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흑인 슈퍼스타’ 해리 벨라폰테 별세

1950년대 미 팝스타 해리 벨라폰테. /뉴시스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50년대 흑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 대중문화계 정상에 올라서 역사를 썼던 해리 벨라폰테가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벨라폰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자택에서 숨졌다. 벨라폰테의 홍보 담당자인 켄 선샤인에 따르면, 그의 사인은 심장 순환 능력 저하인 울혈성 심부전으로 확인됐다.

NYT는 “인종차별이 일상적이고, 대중매체에서 흑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기에 벨라폰테가 연예계 정상에 오른 것은 역사적이었다”며 “벨라폰테는 인종적 장벽을 뛰어넘은 최초의 흑인 엔터테이너는 아니었지만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벨라폰테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타는 이전에 없었다”고 평했다.

1927년 뉴욕 할렘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벨라폰테는 ‘데이-O’, ‘자메이카 페어웰’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캐리비안 음악 열풍을 일으켰다. 두 곡이 수록된 앨범 ‘칼립소’는 1956년 발매 직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라 31주 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벨라폰테는 대중음악뿐 아니라 영화, 브로드웨이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는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LA), 뉴욕을 오가며 공연했고, 역사상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흑인 연주자가 됐다. 가수로서의 성공은 영화 제의로도 이어졌다. NYT는 할리우드에서 흑인이 주연급 역할로 성공을 거둔 것은 벨라폰테가 최초라고 전했다.

벨라폰테는 1950년대 후반부터 흑인 민권운동에 집중했다.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친분을 쌓아왔던 그는 킹 목사의 열렬한 지지자인 동시에 적극적인 후원자이기도 했다. 벨라폰테는 민권운동가들을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보석금을 지불했고, 킹 목사가 암살당한 후에는 유족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로도 꾸준히 정치적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 왔다. 2013년에는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빌 드 블라시오를 위해 캠페인을 벌였고, 2016년 대선 직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NYT에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