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없는 날이 오도록 사회적 관심·배려 필요"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3. 4. 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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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시사매거진 제주=장애공감 제주사회] 고은실 3대 고람시민위원장
"3대 고람시민위원장 선출…장애인 체육인 인권 차별 등 상담 자문 역할"
"2살 때 소아마비 최중증 장애…어린시절 놀리는 어린이가 가장 무서워"
"사회적으로 설 수 있도록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경험 허락해준 어머니께 감사"
"비장애인들, 장애인 도와주기 전 도움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도내 축제장 장애인 접근성 취약…턱없는 행사 등 편의시설 보완"
"자폐성향 장애인 보호자 사후 돌보는 공동체나 마을 꿈꾸고 있어"
고은실 3대 고람시민위원장.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고은실 고람시민위원장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장애 공감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이 시간에는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 분들 또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보는 시간으로 함께 하는데요. 오늘은 제주도의회에서 도민을 대변하는 도의원으로 활동을 하다 현재 제주 장애인 체육발전포럼 인권상담실 제3대 고람시민위원장에 선출된 고은실 한국발달장애인 협회장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고은실> 네. 안녕하세요.

◇박혜진> 반갑습니다. 제주도의원에서 또 한국발달장애인협회장으로 활동하시다가 최근에는 고람시민위원장으로 바쁘게 활동을 하고 계신데 고람시민위원장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고은실> 체육발전포럼에 인권상담실이 있거든요. 장애인 체육인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는데 이분들이 체육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충이라든지 성폭력이라든지 차별 행위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인권, 차별에 대한 것들을 접수를 받아요. 상담도 해드리고 저희의 역할은 이것을 자문을 하는 전문위원들이 많아요. 경찰, 변호사, 노무사 이런 분들이 자문이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군요. 고람시민위원장의 임기는 언제까지인가요.

◆고은실> 고람시민위원장은 2년 임기입니다.

◇박혜진> 지금 이 시간은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분들을 만나는 시간인데요. 위원장님께서는 현재 어떤 장애를 갖고 있으세요.  

◆고은실> 저는 두 살 때 소아마비로 예전 같으면 1급 최중증장애예요. 팔과 다리가 다 마비가 돼 있는 상황이어서 겉으로는 안 보입니다마는 좀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죠.  

◇박혜진> 지금은 사회적 위치를 갖고 계십니다마는 어린 시절에는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셨겠어요.  

◆고은실> 용기가 많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어린아이들을 만나는 거였어요. 어린아이들 앞을 지나기가 제일 무서웠던 건 늘 놀리는 경험이 많았어요.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거기를 지나가는 게 가장 두려웠었던 것 같고 크면서는 주위에 워낙 좋은 분들이 많아서 잘 견뎠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대할 때 나름 배려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실수하는 경우들도 많잖아요. 이 시간을 통해서 좀 알려주시죠.

◆고은실> 비장애인분들이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는 일단 마음이 막 앞서는 것 같아요. 뭔가 도와드려야 되고 도움이 되고 싶은 경우들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까 장애인분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단 먼저 물어보셨으면 좋겠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요.

저 같은 경우는 계단 올라갈 때 손만 잡아주면 되거든요. 그러면 혼자 잘 올라가는데 어떤 분은 팔을 막 당겨서 올려드리려고 하는 좀 급한 분들이 계셔요. 어떤 것들을 도와드리면 되는지 꼭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고 또 기다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박혜진> 위원장님은 정의당 소속 제주도의원, 한국발달장애협회장, 고람시민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들을 하고 계시잖아요.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고은실> 저는 이 비결이 어렸을 때 어머니한테 배운 여러 가지 경험으로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저희가 매우 어려운 시절이잖아요. 제 기억으로 친정어머니가 '너는 장애를 가졌지만 뭐든지 할 수 있어야 되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어야 된다'라는 말씀을 늘 하셨어요. 그래서 뭐든지 다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어요. 그래서 몸에 익힌 게 많죠.

또 커서는 제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서 어머니한테 배운 걸 해보는 거죠. '나 어렸을 때 이렇게 배웠어. 그러면 이렇게 해보면 된다'라고 하다보니 자신도 생기고 그런 방향으로 같이 얘기도 하고 꿈도 같이 꾸고 이런 분들이 많이 있다보니 뭘 해도 재미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박혜진> 고은실 위원장님은 늘 뭐든지 거침없이 진취적으로 하는 성향이신데 이게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신 거군요.

◆고은실> 네. 어머니께서 때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호하려 한다거나 못하게 막아서는 게 아니라 '뭐든지 너 할 수 있어' 라고 자신감도 넣어주셨거든요. 아마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투게 되는 것이 저 때문에 다투게 되는 일들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무조건 해봐야 된다'. 아버지는 안타까우니 '하지 마라 걱정되니까' 이것 때문에 좀 싸우시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이제는 나이가 드니 자기가 이제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나를 너무 강하게 키워서 하시면서 가슴 많이 아파하셨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마웠던 분들도 굉장히 많으시겠어요. 어떤 분들 생각나세요.  

◆고은실> 제가 움직일 때마다 고마운 분들 덕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부모님, 친정 식구들, 시댁 식구들, 지금 한국발달장애인협회 직원들 중에 저와 30년을 같이 바라보는 직원들이 있거든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굉장히 고맙고 지난번 출판기념회 때 선한 릴레이에 동참한 분들까지 정말 고마워할 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 장애인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오셨고 지금도 하고 계신데 장애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보시나요.  

◆고은실> 일단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면에 들어갔을 때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어떤 시혜의 대상이 아닌데 아직도 그런 시선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고요. 행정 같은 경우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장애인복지과만 가야 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전 분야에 장애 영역들이 함께 논의가 되고 예산도 반영돼야 되는 시점이 왔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혜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달라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말씀해 주시죠.  

◆고은실> 지금 관광에도 장애인을 위해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든지 지금 고민하는 부분들은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제주도 같은 경우는 축제가 굉장히 많아요. 축제가 야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죠. 유채꽃이나 벚꽃이나 대부분 축제가 야외에서 하는데 장애인들을 위한 턱을 좀 없애줬으면 좋겠다. 야외에서 행사할 때는 장애인에게 접근성이 일단 떨어져요.

우리도 축제에 가보고 싶거든요. 크게는 휠체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 화장실에 대한 배려만 있어도 장애인들도 축제에 같이 참여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게 현재 제주도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인 것 같아요.

◇박혜진> 혹시 국내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행사나 지역이 있을까요.  

◆고은실> 아마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의회에 있을 때 '턱도 없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축제를 만들어보자라고 기획해서 메밀밭에서 열린 메밀축제 때 그 담당자가 담을 다 허셨어요. 담을 헐어서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어주신 적이 있거든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결국은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이잖아요. 편의시설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조금만 반영해 주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혜진> 올 한 해 갖고 계신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요.  

◆고은실> 저희가 주로 만나는 분들이 자폐 성향을 갖고 있는 장애인분들이 많습니다. 한국발달장애인협회다 보니까 이분들의 보호자분들이 사후에 이분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되게 많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분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해 주고 우리가 관리해 주는 형식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꿈을 갖고 있어요. 지난번 선한릴레이에서도 이 주택을 위한 준비를 했던 것처럼 자원이나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이러한 공동체나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혜진> 마지막으로 방송 듣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전해주시죠.  

◆고은실> 지난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장애인의 날만 반짝하는 기념행사가 아니라 정말 장애인들의 차별을 없애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모두가 애써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박혜진>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3대 고람시민위원장으로 선출된 고은실 한국발달장애인협회장과 함께 했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은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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