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피자 만들고 감잎차 한잔… 상주하고픈 ‘청정 상주’[농촌愛올래]
친환경 인증 ‘살롱드봉강’서
유기농 채소로 피자 만들고
지역특산차 ‘윤찻집’에 앉아
4가지맛 감잎차 음미 ‘여유’
국내 유일 비단 물들이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보유
상주=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체험은 어린이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어른이 해도 재미있네요!” 봄이 농익어 가는 지난 22일 경북 상주시 천봉서로의 친환경 식당 ‘살롱드봉강’에서 만난 김명숙(여·40) 씨는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신난 표정이 역력했다. 경북 안동에서 주말여행을 온 김 씨는 “유기농 재료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듣고, 자연 친화적인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체험을 하니 피자 만들기가 훨씬 즐겁다”고 말했다.
2021년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으로부터 친환경 식당으로 지정된 살롱드봉강의 황진영(여·44) 대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피자를 만들 때 유기농 재료만 쓴다.
황 대표가 “토마토소스를 피자 반죽의 테두리 2㎝만 제외하고 얇게 펴주세요”라고 말하자, 체험객들은 어린이처럼 따라 하기 바쁘다. 황 대표가 그 뒤 “소시지, 버섯, 감자, 호박, 올리브, 루콜라, 옥수수, 비트, 말린 바질 등의 순서로 반죽 위에 올려주세요”라고 말하자 피자 장식에 열을 올린다.
임신 8개월 만삭인 아내와 경북 구미에서 참가한 남영규(42) 씨는 “결혼 7년 만에 첫애 출산을 앞두고 참가했는데,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고 싱글벙글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친환경 피자를 1개씩 받았는데, 2인 1조로 참가한 사람들은 1개는 현장에서 맛보고, 1개는 집에 가져가서 가족이나 친지와 즐길 수 있어서 ‘일석이조(一石二鳥)’라며 좋아했다.
경상도의 ‘경상’은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를 더해서 만든 것이다. 그만큼 상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고장이며, 예부터 학문 깊은 선비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상주의 특산품인 곶감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며, 상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과목(果木)도 감나무다. 감과 관련된 관광상품이 없을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피자 만들기 체험으로 만든 유기농 피자로 점심을 먹은 체험객들은 상주 유기농 감잎차 수업을 듣기 위해 연원동 마을회관 근처에 있는 ‘윤찻집’으로 향했다. 윤찻집을 운영하는 윤신천(여·63)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주 시내에서 찻집을 운영하다가, 상주시 외곽의 고가(古家)로 이사한 뒤 현재는 찻집은 하지 않고 체험객을 대상으로 한 차 수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수확한 뒤 1박 2일 동안 말린 감잎을 비벼 생채기를 내는 일로 체험을 시작했다. 말린 감잎차에 생채기를 내야 찻물이 잘 우러나온다고 한다. 그 뒤 체험객들은 지난해 4월, 지난해 7월, 3일 전, 당일 손질한 찻잎 등 4가지 다른 찻잎으로 만든 4가지 감잎차를 마셨다. 그 뒤 다시 한 번 찻잎을 우려내 두 번째로 우려낸 차 맛을 음미했다. 대구에서 온 서가은(여·30) 씨는 “위장병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건강한 음식(피자)과 차를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에서 온 조은정(여·48) 씨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내 입으로 감잎차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동에서 온 김명숙 씨와 이경미(여·40) 씨는 “같은 종류의 차가 만든 시기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다른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참가한 남영규 씨는 “그동안 찻잎을 직접 만져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차를 만지면서 체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이색적이었다”며 “차를 만든 시기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신기해했다.
