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종부세 오판…내 조언 들었으면 정권 안 내줬을 것”
김 실장이 인터뷰 도중 말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전해인 지난 2021년에 내 의견을 들었다면 정권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세금 공부를 제대로 안해 세금 정책을 너무 이념적으로 다뤘고, 관료들이 이를 방관했기 때문이다.”
김종옥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조세 정책 담당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낸 사람이다. 그는 어떤 근거에서 이런 말을 할까? 세금과 정권 교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만약 세금 정책이 바뀌었다면 정권의 운명도 달라졌을까?
필자는 독자들이 관심이 있을 부동산 세제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지난 4월 13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 우정관 201-1호 접견실에서 김 실장과 마주 앉았다. 그는 검은색 티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각종 경제 현안 분석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대화가 시작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국회의장 소속 기관으로, 국회의원들의 입법을 지원하는 일이 기본 기능이다. 국회 입법에 필요한 현안에 대해 조사와 분석을 하고, 필요하면 법안 초안을 만들어서 의원들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업무 외에 거의 매일 경제와 산업 부문 현안을 분석해 보고서를 만든다.”
—그 보고서를 누가 보나?
“기본적으로는 국회 입법조사처장, 국회 사무총장, 국회 의장실의 비서실장·정무·정책 수석들과 정책 담당 비서관들이 본다. 중요한 사항은 국회의장도 보는 걸로 알고 있다.”
국회의원 입법 지원
—보고서가 입법에 영향을 미치는가?
“여야 의원들이 의사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국회 의원들에게 각종 현안의 흐름에 맞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김 실장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경제 동향 및 현안 보고’ 서류철을 들어 보여줬다. 표지의 보고 대상 명단에 ‘(국회)의장님·(국회사무)총장님 보고자료'라고 적혀 있었다.
—오랫 동안의 공무원 경험이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여년 관료 생활 동안 정책담당 부서라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매일매일의 주요 현안사항에 대해 이슈 페이퍼 식의 보고자료에다 현안 파악에 필요한 정책 동향, 관련 통계, 쟁점 사항, 정책 전망 등을 보고하는 자료 작성이 습관화 되어 있다. 그래서 국회 싱크탱크로 불리는 입법조사처에 이러한 노하우를 정착시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정책 부서임에도 입법조사처의 현안 분석 능력과 학습 능력이 생각한 것보다 미흡해 정착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현안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의원 이외에 언론과 국민에게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조세 정책 19년
김 실장이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는 대략 파악이 됐다. 그는 어떤 이력을 거쳐왔을까?
—그동안 주로 어떤 일을 해 왔나?
“나는 직업 공무원 출신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5년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 전신) 소비자정책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1998년 2월에 재정경제원이 재정경제부로, 2008년 2월에는 다시 지금의 기획재정부로 바뀌었다. 나는 2000년 재정경제부 시절에 세제실에 발령 받아 이후 19년 동안 조세 정책을 담당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직업 공무원이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된 계기는?
“당정 간에 원활한 정책 협의를 위해 주요 정부 부처에서 여당의 정책위원회에 공무원을 파견해 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하도록 국무총리 훈령이 규정하고 있다. 당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에 파견되어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정책을 수립했다.”
—어떤 일을 했나?
“당 정책위원회에서 직접 문서를 작성하고, 당론 법안도 만들고, 의원들에게 설명도 했다. 여당에서 일은 했었지만, 여당의 이념과 강령을 따르는 정치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2022년 대선의 세금 이슈
—당시는 2022년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때였는데, 세금과 관련해 주요 이슈는 무었이었나?
“종합부동산세 조정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가 양대 쟁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후반에는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등 부동산 세제가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그래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하나씩 깊이 있게 물어 보기로 했다.
—당시 종부세의 논점은?
“2020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위기 극복을 위해 대폭적인 재정 지출과 금리 인하로 2020년과 2021년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 초과였는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의 4분의 1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됐다. 또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 이하였다. 실거래 가격 9억원 이하의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금 부담이 급증해 집을 팔고 같은 평수로 이사를 가려고 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돈이 부족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85㎡ 이하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들도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너무 커서 줄여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양도세 중과 완화는 어떤 이슈였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나와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이 조정 지역의 경우 최고 82.5%까지 올라가니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려고 했다.”
집값 폭등을 잡아라
—어떻게 진행 됐나?
“김진표 의원과 유동수 의원이 중심이 되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행정부 근무할 때 조세 정책 경험이 풍부한 김진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내가 실무작업을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완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는데, 가장 중요한 대응책은 금리 인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세금 문제를 검토했는데,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취지에 따라 상위 2% 정도만 내도록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완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당시에 많은 학자들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고가주택을 가진 부유층이나 다주택 투기꾼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의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래도 ‘2% 종부세’ 방안은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면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동의를 얻었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은 의원들 반대가 워낙 심해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은 어떻게 결론이 났나?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렸다. 민주당 대부분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
좌절된 양도세 중과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제도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가 심해 당론으로 만드는데는 실패했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 1주일도 안되어서 시행했다. 그 조치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민주당 시절에 했어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쉽다.”
