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서 생환’ 퍼스트리퍼블릭銀 주가 ‘반토막’…은행 공포·R공포 엎친 데 덮친 美 증시 ‘뚝’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던 은행발(發) 공포가 되살아난 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먹구름까지 짙게 뒤덮인 미국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위기에 몰렸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번진 시장 불안감이 공포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4.57포인트(1.02%) 내린 33,530.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5.41포인트(1.58%) 떨어진 4,071.6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8.05포인트(1.98%) 급락한 11,799.1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성적표가 시장 전반을 짓눌렀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후 ‘다음 차례’로 지목돼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에 휘말렸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예금 보유액은 전 분기 말보다 4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도 나빠져 1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들었고, 매출은 13% 감소했다. 특히, 연방준비은행(FRB) 등으로부터 빌린 1000억달러(약 134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대출로 얻는 이자보다 많아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현 상황을 ‘산송장(Living Dead)’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겁먹은 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도하면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전 거래일보다 49.4% 폭락한 8.1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앞서 100달러를 상회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SVB 사태 여파로 위기설이 돌면서 지난달 20일에는 역대 최저였던 12.18달러에 마감했다. 이날은 이보다도 약 25% 더 하회한 셈이다.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중소 규모 지역은행들이 다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팩웨스트(-8.9%)와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2%) 등 다른 지역은행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UPS가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여파로 10.0% 급락한 것도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물류업체의 부진한 실적은 경기 둔화 내지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내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증폭시킴으로써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이날 장 마감 후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것은 시장의 공포감을 누그러뜨리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MS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20억8600만달러(69조8994억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시장 조사기관 레피니티브가 조사한 월가 예상치 510억2000만달러(68조4688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주당 순이익도 2.45달러(3287원)로 집계돼 전망치 2.23달러(2992원)를 상회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지난 1∼3월 매출이 690억7900만달러(92조704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예상치 680억9000만달러(91조3767억원)를 웃돈다.
주당 순이익은 1.17달러(1570원)로 전망치 1.07달러(1435원)를 넘어섰다. MS와 알파벳 모두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실적이 개선됐다.
애저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포함하는 MS의 지능형 클라우드 비즈니스 부문 매출은 220억8000만달러(29조6313억원)로, 전망치를 상회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은 시장 예상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처음 1억9100만달러(25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MS와 알파벳 주가는 이날 실적 발표 후 뉴욕 증시에서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4% 안팎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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