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그대론데 자살이 줄까[오늘을 생각한다]

2023. 4. 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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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오는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이상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다.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자살 위해 물건에 대한 관리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과연 이런 대책만으로 자살률이 감소할까? 참여정부 시기 보건복지부는 ‘제1차 국가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2004~2008년)’을 수립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생명존중문화에 대한 광고와 예방 교육, 상담 전화 운영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높은 자살률의 근본 원인인 사회구조적 모순은 그대로 두었고, 같은 해 11월엔 노동계로부터 비정규직 양산법이라 비판받은 ‘기간제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서민들이 살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공익광고가 귀에 들어오기나 할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은 당시 사회상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1975년 인구 10만명당 31.9명까지 치솟았던 자살률은 1971~1977년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한 서민 생계의 불안정성과 유신 독재 정권의 정치적 억압이 배경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 잠시 감소했던 자살률은 광주민중항쟁 이듬해인 1981년 다시 높아졌고, 이후 3저 호황과 정치적 민주화에 힘입어 안정화됐다. 1997년 외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자살률은 26.9명으로 다시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엔 30.2까지 치솟았다. 즉 최소한 한국사회의 자살률은 생계위기와 정치적 억압이라는 구조적 모순과의 상관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플랫폼에서의 자살은 분명 줄었다. 그러나 자살 방법이 바뀌었을 뿐, ‘자살률 1위국’이라는 오명은 그대로다. 왜 그런가? 사회구조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살고 싶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높은 자살률은 단순한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구조적 요인과 개인의 사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양자를 세심하게 고려하고, 사회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만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사회복지 예산을 축소하면서 자살 예방 캠페인만 확대하는 것은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리는 격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과로 문제에 대한 몰인식을 드러냈다. 노동시간에 대한 미약한 권한마저 기업에 완전히 몰아주면, 우리는 더욱 노예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경제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노인빈곤 문제도 그대로다.

각박해진 일상에서는 가족과 연애, 돈 문제 등 사소한 갈등이 죽음의 방아쇠가 된다. 그러니 어떤 자살도 순전히 개인으로부터 기인하지 않는다. 사회구조적 모순은 심화시키면서, 자살률 걱정이나 하고 있는 위정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살인자들일지도 모른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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