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가꿔서 재난성금 마련… “나눔·생명존중 마음으로 배워요”[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인지현 기자 2023. 4. 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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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표보다 '아이의 삶'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특히 외부적 요인으로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교육복지와 관련된 공문을 살펴보는 게 학기 초 제 주요 업무입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앞으로 100년은 지금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라면서 "아이들에게 수학 공식, 영어 단어, 국어 문법과 같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협동, 자주, 성실, 존중과 배려, 나눔과 같은 가치와 태도를 가르쳐주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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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포항 세명고 장은우 교사
17년전 필리핀 어학연수 때
선교사와 봉사 다니며 다짐
성적보다 ‘학생의 삶’ 최우선
‘태풍·우크라’ 주제 특색활동
학생들이 직접 성금 뜻 모아
학급 이름으로 의연금 전달
지난해 9월 경북 포항시 세명고에서 장은우 교사와 학급 학생들이 ‘생명 존중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공기정화 식물 화분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만든 화분을 교내 구성원들에게 판매해 포항시에 있는 태풍 ‘힌남노’ 피해 수재민들에게 구호 성금으로 전달했다. 오른쪽 사진은 완성된 화분들이 창가에 줄지어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학교 성적표보다 ‘아이의 삶’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특히 외부적 요인으로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교육복지와 관련된 공문을 살펴보는 게 학기 초 제 주요 업무입니다.”

경북 포항시 세명고에 재직 중인 장은우(42) 교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3월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각종 장학생 선발 공고 및 학생 지원 서류들을 꺼내 들었다. 장 교사는 “학기 중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각종 공문을 살펴보고, 차상위·저소득 가정 및 다양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말로만 걱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품의 결과로 장 교사가 지난해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 중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연계돼 혜택을 보고 있거나 지원결과를 기다리는 학생들만 4명. 삼성 꿈 장학생, 적십자재단 교육복지 장학생, 시교육청의 교육복지119 및 태풍침수 가정지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수재 피해가정지원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장 교사가 아이들 성적표 이면에 있는 삶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0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6년 어학연수를 위해 6개월 동안 머물던 필리핀의 한 마을에서 선교사를 만나 주말마다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많은 교육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시골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대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지켜보며, 이러한 노력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면서 “이후 교단에 서게 된 뒤에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이 있다면 더 나은 상황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그리고 타인을 향한 도움의 의미를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다. 장 교사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생들과 학급 특색활동으로 ‘생명존중교육’을 진행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교사의 생명존중 수업을 토대로 아이들이 관련된 이슈를 선정하도록 했는데, 지난해는 ‘태풍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제로 정해졌다. 아이들은 두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성금을 모으자는 데 뜻을 모았고, 이를 위해 화분 만들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직접 스투키와 알로카시아 화분을 만들어 가꾼 후 주변 선생님들에게 이를 분양·판매한 끝에 소정의 후원금이 모였다. 적은 돈이지만 학급의 이름을 달아 지난해 9월 태풍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 지역 수재민을 돕는 의연금으로 기부했다. 장 교사는 또 존중과 배려의 대상 범위를 더 확대해 다른 생명체까지 포괄하는 환경교육 활동도 진행했다. 그는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자연에 대한, 생명에 대한 존중감과 배려를 배우고 우리의 작은 실천이 누군가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장 교사는 “담당 과목인 한국사를 재미있게 잘 가르친 선생님보다는 바른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가슴 따뜻한 선생님,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학생들에게 디딤돌이 되어 주었던 좋은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앞으로 100년은 지금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라면서 “아이들에게 수학 공식, 영어 단어, 국어 문법과 같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협동, 자주, 성실, 존중과 배려, 나눔과 같은 가치와 태도를 가르쳐주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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