특히 이날 감잎차와 함께 나온 다식(茶食)도 체험객의 눈길을 끌었다. 상주의 명물인 곶감과 호두를 넣은 곶감, 얇게 잘라 과자처럼 말린 감 등은 보기에도 예쁠 뿐 아니라 고급 다식이 지닌 은은하고 여운이 오래 가는 깊은 단맛을 품고 있었다. 이날 체험 행사 참가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자신이 손질한 감잎차를 조금씩 나눠 가지고 돌아갈 수 있었다. 윤신천 씨는 수업을 마칠 때쯤 체험객들에게 “집에 가서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드는 곳에 하루, 이틀 잘 말리면 꽤 오랫동안 집에서 감잎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 지역 농촌관광 브랜드인 상주와락 정다빈 프로젝트매니저(PM)는 “상주는 국내 유일의 명주 비단 물들이기 체험, 소시지 만들기, 감 따기, 사과 따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당일, 1박 2일 등 여러 여행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촌서 귀한 20대 활동가… “소외된 상주 알리는 것에 보람”
■ 정다빈 상주와락 프로젝트매니저
“그동안 관광객이 찾은 적이 거의 없던 곳을 여행 상품으로 만들어 알리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정다빈(22) 상주와락 프로젝트매니저(PM)는 요즘 농촌에서 찾아보기 매우 어려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농촌관광 활동가다. 50대, 60대가 ‘젊은이’ 취급을 받는 요즘 농촌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농촌관광 PM으로 활동하다 보니 훨씬 더 역동적이며 이색적인 상품들이 나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PM은 상주로 귀촌한 가족을 따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도권에서 상주로 이주했다. 상주 낙동초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과정은 홈스쿨링(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재택 교육)으로 마쳤고, 고등학교는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정 PM은 지난해부터 상주 지역 농촌관광 브랜드인 상주와락 PM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PM은 “상주와락 PM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상주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22일 진행한 피자 만들기 체험과 유기농 감잎차 수업은 모두 상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여행 상품이다. 정 PM의 역할은 그동안 소외돼 온 상주 여행 상품을 새로 발굴하고, 관광객의 니즈(요구)를 반영해 개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날 정 PM은 관광객이 피자 만들기와 유기농 감잎차 수업을 받을 때 거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남기고 체험객의 반응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는 “앞으로 상주 여행프로그램은 ‘실제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상품을 기획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상주 지역 단위 농촌관광(농촌애올래)에서 크게 조명되지 않았던 살롱드봉강의 황진영(여·44) 대표나 윤찻집을 운영하는 윤신천(여·63) 씨를 농촌애올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도 정 PM이었다.
정 PM이 농촌 관광에 뛰어든 것에는 아버지인 정경수 상주와락 총괄기획책임의 영향도 컸다. 정 책임은 상주 지역 농촌관광 브랜드인 상주와락을 총괄하면서, 상주시 낙동면 승곡체험마을 사무장도 겸하고 있다.
정 PM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등이 완화됐지만, 아직 농촌 관광에는 온기가 많이 체감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등이 지원해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프로그램도 좋은 여행 상품이 많으므로 많은 분들께서 농어촌에서 올해 휴가를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옷벗고… 드러눕고…“공사비 달라” 떼쓴 ‘서초건폭’ 검찰 송치
- 박지민 아나운서, 비속어·반말 진행에 빈축…“대본에 없던 표현”
- “우크라, 전쟁 1년 때 모든 수단 동원해 모스크바 폭격 준비했었다”
- 미·유럽, 탄약·미사일 잇단 고갈사태… “기존 물량 복구하려면 20년 걸릴 수도”[Global Window]
- “고아라고 성경험·성병 진단서 떼오라는 예비 시어머니”
- 마사지숍에서 성추행 당한 아내…남편 “그것 좀 만졌다고”
- 7월부터 ‘월화수목일일일’…주 4일제 한다는 ‘중앙아시아 자원부국’
- “서세원 호화로운 생활? 비즈니스 호텔서 살아”
- ‘어제는 김현아, 오늘은 박순자’…이재명, 송영길 질문에 여권 인사로 ‘물타기’?
- 美 명문대 MIT “한동훈 딸 입학 유지” 공식 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