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때 내놓는 정부의 세금 완화는 ‘정책 낭비’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3. 4. 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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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김종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 ②/③
부동산 하락기에는 정부의 세금 완화 정책이 먹히지 않기 때문에 정책 낭비가 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지난 4월 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모습./뉴스1

☞ ①/③ 편에서 계속

김종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지난 2022년 대선 직전에 벌어진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에 대해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권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그의 극적인 경험을 듣고 난 뒤, 주제를 지금의 부동산 시장 동향으로 바꾸었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경제 현안을 분석하는 일이 요즘 김 실장의 주업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의 경험의 깊이를 알아 보기 위해 김 실장이 기획재정부 공무원 시절에 담당했던 조세 정책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세금도 여러가지 분야가 있는데, 주로 어떤 분야를 담당 했나?

“재산세, 소비세, 소득세 등 세제 관련 주요 분야의 정책 입안은 다 했다.”

유가보조금 제도 도입

—주로 기억에 나는 정책이 있다면?

“2000년 소비세제과 사무관으로 근무했을 때 ‘1차 에너지 세제 개편’ 작업을 했다. 유가보조금 제도를 그 때 처음 만들었다. 당시에는 LPG(액화프로판가스)에 붙는 유류세가 1리터당 23원이었는데, 이후 7년간에 걸쳐서 411원까지 올렸다. 경유세율은 155원에서 421원으로 인상했다.

급격한 세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진통이 엄청났었다. 여러 방면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화물차, 선박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는 유가보조금 제도를 만들어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김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또 당시에 쌍용자동차에서 만든 픽업트럭인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간주해 국세청에서 특별소비세를 매겼는데, 그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화물차로 판정해 과세가 안되도록 한 적도 있다. 차량에 대한 불합리한 세금 정책을 바로 잡은 것이다.”

쌍용자동차가 2006년에 만든 SUV 차량 '무쏘스포츠'. 출시 당시 승용차로 분류되어 특별소비세를 내다가, 이후 화물차로 분류가 변경되면서 면세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OSX(위키피디아)

—다른 정책은?

“2018년 소득세제과장 시절에는 종교인 과세 제도를 시행했다. 2017년과 2018년은 지난 50여년간 소득세 과세를 유예해 온 종교계에 대해 소득세 과세를 시행하느냐를 두고, 종교계와 정치계가 양분되어 국론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담당 사무관과 함께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모시고 전국의 거의 모든 종교계 종단의 지도자들을 찾아 다니면서 설명과 설득을 하고 의견을 수렴했었다. 마침내 2019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는데 원만한 대타협을 이뤄냈다. 가장 보람스러운 기억이다. 그 밖에 재산세제과에 근무할 때에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에 참여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 종교인 과세 제도를 시행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지난 4월 18일 도쿄에서 특파원단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경기도청

—어떤 부동산 대책인가?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시에는 실무 사무관 중 한사람이었다. 부동산 임대소득 및 부동산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 문제와, 수년간의 부동산 대책 수립 때 관련 세목의 사무관과 과장으로 많은 일을 했다.”

—부동산 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담당했나?

“부동산 세제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 거의 모든 세금은 부동산과 연관이 된다. 예를 들어 소득세는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데, 부동산에서 나오는 소득도 있기 때문에 소득세 담당자도 부동산을 잘 알아야 한다. 부가가치세도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부동산 신탁에서의 부가가치세 문제는 매우 어려운 부동산 세금이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취득세, 종부세 등 모든 세금이 부동산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세제 정책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부동산 세제에 관여한다고 보면 된다. 나도 조세 정책을 담당했던 19년 동안 부동산 현상에 관심을 갖고 분석해왔다.”

文정부 세금 정책의 문제점

—현재 주택, 상업용 부동산, 토지 등 부동산 시장 동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세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의 세금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다. 세금을 내야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키는 현상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봉급에서 내야하는 근로소득세만 빼고, 다른 세금들은 거의 모두 반드시 전가된다.”

—예를 들면?

“정부가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올리면, 파는 사람이 더 높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 그러면 그는 그 세금만큼 가격을 올려서 판다. 정부가 종부세를 올리면 집 주인이 집을 팔 때 종부세 낸 것을 포함해 집값을 올려 판다. 그게 세금의 특성이다. 내가 20년 가까이 세제 실무를 하면서 느낀 경험은 주세, 부가가치세, 양도세, 취득세 등 모든 세금을 올리면 가격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주택, 상가, 오피스텔 등 부동산의 세금을 올리면 주인은 그 세금을 세입자나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진은 지난 2022년 7월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피스텔 건물들./뉴스1

—그러한 경험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 어떤 시사점을 갖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주택 공급이 안된 상태에서 세금을 올리다 보니 가격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 때 유동성(자금)을 많이 풀어 시중에 넘친 자금이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으로 몰려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부동산 가격에도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떨어져야 한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을 강화하기 이전 수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돈을 풀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본다. 통화정책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 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주택 가격은 2015년이나 2016년 수준 쯤으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토지나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만큼 상승율이 크지 않았으니 하락 정도는 덜하겠지만, 그래도 거품은 빠져야 한다고 본다.”

집값, 올해말까지 하향 추세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상승 추세로 반전된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 반등인가?

“세종시와 서울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만 약간 미동하고 있다. 추세적인 반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파트 가격은 전반적으로 아직 하향 추세라고 생각한다.”

—향후 전망은?

