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괴테의 녹색처럼……섞으면 재밌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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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과 청색을 섞으면 녹색이 된다.
녹색은 약 20년간(1790년~1810년) 색채를 연구했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우리 눈이 진정한 만족을 느끼는 색"이라며 좋아했던 색깔이다.
괴테는 그의 역작 '색채론'에서 서로 대립되는 두 영역, 즉 밝은 황색과 어두운 청색을 균형 있게 혼합해 만든 녹색에 대한 경탄을 드러냈다.
녹색이 황색이나 청색이 아니고, 소맥이 소주나 맥주는 아니듯이 섞으면 대상의 성격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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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이 황색이나 청색이 아니고, 소맥이 소주나 맥주는 아니듯이 섞으면 대상의 성격이 변한다. 이 평범한 원리를 나름대로 체득하는 순간이 있는데, 종종 두 가지 일을 섞어 하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설거지나 청소를 하면서 오디오북 듣기('깔끔한 결과물'에 더해 머릿속까지 채웠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책 읽기(자투리 시간 활용 욕심에 독서효율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정차역을 놓치기도 하지만…), 걸으면서 음악듣기(음악이 좋아서 더 많이 걷는다.), 기다리는 동안 원고 아이디어 생각하기(지루하게 낭비하고 싶지 않은 시간에는 머리라도 굴린다.) 등등. 신기하게도 따로라면 그저 밋밋할 일들이 함께하면 한층 매력적으로 변한다. 요컨대 섞이면서 일의 성격이 변하는 것이다. 청소가 환경적 깨끗함 이상으로 앎의 기쁨을 준다거나, 물리적 이동이 감성 충전으로 이어진다거나, 기다림이 생산성을 보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이 하고 싶은 일로 극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당연히 무척 만족스럽다.
최근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문명특급' 채널)에서 배우 김희애가 인상적인 말을 했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배우로 손꼽히는 그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 실내 자전거를 타는 걸로 꾸준히 운동한단다. 여기서 핵심은 항상 '자전거를 타면서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 라디오만 듣거나 자전거만 타면 지루하지만 두 가지를 같이 하면 정말 재밌다고 했다. 우아한 50대 톱 배우의 자기관리 '꿀팁' 원리는 섞기, 그래서 재밌게 하기인 것이다.
느꼈겠지만, 이번 글의 아이디어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구한 건 아니다. 배우 김희애의 인터뷰 영상을 보다가 '나도 같은 생각인데!' 싶어서 슬며시 택해봤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을 것 같다. 따로하면 별로지만 섞어서 재밌게. 괴테의 녹색처럼, 한 잔의 소맥처럼 만족스럽게.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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