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의 눈으로 정체성을 묻다…영화 ‘리턴 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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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전형적인 '한국인 상'이죠. 그쵸?" "맞아, 네 이목구비가 토종 한국인이야."
영화 '리턴 투 서울'의 주인공 '프레디'는 한국 술집을 찾았다 합석한 무리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입양인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도식을 따르는 대신,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3번에 걸쳐 한국에 머무는 프레디의 모습을 각각 비추며 정체성은 단일할 수 없다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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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전형적인 '한국인 상'이죠. 그쵸?" "맞아, 네 이목구비가 토종 한국인이야."
영화 '리턴 투 서울'의 주인공 '프레디'는 한국 술집을 찾았다 합석한 무리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어렸을 때 프랑스로 입양돼, 스스로를 뼛속까지 프랑스인으로 여기는 프레디에겐 처음 듣는 외모 평가다. 소위 '서구적' 이목구비가 매력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토종 한국인 얼굴'이란 말은 칭찬일까, 조롱일까. 말을 건넨 여성을 향해 프레디는 어색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지만, 태도는 자못 도전적이다. 떨떠름하게 웃는 여성의 표정이 이를 증명한다.
남들이 멋대로 부여하는 의미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곧 영화의 태도와 같다. 프랑스 입양인의 한국에서의 여정을 다뤘지만, '리턴 투 서울'은 '~는 으레 이럴 것이다'는 기대에 번번이 저항한다. 프레디의 한국행은 친부모를 찾으려는 결의에 찬 여정이 아니라 일본에서 보내려던 휴가가 취소되며 이뤄진 우연에 불과하고, 생모라 믿은 사진 속 여성은 입양기관에 고용된 보모로 드러난다. '입양인 이야기'하면 떠오르는 도식을 따르는 대신,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3번에 걸쳐 한국에 머무는 프레디의 모습을 각각 비추며 정체성은 단일할 수 없다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뿌리를 찾아 모국을 방문하는 입양인들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볼 때마다 상황을 너무 단순화해서 담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 현실이나 경험과 비교하면 너무 단순하다고요.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와 사연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인도 입양인도 아니지만, 입양인 친구의 실제 사연에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든 데이비 추 감독의 설명이다. 다만 접점은 있다. 크메르루주 집권 2년 전에 고국을 탈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으로서, 그 역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캄보디아의 유명 영화 제작자였던 할아버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20대에 처음 '부모님의 나라'를 찾았고, 주인공 프레디와 같은 일을 겪었다. "내가 '온' 곳이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들 사이에 속하는 경험".
감독의 설명대로 프레디의 눈에 비친 한국은 낯설고 불편한 장소다. 하지만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 한국 사람이 되라고?"하고 짜증을 내고, "한국은 나한테 해로워"라고 말하면서도 프레디는 번번이 돌아온다. 이유가 뭘까. 서울에서 태어나 9살에 프랑스에 이민을 간 이민 2세로, 프레디를 연기하며 생애 처음으로 본업인 비주얼 아티스트를 벗어나 배우가 된 박지민 배우의 대답은 이렇다.
"프랑스어에 'Je t'aime(쥬뗌)', 'Moi non plus(무아 농 플뤼)'라는 표현이 있어요. '사랑해', '아니, 나는 아니야' 라는 뜻인데, 저한테는 프레디랑 한국이 그런 사이예요. 프레디가 조금 가까이 가려고 하면 한국이 멀어지고, 한국이 다가오면 '어차피 내 나라 아니야 '하면서 밀어내는 거죠. 사람이라는 게 되게 복잡하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저는 프레디가 한국을 증오하면서도 이상한 사랑과 끌림을 느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리턴 투 서울'은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고, 2022 LA 비평가협회 뉴제네레이션상과 보스턴 비평가협회 작품상 등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롤링 스톤즈'는 정체성 위기를 다룬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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