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K-콘텐츠 경쟁력 유지하기
2023년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첫 일정은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약 25억 달러(약 3조 337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넷플릭스가 한국을 진출한 이후 국내에 투자한 총 금액의 약 2배가 되는 규모라고 한다. 엄청난 성과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경제 불항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국내 콘텐츠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 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세계 경쟁력은 7위에 해당하고,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수출액은 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능력은 뛰어나니 이제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안심하기에는 미디어 시장이 매우 급격히 변하고 있다. OTT라고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지배적 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OTT 기업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졌고, 특정 플랫폼에만 존재하는 킬러 콘텐츠가 매우 중요해졌다. 넷플릭스를 있게 한 것은 1994년과 2005년 첫 방송을 한 시트콤 '프렌즈'와 '더 오피스'였고, 그 뒤를 오리지널 콘텐츠인 '하우스 오브 카드'가 이었다. 우리나라 플랫폼으로는 왓챠가 '왕좌의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가입자를 증가시켰다. 그러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외하고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위의 콘텐츠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판권 계약 만료로 콘텐츠의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은 미국의 기업들은 기업 내 제작-유통 가치사슬의 수직 계열화를 심화하는 등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강화하기 시작했으며, 아마존 프라임은 NFL 중계권 1년에 10억 달러를 지급하는 공격적 투자를 하기도 했다. 콘텐츠 확보 외에도 넷플릭스는 구독자 감소세에 대응하기 위해 MS와 광고기술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온라인 광고의 영역에서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제휴를 통한 대응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미국의 미디어 시장은 제작비와 송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의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빅테크 기업이 경영 효율화 움직임을 보인다면 콘텐츠 제작비 투자를 축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 창작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에는 매우 불안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런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콘텐츠 제작 형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높은 제작비는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광고기반이 늘수록 데일리 콘텐츠, 실시간 콘텐츠가 증가할 것이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경쟁우위를 위한 콘텐츠 제작 투자가 증가했지만 이것이 영업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인건 우리나라 콘텐츠 창작자들의 역량이 해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K-콘텐츠 오리지널 IP 확보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방영하지 않은 순수 아이디어 포맷이 수출되고 있다. K-예능 '더 비트박스'가 네덜란드 시장에 진출해 시청률 21.9%라는 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우리나라 콘텐츠가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아쉬움도 크다. 콘텐츠 저작권, IP 등 창작자의 권리와 자본과의 다툼은 미디어 산업에서는 항상 있어 왔던 문제다. 앞으로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사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다. 따라서 초반에 창작자가 자본을 확보하여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할 것이다. 제작자가 자기 자본을 갖고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콘텐츠 산업의 성장의 길이 열릴 것이다. 성공한 글로벌 미디어 제작사가 대한민국에서 탄생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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