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60% 넘던 하림 회장 아들 알짜회사, 갑자기 배당 없앤 까닭은?

연지연 기자 2023. 4.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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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2세 승계 위한 지배구조 완성된 상황”
오너 2세 성과·재원 만들어야 하지만
개인회사 배당으로 불필요한 잡음은 부담
이미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 과징금 받은 전례 있어
“경영수업 복귀로 성과 만들기 우선 전망”

하림그룹 오너 2세인 김준영 NS쇼핑 이사의 개인회사 에코캐피탈이 꾸준히 가져오던 배당정책에 변화를 줬다. 통상 순이익의 60%를 배당하던 것과는 달리 배당액을 책정하지 않았다.

에코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업, 할부금융업 및 신기술금융업 등을 하고 있다. NS쇼핑이나 하림산업, 하림펫푸드에 에코캐피탈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매도하거나 관련 계열사에게 자금을 대여해 준다.

그래픽=정서희

재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는 일단 완성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너 2세가 지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이 배경으로는 이미 김준영 이사의 개인회사 ‘올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차례 지적했다는 점이 꼽혔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공정위가 ‘올품’의 사업구조 등에 대해 칼날을 겨눈 상태라 또 다른 개인회사의 배당 문제로 괜한 이슈를 만들지 말자는 계산일 수 있다”면서 “승계 공식으로 보자면 오너 2세의 성과를 만들어주고 증여·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집중해야하는데, 그것보다는 성과부터 만들어주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캐피탈은 지난해 5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고도 배당금은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3년 배당정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2020년이나 2021년 에코캐피탈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60%를 웃돌았다. 100원을 벌었다면 60원은 배당을 했다는 뜻이다.

에코캐피탈의 2020년 순이익은 59억원이었는데 이중 배당금은 40억원이었다. 2021년 에코캐피탈의 순이익은 74억원, 이 중 배당금은 45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각각 67.8%, 60.8%였다.

에코캐피탈이 배당을 하면 이는 전부 올품의 배당수익으로 잡힌다. 올품은 2017년 공정위가 하림그룹을 겨냥하는 과정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계열사로 동물용 약품 제조·판매사다. 김준영 이사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당시 공정위는 하림그룹이 부당한 일감 밀어주기로 올품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하림 계열사들이 정상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 회사와 거래하는 방식을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기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결국 2021년 말 공정위는 올품과 하림지주를 비롯한 계열사에 과징금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림은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오너 2세가 가진 비상장사의 배당 문제로 이목을 끌 필요가 없다는 계산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하림그룹을 주시하는 가운데 김준영 이사의 개인 비상장사의 배당으로 굳이 잡음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회계사)는 “사실 배당을 하지 않아도 에코캐피탈이 똘똘한 개인회사라면 올품의 기업가치는 커지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에코캐피탈 배당정책 전환의 재계 관계자들의 해석도 타당할 수 있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와 이미 한차례 갈등을 빚은 현재 시점에서 굳이 올품의 수익을 늘려 몸집을 키울 필요도 없다”면서 “재원 마련 문제는 숨고르기를 하고 경영수업이 중단됐던 김준영 이사가 다시 NS쇼핑에 복귀해 성과를 내는 그림을 마련해주는 편이 전략상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했다.

에코캐피탈의 배당정책과 관련해서 하림지주 관계자는 “배당정책은 회사가 경영상 판단을 하는 것이고 에코캐피탈은 지주 밖에 있는 회사로서 어떤 배경에서 배당 정책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하림지주가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올품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에 대해 하림지주 관계자는 “공정위와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건이 많다”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올품을 키웠다는 의혹은 사실 동물의약품을 통합 구매해서 경영효율성을 꾀하기 위했던 것이고 이와 관련해 국세청에서 3~4번에 걸쳐 조사가 나왔지만 세금 제재를 받은 내용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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