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어렵다? 아니다”… 14돌 맞은 오페라 축제 5월 개막
“‘오페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오페라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로 14회째인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서울과 대전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신선섭 오페라축제추진단 대표 겸 예술감독은 “194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개막작으로 선정했고, 음악적으로 가장 우수한 ‘로베르토 데브뢰’, ‘돈 조반니’, ‘일 트로바토레’까지 전막 오페라를 올린다”며 “올해는 처음으로 지역(대전)에서도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축제의 화려한 개막을 알린다. ‘들어보면 다 아는, 참 쉬운 오페라’라는 부제로, 정상급 성악가들이 주옥 같은 오페라 명곡들을 들려준다.
모브 아트컴퍼니 단장 겸 상임지휘자 양진모(바리톤)를 필두로 소프라노 김순영·박소영·김은희,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테너 신상근·최원휘, 바리톤 박정민 등이 오케스트라 모브와 호흡을 맞춰 무대에 오른다.
국내외에서 인기가 많은 오페라 ‘카르멘’, ‘라 보엠’, ‘리골레토’, ‘세빌리아의 이발사’, ‘토스카’, ‘팔리아치’ 등의 유명 아리아와 중창곡을 들려준다. 신 대표 “오페라가 생소한 관객도 들어보면 다 아는 친근한 곡들을 통해 오페라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오페라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이 오페라에서 ‘축배의 노래’가 유명하다”며 “시대가 흘렀지만 많은 이가 여전히 사랑하는 오페라다. 축배를 함께 드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최이순 연출은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으로 여러 버전이 있고 관객들도 잘 아는 오페라여서 어떻게 연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베르디가 원했던 작품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26∼28일 같은 무대에서 라벨라오페라단이 도니제티(1797∼1848, 이탈리아)의 ‘여왕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로베르토 데브뢰’를 국내 초연한다. 라벨라오페라단은 앞서 2015년 ‘안나 볼레나’, 2019년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초연한 바 있다. 김숙영 연출은 “벨칸토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리아와 중창 등 음악적으로 굉장히 견고한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명확하고 심도 있는 해석과 고증으로 세기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내면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모차르트(1756∼1791, 오스트리아)의 4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인 ‘돈 조반니’를 6월2~4일 역시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다. 창작오페라에 앞장서 온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 배경과 달리 오늘날 가상의 항구도시에서 펼쳐지는 현대판 이야기로 꾸며졌다. 원작에서 공연 시간이 3시간 넘는 원작 중 다소 지루한 부분을 덜어내 2시간 정도로 단축했고, 레치타티보 부분을 우리말 대사로 바꿔 관객이 좀 더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대전오페라단은 대전 서구 대전예술의전당아트홀에서 6월 9∼11일 베리스모 오페라(당대 사회상이나 사건 등을 작품화한 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아치’를 공연한다. 2010년 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지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은주 대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무대 위에서 현실의 참상과 인간의 본성을 진심 어린 연기와 목소리로 전달해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폐막작은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일 트로바토레’(6월22~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다.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 중기 3대 작품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중세 음유시인’이란 뜻이다. 이 작품은 15세기 초 스페인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피 튀기는 결투와 어머니의 복수를 대신하는 한 여인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대장간의 합창’을 비롯해 테너의 폭발적인 고음을 맛볼 수 있다. 세계적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와 솔티 지휘콩쿠르 우승자 레오나르도 시니가 호흡을 맞추고 이동환·강주원·국윤종·이범주·양송미·서선영·최웅조 등이 출연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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