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루틴 마스터 옥민송 대표 “‘갓생’ 루틴 ‘이것’부터 시작하세요!”
‘갓생’이 유행이라지만 괜히 ‘갓(god)’이 붙은 게 아니다. 매주 반복되는 작심삼일로 자괴감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 루틴 앱도 만들고, 책도 쓴 옥민송 마인딩 대표를 만났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한 말이다. 요즘 '시시한 일상’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이들이 늘어났다. '갓생’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미라클 모닝’ 등의 신조어들은 '루틴 관리’라는 2030 트렌드를 정조준한다. 2020년 출시된 '마이루틴’은 이를 도와주는 앱이다. 앱스토어 생산성 분야 2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생산성 분야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옥민송(31) 마인딩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앱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대표이자 강연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요즘 말로 '갓생러’. 옥 대표는 "창업 후에 많은 일을 동시에 잘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루틴 관리를 시작했다"며 "일뿐만 아니라 체력, 관계 등 다양한 영역을 신경 써야 했고 그 경험으로 마이루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3년간의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나는 하루 5분만 바꾸기로 했다’도 출간했다.
"자동화된 루틴을 연쇄적으로"
왜 5분으로 시작해야 하나요.
평소 안 하는 행동을 하고자 할 때는 결국 변화를 원하는 거죠. 그런데 하루에 1∼2시간씩을 어떤 일에 곧장 쏟아부으려 하면 엄두가 안 나고 지속하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쉬운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5분이라는 시간을 먼저 써보는 거죠. 생각보다 5분 만에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그래서 그게 잘 지속되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5분 더 바꿔볼 수 있는 거죠.
천천히, 작게, 대충 루틴을 만들어보라고 권했습니다.
‘루틴’이라고 하면 "나는 잘 안 맞아" "난 의지가 약해"라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루틴을 시작할 때 미라클 모닝처럼 이루기 힘든 계획을 포함시켜서 완벽하게 목표치에 도달하려고 하는데, 그럼 결국 작심삼일이 됩니다. 작은 것,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루틴부터 시작해서 여기에 익숙해지면 난도를 높이거나 다른 루틴을 추가하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한 루틴은 뭔가요.
아침엔 눈뜨자마자 물 마시기, 출퇴근 지하철에서 10분 책 읽기를 시작했어요. 귀가 후 바로 씻기도 있었고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매일 실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동력을 어떻게 만들었나요.
자동화 과정이 중요한 거 같아요. 가령 퇴근 후 집에 도착해 바로 씻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어요. 그럼 체온이 올라가니까 바로 씻을 수 있었고요. 의지가 약해질 것 같은 날에는 방에 들어가지 않은 채 짐만 풀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지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거네요.
환경 세팅이 중요합니다. 저는 아침에 물 한 잔 마시기 루틴을 위해 자기 전에 팔이 닿는 위치에 물을 떠 둬요. 또 자신이 지키는 루틴을 이용해 다른 루틴과 이어지게 할 수도 있죠. 평소에도 아침에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양제 먹기를 함께하는 건 쉬워요. 또 영양제를 먹고 나면 몸무게를 재야지, 이렇게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거죠.
일과 관련된 루틴도 있나요.
아침에 출근하면 책상을 가볍게 치우고 커피를 내려요. 그다음에 오늘 할 일을 정리하고요.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 뭔지, 어떤 일을 할 건지 정해두고 약간의 빈틈도 마련해둬요.
주말에도 루틴을 지키나요.
주말 루틴은 따로 있습니다. 주말 하루 중 반나절은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는 시간이 있어요. 평일에 불태운 에너지를 채우는 게 중요하니까요. 또 주말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해요. 취미 생활이 될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나는 걸 수도 있고, 산책일 수도 있어요. 카페나 사무실에 가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루틴으로 만들어뒀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은 뭔가요.
물 마시기, 귀가해서 바로 씻기 등도 있지만 성장을 담보해주는 시간은 출퇴근 때입니다. 출근할 때 10분 책을 읽고요. 퇴근하면서 뉴스레터를 읽습니다. 이 2가지가 하루에 20분 동안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고 생각하게 만들죠. 여기서 얻은 걸 통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게 핵심적인 성장 드라이브가 됩니다.
"손쉽게 하는 일과 목표를 섞어라"
옥 대표는 3년 넘게 30∼40가지 루틴을 정해두고 지키고 있다. 앞서 말한 루틴 외에도 '두 달에 한 번 가족 식사’ '주 1회 에너지 채워주는 사람과 만나기’ 등 월별, 주간 계획부터 '샤워하면서 생각 정리’ '좋아하는 향수 뿌리고 미소 짓기’ 등 일상을 채우는 시간도 루틴에 포함돼 있다.세세한 일까지 루틴으로 명시화해둘 필요가 있나요.
자신이 어렵게 생각하는 루틴을 잘 지키기 위해서 이미 잘하고 있는 작은 루틴을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반적으로 루틴을 달성하는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그래서 굳이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들도 일부러 넣어둬요. 일종의 트리거죠. 또 평소 하는 행동이라고 해도 막상 기록해놓지 않으면 잊고 누락하기도 하더라고요.
달성률이 얼마나 되나요.
마이루틴 앱에서 60% 이상을 달성하면 초록불이 뜨거든요. 거의 매일 초록불이 떠서 일단 60% 이상은 확실히 지킨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짐작하는 바로는 70∼80% 정도는 지키는 것 같아요.
항상 100%를 지키시는 건 아니네요.
