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말도 안돼"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가해자 블랙박스 음성 공개

[아이뉴스24 백소연 기자] 강남 스쿨존 만취운전 사망사고의 가해자 목소리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현장을 지나던 학생들이 친구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지난 24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 A씨의 뺑소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서울 청담동 일대 한 초등학교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현장에서는 사고 당시 A씨의 목소리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서 A씨는 당시 9세였던 B군을 친 뒤 멈추지 않고 현장에서 21ｍ 떨어진 자택 주차장 앞에서 "어"하며 정차했다.

이후 A씨는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량을 대면서 다시 "어? 말도 안 돼"라고 말했다. 그는 주차하고 40여 초가 지난 뒤에서야 현장으로 돌아왔다.

A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뭔가 꿀렁한 것을 밟고 사람인지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배수로 덮개 형태 '방지턱'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언북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안전통행 확보를 촉구하는 학부모회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현장 검증 이후 재판부는 "(현장에서 특히) 배수로의 높이가 아이를 방지턱 내지 배수로로 오인할 정도의 높이인지를 봤다"며 "충격 위치는 배수로 1m 정도 앞이었는데 크게 턱이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고 의아해했다.

이어 주차하고 나온 것을 두고 도주가 맞는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검찰 측은 "충분히 차량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굳이 집까지 차를 끌고 가지 않았더라도 (사이드미러 등으로) 인식했다면 법적으로 즉시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과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지만 규범적으로 도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며 "주차한 곳이 멀지 않았으니 여러 우연이 상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5시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귀가하던 초등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8%로 조사됐다.

A씨는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음주운전은 인정하면서도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소연 기자(whit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