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사전] 꽃이 아닙니다…'동백이'는 동네에 백 번 다닌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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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특이하다.
최근 등산 커뮤니티에서 이 '동백'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다.
정답을 말하자면 이들이 말하는 '동백이'는 '동네에 백 번 다닌 산을 갔다'는 뜻의 신조어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산악회 활동이 얼어붙자 인근 야산에서 등산 욕구를 해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동백이'란 말의 사용 빈도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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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은 특이하다. 여느 꽃과는 다르게 날이 추워져야 핀다. 황량한 겨울 풍경 탓에 그 아름다움이 더 도드라져 많은 사랑을 받는 꽃이다.
최근 등산 커뮤니티에서 이 '동백'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약 5만 번이나 태그로 사용됐다. 처음에는 꽃을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 문맥이 이상하다. '오늘도 동백이하고 왔어요'라고 쓴다. 무슨 뜻일까?
정답을 말하자면 이들이 말하는 '동백이'는 '동네에 백 번 다닌 산을 갔다'는 뜻의 신조어다. 실제로 백 번을 올랐거나, 백 번을 목표로 오르진 않고 운동 삼아서 자주 오르는 동네 뒷산이란 개념이다.
이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널리 쓰이게 된 시기는 코로나 발생 이후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산악회 활동이 얼어붙자 인근 야산에서 등산 욕구를 해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동백이'란 말의 사용 빈도도 늘어났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동백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 탓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계속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루를 꼬박 들여 산행하기보다 반나절의 짧은 산행을 즐기는 형태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 산림청의 '2022년도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등산소요시간이 2시간 이내라는 응답은 2008년 22%에서 2022년 38%로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동기간 5시간 이상 산행하는 비율은 36%에서 21%로 떨어졌다.
2030세대에서는 서울 우이동에서 택시를 타고 도선사 입구까지 간 뒤 영봉이나 백운대에 올라 일출 사진만 찍고 내려오는 식의 등산도 유행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50대 이상 세대에서 동백이가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수도권 모 산악회 산행대장에게 물어보자 짧은 답이 돌아온다.
"둘 중 하나 아닐까? 무릎이 나갔거나, 산악회가 맘에 안 들어서 나갔거나. 다들 마음은 큰 산 오르고 싶을 거야. 후회하기 싫으면 미리 몸 관리 잘해야지."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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