2023. 4.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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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26일)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26일)은 퀴즈를 준비했습니까?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저도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여기에 답을 드리기 전에 앵커 아파트 사세요? (네, 아파트 삽니다.) 이름이 몇 글자인가요? (이름이 아파트 빼면 7글자인데요.) 혹시 2000년대 초반쯤에 지은 아파트 아닌가요?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기자>

예외는 물론 있겠지만 아파트 이름이 몇 글자인지 알면 대략 언제쯤 지은 아파트인지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5글자짜리 아파트에 삽니다.

2000년도 되기 훨씬 전에 지은 굉장히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답을 드리면, 25글자짜리 아파트가 있습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와 2차, 2018년에 입주하기 시작한 비교적 신축 아파트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이름이 긴 아파트는 항동 중흥에스클래스 베르데카운티입니다. 15글자입니다. 2019년에 완공됐습니다.

이미 눈치채셨죠. 최근으로 올수록 아파트 이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그 아파트도 정말 이름이 긴 것 같고, 최근에 이름이 긴 곳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 동네를 처음 가는 분들, 친구 집을 방문한다든가 그럴 경우에 집을 못 찾는 일도 많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죠. "나만 요새 아파트 이름 쫓아가기 힘든가?" 아닙니다. 아파트 이름이 어렵고 비슷해서 방문 시에 헷갈려 본 경험, 4명 중 3명꼴로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들은 충정아파트, 종암, 마포 아파트 그냥 가장 간단한 지역 이름에 아파트만 붙었습니다.

70년대 이후로 아파트에 고유한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하지만 이때도 평균 4.2자 평균은 네 글자가 조금 넘는 데 그칩니다.

개나리, 진달래, 무지개 예쁜 한글 이름이 많았고요.

건설사 이름이 고유 이름 앞에 하나 더 붙기 붙기 시작한 뒤에도 반도보라, 대동한마음 아직 외울만합니다.

아파트 이름은 201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길어지기 시작해서 이제 평균 10자 가까이 됩니다.

일단 지역 옵니다. 다 민감하지만, 지역이 민감해서 일단 SBS가 있는 목동만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건설사 이름 들어갑니다.

또 회사마다 있는 브랜드 이름 중요해졌고, 최근에는 이른바 '펫네임'이라고 업계에서 통하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위주다가 이제는 바로 알아듣는 사람이 많지 않은 프랑스어나 스웨덴어 이름들까지 늘어나는 것도 특징입니다.

몇 년 전에 대한민국 아파트 이름 짓는 법이라고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우스갯소리 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 더 퍼스트, 4차선 이상의 도로가 있다 센트럴, 공원이 있으면 파크, 노후건물이 근처에 많으면 시티 공감하시나요? 이런 게 바로 펫네임입니다.

<앵커>

이렇게 아파트 이름이 복잡해지는 게 이 이름이 뭐냐에 따라서 부동산의 가치가 결정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습니까?

<기자>

좀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서울에서 아파트 이름을 변경한 경우를 서울시가 조사해 봤는데요.

LH가 지었는데 이름에서 LH를 빼달라고 한다든가 원래 이름에다가 지역 이름, 압구정 같은 것을 붙입니다.

그리고 원래 실제로 그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 아니라 근처에 조금 더 부유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지역 이름으로 변경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각 건설사별 브랜드 이름은 분쟁으로까지 번지기도 합니다.

최고급 아파트에 붙인다는 이른바 하이엔드 브랜드를 주지 않으면 건설사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최근 몇 년 새 잇따랐습니다.

이건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따로 내세우고 이를테면 특정 브랜드는 특정 지역에만 넣겠다 하면서 희소성 마케팅을 펼쳐온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와 그래도 자율적인 경쟁을 막을 순 없다는 견해가 최근 팽팽하게 엇갈립니다.

서울시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길어지면서 계급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는 아파트 이름에 보완책은 없을까 지난해 말과 지난주 두 차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시민들 대부분이 지금 아파트 이름 추세는 불편하다, 절반 이상이 아파트 이름에는 공공성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적정 글자 수는 5글자 정도 아파트 이름에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제한이나 의무를 두는 데는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주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은 주되 규제를 두진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도의 분위기가 우세한 겁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한 번 더 토론회를 열어서 최종 의견을 수렴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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