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역경을 헤치고 골을 향해 [무비뷰]

서지현 기자 2023. 4. 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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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리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코미디와 스포츠. 두 장르를 적절히 배합했다. 뜨뜻미지근한 듯 보여도, '실화'를 등에 업고 조금 더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림'이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연출 이병헌·제작 옥토버시네마)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야기는 홍대의 '개념상실' 면모로 시작된다. 상대팀도 아닌, 같은 팀을 마크하는 어이없는 경기로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른 홍대는 설상가상 하나뿐인 엄마 선자(백지원)의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린다.

결국 홍대는 예명 '호락'으로 축구선수가 아닌 연예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그런 홍대 앞에 나타난 인물은 '열정리스' PD 소민이다. 소민의 다큐멘터리에서 홍대는 홈리스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게 된다.

그러나 홍대는 실력은 좋으나 나이로 인한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 환동(김종수), 실력은 없고 오로지 여친 진주(이지현)를 향한 마음만 뜨거운 범수(정승길), 가슴 아픈 과거사를 갖고 마음의 문을 닫은 인선(이현우), 오르락내리락 감정기복을 가진 영진(양현민), 오로지 딸 밖에 모르는 효봉(고창석), 피지컬 담당 영진(홍완표)을 보며 오합지졸 국가대표들에 연신 한숨만 내쉰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다. 홍대의 지도 아래 태극마크를 달고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한 이들은 과연 1승, 아니 1골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까. 또, 홍대는 '호락'으로 인생 2막의 포문을 시원하게 열 수 있을까.

드림 리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지난 2010년 멕시코시티 홈리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부는 실제 사연이며, 일부는 이병헌 감독을 통해 창조된 허구다.

'실화'가 주는 힘은 굉장하다. 관객들을 눈물짓게 하고, 때론 공감가게 한다. '홈리스' 주인공들은 그 어떤 작품보다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누구나 실패하고, 인생의 쓴맛을 보고, 좌절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경중(輕重)에 있어선 모두가 다르게 느끼겠으나, 어쨌든 우리네 삶은 모두가 한 번쯤은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드림' 속 캐릭터들도 그러한 순간을 겪은 이들이다. 다만, 아직 일어서는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그 타이밍을 맞이하지 못한 이들이다. 그런 캐릭터들이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각자의 발판을 찾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훌륭한 위안을 준다.

동시에 외진 곳에 있는 이들에게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희망의 메시지와 더불어 사회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여기에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말·말' 코드가 더해졌다. 앞서 영화 '극한직업'으로 '최연소 천만감독' 타이틀을 얻은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말맛을 살린 재치 있는 대사들로 '드림'을 채웠다. 홍대와 소민이 주고받는 대사들은 과한 말장난이 아닌 물 흐르듯 흘러가는 티카타카를 보여준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병헌 감독의 전작인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다. '드림' 속 캐릭터 이름부터 잊을만할 때쯤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다만 이병헌 감독에 대한 기대치 탓인지 '드림'의 정체성은 다소 모호해진다. 초반부를 끌고 가는 홍대와 소민의 대면 장면들은 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중반부를 넘어 홈리스들의 서사가 나오고, 경기 장면에 들어서면 감동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초반부에 강조된 티키타카와 중간중간 섞여 나오는 코미디 요소들은 후반부 감동과 다소 애매하게 어우러진다. 과하지 않고,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만 큰 '한 방'은 부족하다.

그렇지만 '드림'은 착한 영화다. 소위 '눈물 버튼'이라는 스포츠를 앞세웠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미와 벅차오르는 스포츠가 만났다. 온전한 스포츠물이 아니더라도, 그 소재만으로 잔잔한 감동은 충분하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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