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장관 “세계 3차 대전 운운한 건 오히려 서방”

뉴욕 유엔본부서 기자회견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은 러시아가 아닌 서방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3차 세계대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바로 그 목표를 향해 갈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을 겨냥했다.

타스·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통신사들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장-이브 르 드리앙 전 프랑스 외무장관 등 서방 지도자들의 발언을 거론하며 “일부 정치인들이 3차 세계대전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3차 세계대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이러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4월 순회의장국을 맡은 것을 계기로 뉴욕을 방문한 라브로프 장관은 이틀간 안보리 회의를 주재한 뒤 이날 언론과 만났다.

전날에는 ‘유엔 헌장의 원칙 수호’를 주제로 골라 안보리 회의를 주재해 우크라이나 침공 당사자로서 '뻔뻔한 게 아니냐'는 서방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본부 소재국인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사례를 들며 “미국은 어떤 정권이든 러시아 경제를 박살내려고 했다. 그 기조는 굳건하고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해선 “탈(脫)달러 프로세스가 이미 시작됐고 멈출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미국이 그동안 달러화를 국제 경제 체제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 공동의 화폐’로 포장한 것이 “거짓으로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등 러시아에 억류 중인 미국인 문제와 관련해 자신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비공개 협상 채널이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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