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버스 무료’ 청송군의 실험…지방소멸 막고, 탄소감축도

김윤주 2023. 4.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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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통복지’ 넘어 ‘탄소감축 정책’으로
배차 간격·노선 부족 등 인프라 개선 과제로
지난달 16일 낮 경북 청송군에서 한 어르신이 주왕산행 시내버스를 타고 있는 가운데 전광판에 올해 1월1일부터 청송버스 무료운행을 알리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청송/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월1일부터 청송버스 무료운행’

지난달 16일, 경북 청송군 시내버스에 오르자 ‘무료 운행’을 알리는 문구가 승객들을 반겼다. 요금함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승객이 편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잡이만 놓여 있었다. 승객들은 자연스럽게 운전기사에게 인사를 건네며 버스에 탔다.

“장날에는 버스가 가득 차 승객이 서서 가는 경우도 있어요. 요금 받을 때는 흔치 않던 일이죠.” 청송군에서 25년째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동섭(56)씨가 말했다. 이씨는 “벽지 노선은 아예 빈 차로 다닐 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두명이라도 승객이 있다”고 했다.

청송군의회에서 지난해 말 ‘농어촌버스 무료이용 지원 조례’가 통과돼, 올해부터 시내버스가 무료 운영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나이와 소득수준, 주소지 등 자격 조건을 두지 않고, 청송군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청송군이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다. 청송군은 버스 무료 운행을 위해 연간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청송군이 버스 무료 운행에 나선 건,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였다. 청송군의 인구는 2만4천여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적어 수지가 맞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버스 운행 대수와 노선이 충분치 않아, 주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마디로 ‘교통 복지’로 내건 정책이었던 셈이다. 버스 요금 무료화 이후, 대중교통 이용률이 20~25% 증가했다. 교통 복지 차원을 넘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다.

청송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군 단위 농어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다 보니 주민들이 자동차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그 결과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왔다. 환경단체 ‘환경정의’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인구수로 나눠 계산한 결과, 농어촌이 많은 도(경기도 제외)의 경우, 1인당 수송부문 연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2.74톤으로 전국 평균인 1.9톤을 넘는다. 서울(0.87톤)은 물론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와 경기도(1.7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청송군이 속한 경북은 1인당 평균 2.89톤에 이르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무료버스 운행을 통해 주민 복지도 나아지고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게 돼, 들이는 예산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싶다며 군에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도 “지방은 대도시에 견줘 대중교통 무료화에 드는 비용이 적은 만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탄소 감축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버스 요금 무료화 정책이 본격적인 탄소 배출 감축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이 함께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긴 배차 간격과 노선 부족, 이른 막차 시간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못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청송군민 이재기(61)씨는 “버스를 한번 놓치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김대규(78)씨는 “집으로 가는 막차가 저녁 7시20분이면 끊겨서, 군청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만 보려고 해도 버스로는 이동하기 힘들다”고 했다. 손봉희(81)씨는 “자녀들이 사는 김천까지 자동차로 1시간20분이면 가는데, (노선이 잘 연결되지 않아) 버스로는 5시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노선 확대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지방에서는 인근 시·군으로 이동하는 교통 수요가 많은 만큼, 인근 지자체와의 연계성도 고려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방은 대중교통의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지역 특성과 주 이용자를 고려해, 대도시와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버스를 타는, 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로 승객의 호출을 받아 그때그때 최적의 노선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북, 충북, 경기 일부 지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청송/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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