—그 당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완화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집값이 올라가는 와중에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으면서 집값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고 연착륙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집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기회도 더 많아졌을 것이다.”
‘2% 종부세’ 부과 방안
김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TF에서 처음에는 집값 상위 2%만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끝났다. 당시 논란이 됐던 ‘2% 종부세’ 안이 바뀐 과정이 궁금했다. 질문을 이어갔다.
— ‘2% 종부세’ 방안은 송영길 대표도 채택을 했다고 했는데, 왜 바뀌었나?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과세 대상을 집값 상위 2%로 한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을 감안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이 ‘2% 방안’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
“과세 기준이 되는 주택 가격을 11억원 혹은 12억원으로 고정해 놓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과세 대상자가 3% 혹은 4%로 늘어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도입한 종부세의 취지는 고가주택 소유자 1~2%에게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취지에 맞게 법에 과세가 되는 대상을 한정해 놓고, 구체적인 기준 금액은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 규정하면 되지 않나?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종부세 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렸는데, 그것이 대략 상위 2%에 해당한다.”
법 체계 위반 아니다
—과세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일정한 비율로 한정하는 것은 현행 세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당시에 정부와 학계에서도 많은 지적을 했지 않나?
“나는 그게 오해라고 본다. 법에 구체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놓고, 시행령에 구체적인 기준 금액을 적으면 된다고 봤다.”
—그런 전례가 있나?
“이와 꼭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본세 세율에 일정한 비율을 가감하는 탄력세율을 정할 때 기존 세율의 30% 범위 내에서 정하되 구체적인 숫자는 시행령에서 정한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법에 과세 대상이나 세율의 범위를 정한 뒤에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 정하면 된다고 본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헌법에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그래서 경제 현상에 맞게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게 세율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탄력세율이다.
지금 한동훈 법무장관도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정하는 검찰청법이 수사 대상을 무엇무엇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등’ 자 하나에 근거해 시행령에서 수사 대상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 않나?”
열심히 설명하느라 김 실장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정치 쟁점이 된 종부세
— ‘2% 종부세’ 방안 대신,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두 방안의 차이는?
“당시 공시가격 기준으로 2%에 해당하는 주택 가격이 약 11억5000만원이었다. 그래서 어떤 방안을 택하든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2% 기준을 적용하면 정부의 세금 수입이 5조원 정도가 됐다. 정부의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많은 주택 보유자가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이 됐다.”
— ‘2% 종부세’ 안을 채택할 경우 납세자들은 자신이 종부세 대상이 될 지 안될 지 알 수 없지 않나?
“아니다. 만약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전국 집값의 상위 2% 이내에 있는 주택이라는 규정이 세법에 있었더라면 국민들은 내 집값이 상위 2%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를 따졌을 것이고, 그 답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내 집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지 아닌지 불안해 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정치 쟁점이 될 수 없는 사항 임에도 이를 간과한 것 때문에 종부세라는 세목 자체가 정치 세금이 되면서 대선을 판가름한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나의 제언을 수용했다면 대선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대선의 판도를 흔들다
—대선의 결과가 달라졌다니?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종부세 대상이 급증했다. 전국의 아파트와 단독주택 가운데 종부세 대상이 되는 비율을 보니 2020년 1.9%에서 2021년 3.2%로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새로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전국에서 30만채쯤 됐다. 한 사람이 여러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소유자 기준으로 하면 약 19만명이었다. 대부분 서울의 마포구·용산구·동작구·강동구 등 한강 벨트와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 거주민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종부세 대상을 축소해 2% 이내로 묶지 않으면 19만표가 떨어져 나간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부동표를 다 잃어버린다고 말이다. 작년에 안내던 종부세를 당장 올해부터 내야 하는데 누가 여당에게 표를 찍겠나? 그러나 국민의힘과 정부의 반대에 밀려 결국 2% 방안 대신 주택 기준선을 11억원으로 올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9만표가 그렇게 컸나?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약 25만표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이겼다. 부동층 가운데 민주당을 지지하려던 사람 약 13만명만 잃지 않았어도 이길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19만표의 향방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중소형이었다. 이들의 정치성향을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인 서울 강남 3구의 보수층과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조세 저항
—종부세 과세 기준을 상위 2%가 아니라 주택가격 11억원으로 정해도 30만채는 종부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납세자의 범위는 결국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납세자들의 불안과 조세저항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다. 종부세 기준을 11억원이라고 해 놓으면 11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면 내년에 내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세금 폭탄’ 걱정에 불안해진다.”
—상위 2%로 정하면?
“만약 상위 2%라고 규정했으면, 전국의 집값이 다 같이 오르는 경우 올해 종부세를 안낸 사람들은 내년에도 자신의 집값이 상위 2%에 들지 않기 때문에 종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30만채를 가진 19만명의 조세 저항이 없어지는 것이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도 자신이 상위 2% 부자라는 생각에 조세 저항보다는 일정 부분 납세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조세 정책의 세수 효과가 같다고 할 경우 조세 저항이 적은 방안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 조세 정책 당국자들의 임무이다. ‘종부세 폭탄’을 걱정하는 유권자의 경우 종부세를 없애겠다는 대선 후보와 유지하겠다는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를 택할까?”
