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묘로 월 수천 번다? 2030 쏠리는 ‘토지 지분경매’ 주의보

이경은 기자 2023. 4. 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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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에도 꿋꿋이 버티는 부동산 투자법이 있으니 토지 지분 경매다. 하지만 취득 후 관리 및 처분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데...

최근 2030 사이에서 토지 지분 경매가 화두로 떠오른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2년 연간 전국 지가변동률 및 토지거래량’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 거래량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지만, 토지 지분 경매 거래량의 경우(지지옥션 제공) 지난해 9월 평균 응찰자 수 1.69명에서 올해 3월 2.47명까지 꾸준히 늘었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자본금이 적은 이들에게 토지 지분 경매가 '투자 치트 키’로 다가간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하락기를 맞아 자본금이 넉넉지 않은 2030 세대가 토지 지분 경매로 관심을 기울이지만 취득한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얻는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진단한다.

토지 지분 경매는 일반 경매와 다르게 전체 소유권이 아닌 토지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일이다. 여러 명의 공유자가 지분을 나눠 갖는 식으로 토지의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다. 토지 지분 경매 매물의 가격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로 주택이나 토지 전체에 해당하는 경매 매물에 비해 낮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대개 지분을 낙찰받으면 다른 공유자와 협상해 바로 되팔거나, 고속도로 나들목(IC) 등의 개발 호재가 생기면 토지를 팔아 본인이 차지한 지분만큼 매매 대금을 받는 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온‧오프라인 부동산 지분 경매 강의에서는 "토지 개발 호재는 예상하기 어려우니 지분을 낙찰받은 직후 다른 공유자에게 웃돈을 받고 파는 게 이상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다른 공유자들이 지분을 조금이라도 더 취득해야 이를 관리하거나 처분하기 쉽기 때문에, 본인 외 지분 소유자의 지분까지 매입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분묘가 있는 토지는 되팔기가 더 쉽다고 한다. 분묘가 있는 토지의 지분은 주로 상속으로 소유권이 이전돼 다른 공유자가 이전 소유자와 가족 관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조상의 분묘가 있는 토지 전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큰 것.

토지 지분 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소규모 자본금으로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금이 부족한 2030 세대가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분 경매 강의를 들은 경험이 있는김 모(33) 씨는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경매를 공부하다 소액투자가 가능한 토지 지분에 눈길이 가 토지 지분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30대 이 모 씨는 "토지 지분 시장엔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대의 매물이 많아 설정한 예산에 맞춰 투자할 수 있어 접근이 쉬웠다"고 덧붙였다.

필지 매각 쉽지 않은 점 유의해야

젊은 층 사이 퍼지는 토지 지분 경매 열풍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행을 따르기보단 기본적인 투자의 원칙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성공 사례도 있지만 '지분도 부동산이지’ 하고 호기롭게 샀다가 사용·처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호재가 생기더라도 필지를 매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려면 필지 전체를 팔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명의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 점을 짚어 "내 부동산이지만 맘대로 팔거나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각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유자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철호 피엘에듀 원격평생교육원장은 최근 토지 지분투자에 자주 활용된다는 묘지 지분 경매의 이면을 언급했다. 앞서 소개한 묘지 지분 경매의 겨우 경매로 나온 분묘의 연고자부터 찾아야 한다. 박 원장은 "토지 지분 공유자와 연고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비석을 살피거나 마을에 수소문하는 등 직접 발품을 팔아 연고자를 알아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결과도 부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명 지분으로 수익을 얻으려다 남의 조상 묘지에 피 같은 돈이 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토지 지분은 처분도 어렵기 때문에 무턱대고 입찰하기보다는 다른 투자처럼 매물의 입지와 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획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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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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