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땅만 보이면 유채꽃 심는 충북…제주 따라하다 환경훼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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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지방' 충청북도에 '섬마을' 제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유채 단지 조성 바람이 불었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채 단지가 조성된 미호강 둔치는 멸종위기종 수염풍뎅이 서식이 확인되는 등 생물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공간이다. 둔치를 쓸모없는 곳으로 보고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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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 지방’ 충청북도에 ‘섬마을’ 제주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유채 단지 조성 바람이 불었다. ‘벚꽃 엔딩’ 이후 꽃 나들이에 나설 관광객을 모아보려는 뜻인데, 환경단체는 무분별한 하천 둔치 개발이라고 비판한다.
충청북도는 최근 청주시 흥덕구 상신동 미호강 둔치 9314㎡(약 2800평)에 유채 단지를 조성했다. 미호강 유채 단지 조성은 지난 1월19일 김영환 충북지사의 지시로 시작됐다. 김 지사는 당시 경제인 등 200여명이 모인 스마트경영 포럼 강연에서 “미호강 둔치는 한강·낙동강 둔치보다 넓은데, 당장 유채 등을 심어 단지를 조성하면 관광객 100만명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충북도는 도로관리사업소·농업기술원 등이 가지고 있는 농기계 등을 이용해 미호강 둔치를 갈아엎고 부랴부랴 유채 단지를 만들고, 지난 2월27일 유채씨 15㎏을 뿌렸다. 씨를 뿌릴 때만 해도 5월 초에 꽃이 피면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란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오후 찾은 미호강 둔치의 유채는 키가 5~10㎝밖에 안 될 정도로 생육이 좋지 못했다. 황준영 충북도 축수산과 주무관은 “생육이 좋지 못해 꽃은 5월 중하순이 되어야 필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9만㎏ 안팎의 유채를 수확해 소 등에게 먹일 사료로도 활용하려 했는데 작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환표’ 유채 단지는 또 있다. 충북도는 미호강 둔치 유채 단지에서 5㎞ 남짓 떨어진 충북교육문화원 앞 밀레니엄타운 8만2500㎡(2만5000평)에도 김 지사의 지시로 유채 단지를 만들었다. 3월2일 유채씨를 뿌려 10㎝ 안팎까지 키가 자랐다. 충북도는 유채 단지 옆 1만2000여㎡(약 3600평)에는 청보리 단지도 만들었다. 박희제 충북도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관광, 가축 사료, 꿀벌을 위한 밀원 등 여러 목적으로 유채·청보리 단지를 조성했는데, 토질 탓에 작황은 그리 좋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청주에는 이 두 곳 말고도 남일면 효촌리 무심천 변 1만635㎡(약 3200평)에도 유채 단지가 있는데, 이곳은 청주시 농업기술센터가 조성했다.
청주 남쪽 옥천군 동이면 금암리 금강 둔치 8만3000㎡에도 유채 단지가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운동 공간, 산책길 등이 만들어졌지만 잦은 침수로 훼손돼 폐허로 방치됐던 곳이다. 옥천군은 지난해 9월 말 유채씨 1000㎏을 이곳에 뿌리고 유채 단지를 만들었다. 옥천군은 지난 15일 이곳에서 ‘1회 향수 옥천 유채꽃 축제’를 시작했으며, 다음달 14일까지 이어진다. 충주시 엄정면은 목계나루 8만㎡에 유채 단지를 만들었으며, 오는 29~30일 이곳에서 민속축제 목계 별신제를 열 참이다.
관광객을 끌기 위한 경관용으로 만든 유채 단지지만, 수변 생태계의 훼손을 부른다는 목소리도 높다. 둔치를 갈아엎어 유채 등 작물 재배를 위해 거름·비료 등을 뿌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채 단지가 조성된 미호강 둔치는 멸종위기종 수염풍뎅이 서식이 확인되는 등 생물 생태계를 위해 중요한 공간이다. 둔치를 쓸모없는 곳으로 보고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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