그렇지는 않아요. 루틴은 제가 평생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루 못 한다고 크게 타격받지는 않아요. 아예 안 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하는 게 낫고, 한 번 하는 것보다 두 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혹시 못 하는 날이 생기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일 또 하자, 이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루틴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고요.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삶의 기초체력이 많이 상승한 느낌이에요. 저는 건강하고 싶고, 일도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싶고, 일적으로 성장도 하고 싶어요. 이제 다양한 목표를 일상에서 이루는 게 힘들지 않아졌어요. 평소 안정감을 느끼니 새롭게 해야 하는 일이나 위기가 왔을 때 돌파하는 것도 수월해졌고요.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치고 들어오면 루틴이 망가지지 않나요.
저도 투자 유치 기간엔 투자자 스케줄에 맞춰야 했으니 루틴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지킬 수 있는 루틴만 빼고 다 지웠어요. 결국 루틴이라는 게 잘 살기 위한 건데, 루틴이 오히려 지금 해야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잠시 쉬어갈 수 있다고 봤어요. 평소에도 급한 야근이나 약속이 생기면 루틴을 못 지킬 수도 있죠. 대신 다음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게 관건이군요.
물론 죄책감이 아예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냥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은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해요.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싶을 때 당장 잘해야지보다는 레벨 1 정도에서 시작해 서서히 단계를 올려나가는 게 중요해요. 어차피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니 일상으로 받아들일 때 조급함도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아요.
목표가 높은 것도 문제네요.
대표적인 실패 사례죠. 저희 팀은 처음 시작하는 루틴을 보면 이분은 잘하시겠다, 일주일밖에 못하겠다가 보이거든요.
"루틴 유행 중심 찾기에 관심 많은 2030"
제 루틴을 평가해주실 수 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출근 전 운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출근 전이라는 시간의 범위가 굉장히 넓죠. 정확히 언제 할지를 정해둬야 행동으로 이어지거든요. 루틴 내용도 운동을 얼마나, 어떻게 하는 건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저라면 스트레칭 5분이나 스쾃 몇 개 이런 식으로 내용을 구체화할 것 같아요. 플래너 쓰기는 비교적 현실적입니다. 자기 전에 일기 쓰기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불분명합니다. '자기 전’이라고 정해두면 보통 못 합니다. 이건 '아무 때나’와 같은 말이거든요. 만약 누워서 오늘 하루를 한 줄로 정리하기 정도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 2030이 루틴에 관심이 많을까요.
변화가 점점 빨라지면서 각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행복한 삶이나 성공한 삶에 대한 정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니 각자 잘 살아가기 위해서 스스로를 먼저 챙기는 게 중요해진 거죠. 그래서 가장 베이식한 걸 시도해보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기 통제감을 가지거나 스스로 중심을 세우는 일이죠.
루틴을 만들 때 큰 방향성을 먼저 잡는 게 필요한가요.
미리 알고 있다면 방향성을 갖고 루틴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부터 그리려고 하면 또 한세월이 지나게 됩니다. 일단 시작하시고 루틴을 궤도에 올리는 게 중요해요. 우선 물 마시기 같은 작은 것부터 하시고 루틴을 추가할 때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 결국 자연스럽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매력을 느끼는 루틴이 살아남게 됩니다. 그러면 공통적인 특징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스타트업, 창업 후 3년이 분기점"
"대학교 3학년 때 한 교육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시작해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어요.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번아웃이 크게 왔어요. 누워만 있고 싶고 자신감도 떨어져 웬만한 일이 다 귀찮게 느껴졌던 시기였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살면서 그렇게 무기력했던 때가 많이 없었거든요. 이대로면 성격이 변해버릴 것 같다고 여겼고 방어기제로 자존감 관련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거나, 일기를 쓰고 산책을 하는 등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순간이 일하는 동안 부족했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그래서 산책은 못 하더라도 1층까지는 가보자, 걷지 않아도 되니까 집에서 나가기만 하자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북돋았죠.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멘털 케어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시중에 없어서 직접 만들게 됐어요.
원래 창업의 꿈이 있었나요.
관심이 있기는 했어요. 뭘 하든 간에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리더가 되는 걸 선호하지는 않았어요. 어느 정도 의견 제시는 할 수 있지만 선택은 다른 사람이 하는 정도를 좋아했죠. 그래도 이 일은 정말 하고 싶었어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제가 내리고 싶었죠. 책임지는 걸 원래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일을 제가 책임질 만큼 좋아했던 거죠.
대표로 일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스스로를 믿는 거죠. 보통 창업을 할 정도면 자신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자꾸 자기를 의심하는 일이 생겨요. 계속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요. 지금은 확신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예전엔 나도 모르겠는데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회사가 좀 안정을 찾긴 했지만 앞으로도 불확실함은 계속될 것 같아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나요.
너무 많이 알면 오히려 시작하기 힘든 것 같아요.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도 흘려들을 줄 알아야 하고요. 그냥 주어진 문제들을 계속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해요. 저도 처음 창업 후 고민이 많을 때 "네가 사업을 할 사람이라면 3년 뒤에도 하고 있을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게 될 거다"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실제로 5년 차 대표가 되고 나서야 스타트업 대표라는 기존에 만들어진 이미지에 갇히지 않으면서 이 일을 평생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저는 행복과 불행의 크기를 잰다면 행복이 더 큽니다. '많은 분이 나다운 삶을 찾고 지속하게 하자’는 제 가치관과도 이어지는 일을 하다 보니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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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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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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