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릎' 발언 파장에 동아 "이건 또 무슨 망신"
윤대통령 WP인터뷰에 조선 "대통령 말실수만 기다리는 野, 불필요한 구설 만드는 대통령"
'확장억제 강화 명문화' 한·미 정상회담에 '외교 공간 위축' 우려한 언론
이재명 '민주당 돈봉투' 물타기 논란 자초에 한겨레 "비겁한 태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WP(워싱턴포스트) 인터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역”이라고 주장했지만, WP 기자가 공개한 윤 대통령의 발언 원문에는 '저는'이라는 주어가 들어가 있어 여당이 '무조건 감싸기'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주요 아침신문들은 여권의 '묻지마 비호'를 비판하면서 윤 대통령에 신중한 발언을 요구했다.
경향신문은 4면 기사에서 “지난해 미국 방문 당시 '바이든-발리면' 논쟁에 이어 'I-Japan' 논란이 비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윤 대통령의 '일본 무릎' 발언 파장을 설명했다. 사설에서는 “대통령의 독단적 발언으로 한국이 쌓아올린 외교 성과들이 근저부터 흔들리고 있다. 대외교역이 경제성장의 버팀목인 한국에서 대통령의 입이 이토록 거칠어서야 되겠는가”라면서 “국빈으로 방문한 미국에서 윤 대통령이 또 어떤 발언을 할지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민감한 외교·역사에 대해 진중하고 정확히 발언해야 한다”고 했다.
'묻지마 비호'에 급급한 여권 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상식 밖 역사관에 놀라고, '묻지마 비호'에 급급한 여권 행태에 한숨이 나온다”며 “윤 대통령 역사관도 문제지만, 이처럼 여권의 일방적인 대통령 감싸기 역시 볼썽사납다. 이런 비상식적 대응이 집권 세력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5면 <尹 발언 논란에…진화하려다 일 더 키운 與>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당이 대통령 발언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여권 내부에서는 최근 여당 지도부의 난맥상이 대통령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짐이 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은 너무 많은 말을 한다. 그만큼 사고 소지도 크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말은 줄이고 실천을 할 때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 번 걸러서 정제되게 했으면 한다”고 했다. 대통령 말실수만을 찾고 기다리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설은 최근 넷플릭스 한국 투자 관련 양이원영 의원의 발언과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금지 요구 관련 김민석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데도 민주당은 나라 외교는 제쳐두고 대통령 말실수만을 찾고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與 “주어 생략, 오역”에 WP 원문 공개…이건 또 무슨 망신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의 무성의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판의 화살을 우리 내부로 돌린 이번 발언을 그저 표현상의 실수로 넘기기는 쉽지 않다”며 “오죽했으면 그 발언이 얼마나 국민감정을 상하게 할지 걱정한 여당이 엉뚱한 해명에 나섰다가 WP 측의 원문 공개로 머쓱해지는 상황까지 연출됐을까 싶다”고 했다.
아울러 “국내 언론은 건너뛰면서 외신 인터뷰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윤 대통령의 협애한 소통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가며,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해온 미국을 향해 일본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주문하기는커녕 국내 갈등만 주목하게 만든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확장억제 강화 명문화' 한·미 정상회담에 '외교 공간 위축' 우려한 언론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구체화하는 별도의 문건을 발표한다. 26일 대다수 아침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확장억제를 이유로 한국이 외교·경제 등의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는 식의 결과가 나타나선 안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미국 핵 자산 운용에 한국 정부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지 등이 관심”이러며 “확장억제 강화의 반대급부로 미국의 중국·러시아 견제 전략에 한국이 더 깊숙이 들어갈 경우에는 군사적 방패막을 두껍게 하면서 외교적 공간을 줄이는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설에서는 “분명히 할 것은 확장억제를 미국이 주는 선물처럼 여겨선 안 된다는 점”이라며 “핵우산은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낮춰 비확산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미국 이익에도 부합한다. 정상회담이 확장억제를 이유로 한국이 다른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양보하는 식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출국 전부터 설화를 빚은 대만해협·우크라이나 문제뿐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에 한국 기업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결정도 없어야 한다”며 “한국이 외교·경제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간다면 회담 평가는 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확장억제' 확약 받고 '무기지원' '대중 견제' 부담 떠안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우려 지점을 설명했다. 기사는 “미국 정부는 24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면 한국 업체가 그 공백을 채우지 말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며 “윤 대통령이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몰두하다 안보, 경제 부담을 떠안 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돈봉투' 물타기 논란 자초에 한겨레 “비겁한 태도”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했다. 하지만 돈봉투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의혹을 아냐'고 되물으며 물타기 논란을 자초해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민주당 돈봉투' 묻는데…'여당 돈봉투' 답하는 이재명>이라는 제목의 6면 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힘은?'이라고 되묻기 시작했다”며 “'국민의힘도 깨끗하지 않다'는 맞불 전략인데, 당내에서도 '부적절한 프레임 전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고 했다.
사설에서도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는 무척 실망스럽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금품 수수 의혹이 여당에도 있는데, 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는 야당에만 집중되냐'는 항의를 나타낸 것이라 본다. 그러나 매우 비겁한 태도다. 국민의힘의 의혹과 그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별도로 항의하면 될 일이지, 이를 야당 의혹과 섞어 '물타기'를 하는 건 구태”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돈봉투 관련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전직 의원 관련 의혹을 아느냐고 되묻기만 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검찰이 귀국 하루 만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송 전 대표는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이다. 송 전 대표는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민주당은 '물타기'가 아니라 당 혁신에 매진하는 것만이 민심을 회복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송 전 대표에 대해 “물욕이 적은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말한 김민석 당 정책위의장의 발언과 자진 탈당을 두고 “역시 큰 그릇 송영길”이라고 호평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발언도 언급하며 민주당 인사들의 부적절한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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