—대선 후에 25만표 차이로 패배했을 때 민주당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
“내 말을 듣고 2% 안으로 밀고 나가 19만표를 잡았어야 했는데 잘못됐다고 하더라. 나보고 돗자리 깔라고 했다.”
—돗자리 깔다니?
“민주당 의원들이 좀 더 과감하게 밀어 붙였어야 했었다는 뜻 같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세금의 정치적 파급 효과에 대해 잘 몰라서 대선에 졌다고 보나?
“그렇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전세계적인 저금리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조합을 잘 해 대응해야 하는데, 부동산 세제 정책은 그렇지 못했다.
조세 정책의 실패가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에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 주택 가격 상위 1~2%에게만 매긴다는 취지를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조세저항도 그만큼 크지 않았을 것이다.”
납세자 갈라치기 논쟁
—그러나 2% 안을 법에 규정했으면, 납세자를 2%와 98%로 갈라치기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갈라치기냐 아니냐를 놓고 본다면 종부세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만들 때부터 갈라치기 하려고 만든 법이다. 고액 자산가에게만 세금을 매기려고 만든 법이다. 지금도 갈라치기 하고 있지 않나?”
김 실장이 흥분하며 말을 이어갔다.
“세금이라는 것이 원래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갈라서 돈 있는 사람에게 많은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다. 소득세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지 않나? 소득이 적은 40% 정도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그래도 그것을 갈라치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재정 수입을 충당하는 것 외에 소득불균등을 재조정하는 것도 조세의 기본적 기능이다. 세금 부과에 갈라치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정치적 악의이다. 민주당이 왜 갈라치기라는 비난 프레임에 휘말렸는지 모르겠다. 이 프레임 싸움에 져서 대선에 패배한 것이다.”
—조세 정책의 측면에서 볼 때 대선 패배의 원인을 요약하면?
“민주당 사람들이 세금 공부를 제대로 안해, 세금을 너무 정치적 이념적으로 보는 바람에 대선에서 졌다고 생각한다.”
—무슨 뜻?
“종부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집값의 호가만 올라가서 이익이 실현되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을 부동산 갑부라고 단정해서 세금으로 응징하려고 했다. 많은 부동산 부자들에게 폭넓게 적용하려고 하다 보니, 종부세 부과 대상자를 상위 2%로 작게 한정짓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초반에 의원들 사이에 팽배했다.”
김 실장이 말을 이어갔다.
“세금은 어떤 경우에도 징벌적 세금이 되어서는 안된다. 형벌이 징벌적이어야지, 세금이 징벌적으로 되면 사회적 흉기가 된다. 사회 현상에 맞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집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집 있는 사람이 집 값이 올라 부자가 됐으니 세금을 내야 한다며 세금을 매기다 보니 징벌적 세금이 된 것이다.
세금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납세자의 수용성이다. 징벌적 세금이 되지 않아야 납세자들이 수긍하고 조세저항이 적다.”
종부세, 없애야 하나?
김 실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문제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신이 어떤 입장을 갖고 행동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종부세에 대한 그의 견해를 재차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이어갔다.
—종부세 대상을 상위 2%로 축소할 바에야 아예 없애도 되지 않나?
“종부세가 갖고 있는 순수한 기능, 즉 전국적으로 한정된 부동산 가운데 아주 고액의 부동산을 일부 사람들이 갖고 있다면, 그 가치를 어떻게든 사회에 환원하는 기능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세목의 이름이 종부세든, 다른 이름이 되든 그러한 사회적 환원 기능은 필요하다.”
—왜 그런가?
“서울의 땅값이나 집값이 비싼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서울에 많은 도로, 지하철, 통신 등 인프라를 깔아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의 땅값이나 집값이 서울에 비해 덜 올라간다. 지방 사람들이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방소멸이 점점 극심해지고 있지 않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경우 그 혜택의 일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해 지방으로 돌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국세로 걷어서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나눠주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국토균형발전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산세와 통합엔 반대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면 어떤가?
“위험한 발상이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돼 나름대로의 기능을 해 온 것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없애면 안된다.”
김 실장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종부세를 내는 ‘상위 2%’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면서 특별한 인프라 덕택에 집값 상승의 혜택을 누렸다. 만약 재산세로만 부과하면 재산세는 지자체가 걷어서 자기 지자체 내에 쓰기 때문에, 지자체 가운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 인프라 시설 투자가 서울에 더 집중될 것이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더 올라가면서 지방 사람들이 더 희생을 하게 된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종부세의 이러한 기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산세도 내는데 종부세까지 내면서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재산세 납부 내역을 빼주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본다. 아울러 좀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경우 재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부동산에 비교해 볼 때 특별한 사회적인 혜택을 보아 형성된 가치이고, 종부세는 여기에 과세하는 것이므로 이론적으로도 이중과세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세금 논쟁에 대한 긴 대화가 끝났다. 김 실장과의 대화 주제가 지금의 부동산 시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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