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초비상...신용잔고율 10% 이상 종목 배 증가

김화균 2023. 4. 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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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집계, 신용잔고율 10% 이상 종목 21개
5%이상도 269개로 코스닥 비중 높아
금융당국-증권사 과열 경고음
2거래일 연속 하한가 폭탄 6개 종목. 주가가 반토막 났다. 디지털타임스

증권사에서 이른비 '빚투'(빚을 내 투자) 거래를 의미하는 신용잔고율이 10%를 넘는 주식이 올해들어 배로 늘어났다. 신용잔고율 외에도 신용거래 융자 잔고 등 '빚투' 과열은 뜻하는 지표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과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증권사들도 신용대출 중단하거나 증거금을 높이는 등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21개 종목이 신용잔고율 10% 이상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 수는 2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9개에서 곱절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신용잔고율이 5% 이상인 종목 수도 269개에 달했다.

코스닥 종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신용잔고율 10% 이상 전체 종목 가운데 13개가, 5% 이상 전체 종목 중에서는 228개가 코스닥 종목이었다.

종목별로 보면 영풍제지의 신용잔고율이 15.9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다올투자증권(14.78%), 우리넷(12.68%), 선광(12.59%), 세방(12.17%), 빅텍(11.9%), 제주반도체(11.59%) 등의 순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용잔고율 상위 기업

이 중 선광과 세방은 최근 이틀 연속 매도 폭탄에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선광은 지난 21일 종가가 16만770원이었으나 25일 8만2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세방도 4만3050원에서 2만1150원으로 추락했다.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수급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되므로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볼 뿐 아니라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 24일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도 물량이 집중되며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도 신용잔고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선광과 세방을 비롯해 삼천리(10.65%), 서울가스(7.64%), 대성홀딩스(6.79%) 등 모두 신용잔고율이 5%를 훌쩍 넘었다.

◇곳곳에서 우리는 '빚투' 경고음

증시 지표 곳곳에 '빚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코프로 계열 등 2차 전지주에 묻지만 빚투가 이어지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담보 대출을 일시 중단한 증권사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를 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용융자잔고는 16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24일 기준 20조432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중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5600억원로 유가증권 시장을 추월했다.

증권가 내부에선 빚투 경고음이 시장 전체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현재의 장이 이상 과열"이라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레버지 투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금감원과 금융권이 할 수 있는 일을 면밀히 살피고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도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부당한 권유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올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2차전지 등 미래 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신용 거래가 급증했다"며 "주식 시장이 이상 과열된 와중에 테마주 투자 심리를 악용한 불공정거래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 조사 부문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선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라"고 말했다.

◇빚투 조절나선 증권사들

증권사들도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에 따른 폭락으로 추정되는 종목들과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대해 빚투 조절에 나섰다. 이들 종목을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하거나 증거금률을 높이는 조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26일부터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과 그 지주사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 7개 종목을 신용대출 불가 종목에 포함하고 증거금률을 100%로 변경했다. 대상 종목은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와 엘앤에프,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나노신소재, 알엔투테크놀로지 등이다.

키움증권도 선광, 하림지주, 세방 등 이른바 '하한가 폭탄' 8개 종목을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가능 종목에서 제외했다. 위탁증거금도 100% 징수로 상향했다.

KB증권도이들 8개 종목과 2차전지 관련주 금양에 대해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하고 신용대출 종목군에서 제외했다. 이들 종목의 증거금률이 기존 30∼40%에서 100%로 조정되면서 차입을 통한 종목 매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은 주식·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증권 담보 대출을 중단하고 신용융자 매매 한도를 5억원으로 축소했다. 자본시장법으로 규정된 신용공여 한도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다.

NH투자증권도 선광을 제외한 나머지 7개 종목과 2차전지 테마주 애경케미칼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했으며, 증거금률도 100%로 올렸다.

한국거래소는 다올투자증권, 서울가스, 선광에 소수 계좌의 거래가 집중됐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 3개 종목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김화균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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