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전세사기 채권 매입하나…"금융사도 도덕적 해이 벗어나야"
금융당국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권에 경매·매각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영세 부실채권(NPL) 매입기관의 피해주택 채권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피해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후적 대책이 불가피하나,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대출의 보증비율이 낮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깡통전세 피해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감원 본원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대응 강화를 위해 영세 NPL 매입기관이 겪을 어려움을 덜어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가면 당장 이들이 지낼 곳 없이 쫓겨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금융업권에 따르면 인천 전세사기 주택 채권 가운데 절반가량을 NPL 매입기관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경매가 진행됐으나 유찰된 4건도 모두 NPL 매입기관이 가진 채권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캠코를 통해 영세 NPL 매입기관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캠코가 이 주택 채권들을 매입해 경매를 유예하면 피해주택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할 때까지 거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세 NPL 매입기관 한 곳당 인천 전세사기 피해주택 채권 여러 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캠코를 통해 이들의 매입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되면 캠코가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NPL 매입기관들이 캠코와의 전사세기 피해주택 채권에 대한 가격 협상에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금액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캠코가 회계법인을 통해 책정하는 부실채권 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영세 NPL 매입기관들이 제시하는 채권가격으로 캠코가 매입을 하게 되면 일정 부분 손해는 피할 수 없다"며 "전국적인 전세사기로 오피스텔 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도 불확실성이 높아져 이후에 캠코가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지금 가격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후적인 대책이 불가피하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예방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현재 최대 100%인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을 8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증을 통해 은행권에 발생할 손해가 사실상 없다보니 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쉽게 내주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서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전세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증'이라는 제도가 가진 부작용에 집중했다. 박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보증은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대출을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보증이 있기 때문에 금융사는 여신 심사 유인이 약해지고, 임차인도 손쉽게 대출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은행권도 이같은 지적에 공감한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이 담보라서, 대출을 실행했을 때 은행이 져야 하는 리스크가 사실상 없다"며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고, 위험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이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면 필연적으로 소비자들은 전세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빌라나 오피스텔처럼 전세가율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심사가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위험이 덜한 아파트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피스텔 등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자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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