“전국적으로 볼 때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동산 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과거의 어떤 시기와 가장 많이 닮았나?

“이명박 정부 초기와 많이 닮았다. 당시에도 종부세와 각종 세금 규제를 다 풀었다. 전임 노무현 정부가 박은 대못을 뽑기 위해서라며 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하지 않았나? 지금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그 때와 꼭 같다. 수단만 다르지, 전반적인 기조는 이명박 정부 초기와 신기할 정도로 꼭 같다.”

현 정부의 부동산 세금 정책 기조는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 시절과 꼭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지난 2013년 초 청와대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모습./조선일보 DB

—윤석열 정부가 지금 쓰고 있는 정책들이 길게 보면 어떤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나?

“일시적으로는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지는 않는다. 어느 순간 유동성 거품이 거둬지면 부동산 가격이 반등할 것이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에는 부동산 부양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도 올 수 있다.

그 때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세금 인상이나 토지거래 허가 등 규제를 많이 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을 부추길 것이다.”

정책 낭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 세금 부담을 높이고 거래 규제를 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정책 아닌가?

“그것이 정부의 역할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 판단을 잘 하고 조급하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처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더 올리면 안된다.

반대로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할 때에는 세금 규제를 풀어도 규제 완화의 효과가 없다. 정책 당국자의 기분만 좋아질 뿐이다. 효과도 없는 정책을 쓰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 낭비이다.”

—정책 낭비가 일어나는 이유는?

“어느 정권이든지 착각하는 것이 있다. 세금을 통해 경제 흐름을 바꿔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이 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억울한 사람들의 사정을 해소하는 측면은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정책 당국자들은 세금으로 경제 흐름을 바꿔 보겠다는 유혹을 많이 받는다. 만약 정부가 조세 정책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망하는 나라가 어디 있었겠나?”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는 세금 정책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유혹을 많이 받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조세 징수의 실무 기관인 국세청의 정부세종청사 본청./국세청

—정책 낭비의 사례를 든다면?

“집값이 급등할 때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완화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지금처럼 집값이 하락할 때에는 집 주인들이 가격 하락이 아쉬워 규제를 풀어도 집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완화해도 큰 효과가 없다.

문재인 정부 말기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집값 하락기에 이 정책 카드를 쓴 것은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정책 낭비이다.”

김 실장이 종부세 이야기를 덧붙였다.

“더구나 현 정부는 이 카드를 쓰면서 동시에 2주택자의 종부세를 대폭 완화했다. 2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별로 없는데, 왜 집값 하락기에 집을 팔겠나? 그러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완화해도 시장에 매물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세금 규제를 원칙없이 푸니 효과가 서로 상쇄되면서 정책 효과가 제대로 안나타나고 있다. 조세 정책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더 촉발하고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인데, 윤 정부가 쓴 정책들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한 것 같지는 않다.”

김 실장이 몸을 뒤로 젖혀 소파에 기대며 잠시 한숨을 쉬었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약간 냉각시키기 위해 질문의 주제를 바꾸었다.

부동산 시장 3대 리스크

—현재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불확실성)를 3가지 꼽는다면?

“리스크를 정책으로 제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정한다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최대 리스크는 정치적인 요인이다. 작금의 정치 환경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정책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경제와 정책의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을 꼽는다면, 첫째는 세계경제 침체, 둘째는 전세계적인 금리인상, 셋째는 우리나라의 막대한 가계부채이다.”

세계경기 침체는 한국 부동산 시장 안정의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영국 런던의 한 야채 가게./AFP 연합뉴스

—세계경제 침체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최근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전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번 전망 때보다 상향조정하면서, 우리나라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다. 올해 물가상승률도 3% 정도 갈 것으로 봤다.

이렇게 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가 높으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경기침체로 돈을 못버니 부동산을 살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계경제 침체에 대해 우리가 따로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겠나?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 될 것 같지만, 한 2년 정도는 견뎌야 할 것 같다.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연 4.75~5.00%에서 앞으로 5.25~5.50%로 올라간 뒤 연말까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따라서 내년까지는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 같다. 올해나 내년에 바로 경기회복으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두번째 리스크인 전세계 금리 인상은 어떤 효과를 내고 있나?

“부동산 거래량이 떨어지고, 분양 물량이 줄고, 미분양 아파트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금리가 올라서 신규 주택 분양이 안되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돈을 빌려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위험한 상황이다.

한 PF가 부도나기 시작하면 여러 금융회사로 연쇄적으로 번질 것이다. 보통 부동산 PF에는 한 금융회사만 참여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도 한국 부동산 시장 안정의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미국 금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지난 4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IMF(국제통화기금) 총회에 앞서 통화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세번째 리스크인 가계부채는 어느 정도 심각한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022년 9월말 현재 1870조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06%이다. 주요국 가운데 이 비율이 100%가 넘어가는 나라는 한국, 캐나다, 스위스 정도이다. 주요국 평균은 84% 정도이다.

게다가 가계부채를 계산할 때 임대업자들의 임대 보증금과 개인 사업자들의 대출까지 포함하면 GDP의 170~180%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렇게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금리마저 높으니 앞으로 개인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지 않겠나?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김 실장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국내외 3대 리스크를 일일이 거론했다. 정부는 이 리스크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대화가 이어졌다.

조세 정책 담당 공무원 출신인 김종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이 지난 4월 13일 인터뷰를 갖고, 부동산 세제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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