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라는 장르…슬픔의 카타르시스
임영웅 ‘그동안 얼마나 아팠느냐’며
팬들의 얘기 들어주듯 노래
중장년 여성 '호명'에 서사 얻어
임영웅 현상 상당히 오래갈 것
“인기 편승 아냐, 팬 입장서 썼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이 쓴 책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한스미디어)에 대해 “가수 임영웅의 노래에서 받은 기이한 감동의 연유를 모색한 결과물”이라며 “팬의 입장에서 썼다”고 말했다.
임영웅은 2020년 방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한 뒤 단숨에 ‘국민가수’로 부상한 주인공이다. 이듬해 12월 고작 데뷔 6년차 가수인 임영웅은 나훈아, 심수봉에 이어 TV단독쇼 무대(KBS)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 8일엔 K리그 경기 시축자로 나서 4만5007명이라는 최다 관중을 모았다. 나훈아와 심수봉이 각각 데뷔 50년과 40년을 훌쩍 넘긴 대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영웅의 TV단독쇼가 얼마나 상례에서 벗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그야말로 ‘영웅시대’인 것이다.
책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를 구입한 독자는 대게 두 부류로 나뉜다. 찐(진짜) 팬이거나, ‘임영웅 현상’이 궁금한 부류다. 교보문고, 예스24 등 주요 서점에 올라온 리뷰를 보면 “엄마가 사 달라고 해서 구입했다”, “연예인에 빠진 엄마는 처음이다”, “임영웅을 말하는 엄마의 얼굴이 반짝였다. 임영웅이 궁금해졌다”라는 내용이 적지 않다.
책은 가수 임영웅의 음악 세계와 그 파장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언론인 저자가 ‘임영웅 신드롬’을 뜯어보고, 성악가·행사기획자·가수·연주자·작곡가 등 전문가 6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영웅 보컬의 특징과 매력을 탐구했다. 저자 조위는 현재 한 인터넷 매체 신문 기자다. 연예부 기자로 일한 적은 없지만, 음악평론가를 꿈꿀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밥벌이로서의 글쓰기와 개인으로서의 글쓰기를 분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필명을 사용했다고 했다.
조위는 “임영웅의 음악 세계를 관통하는 정서는 ‘한’과 ‘결핍’”이라면서 “임영웅의 노래는 산뜻했던 서사를 잃어가다 마침내는 이름마저 잊힐 위기에 처한 이들(어르신)에게 개별자로서의 지위와 서사를 다시 부여한다. 고립과 단절, 불안을 위무하는 가수다. 팬들이 저마다 자기 사연인 듯 반응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까닭”이라고 했다. 마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수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임영웅 노래를 통해 호명의 순간을 맞닥뜨리는 것 말이다.
실력은 기본이다. 저자는 “임영웅처럼 저음과 고음에서 모두 부드러운 음색을 내는 가수는 많지 않다”며 “이 음색에 기반을 두고 탁월한 기교, 안정적 발성을 섞어 다양한 장르를 오간다. 장르 저변을 넓히는 걸 넘어 아예 장르 경계를 융합했다는 점에서 임영웅 가수는 돋보인다”고 음악성을 강조했다.
임영웅에 대한 중장년층의 지지는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능가한다. 실제 책 구매층의 연령대를 보면 50대 이상 여성 구매 비율이 63.3%(예스24 통계)에 달한다. 그는 “임영웅 팬덤은 노래로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수많은 팬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그 어느 팬덤보다 결속력이 단단하다. 팬들의 지속적인 기부활동 역시 임영웅 덕분에 겪은 치유의 기적을 널리 전파하고자 한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책 출간을 두고 임영웅 인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저자는 “여러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다만 임영웅 노래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는 것은 진실”이라고 했다. “판매만을 노렸다면 ‘평론’ 형식을 취하지 않고 조금 더 쉽게 빨리 글을 썼을 겁니다. 그저 수많은 팬 중 한 명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임영웅의 매력을 전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 내용을 빌리면, 책은 임영웅의 노래로 위안을 받은 수많은 팬에게 보내는 연대의 헌사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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