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기획-초등 1심제 논란②]'불통 인정·오심 무대책' 축구협회 "1심제는 세계적 흐름, 한국도 따라야"
[마이데일리 = 이현호·최병진 기자]
지난 1월 18일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초등부 경기 2심제를 2023년부터 1심제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축구 꿈나무들의 축구 환경이 180도 달라지는 정책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1심제 시행과 동시에 갈등이 시작됐고, 시간이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축구협회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에 괴리감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마이데일리'는 1심제의 문제점과 갈등의 원인 등을 심층 취재했고, 현장의 목소리·축구협회의 입장·베테랑 감독의 폭로까지 총 3편의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초등부 1심제 현장의 '불통·불신·불만'에 대한 축구협회의 입장을 들었다. 축구협회는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또 지금 당장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예상했으면서도,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초등부 1심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불통 인정한다
여론 수렴이나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책. 축구협회도 부정하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올해 초 대전에서 '2023 U-12 지도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도자들에게 1심제 도입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1심제에 관한 소통의 전부였다. 지도자를 비롯해 심판·선수·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들이 소통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축구협회는 "현장 지도자 및 심판들이 소통을 원한다는 걸 잘 안다. 축구협회에서 소통 창구를 활용하지 않은 점 인정한다. 지도자, 심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멀리 볼 때 1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불통을 인정하면서도 당분간 소통을 위한 장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 축구협회는 "축구협회가 1심제 도입과 관련해 공청회를 연다거나 여론 수렴을 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오심에 무대책
현장은 불신으로 넘친다. 지도자·학생·학부모들은 심판을 믿지 못하고, 심판 역시 그들의 강하고 잦은 항의에 힘이 빠진다. 심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면서 오심은 눈에 띄게 늘었다. 1심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갈등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가지고 있을까.
축구협회의 대책은 사실상 없다. 1심제가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지도자·학생·학부모들과 심판 사이의 신뢰도 시간이 지나야 쌓일 수 있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나 보완점은 제시하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오심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길게 보고 기다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1심제가 정착되기까지 서로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심이 나와도 서로 이해해주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취지는 성장하는 축구
그렇다면 축구협회가 모두의 불만 속에서 1심제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협회는 "성장하는 축구"라고 정의했다.
축구협회의 1심제 도입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축구협회 초등분과위원회의 슬로건은 '성장과 육성에 집중·존중하는 문화'다. 팀 성적 중심에서 선수 성장 중심으로 유소년 지도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골조다. 이 때문에 2019년 초등부 8인제를 도입하면서 대회 시상을 전면 폐지했다.
축구협회는 "어린 아이들이 대회 성적을 신경 쓰는 것보다 축구에 대한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1심제를 도입했다. 이기는 축구보다 즐기는 축구가 중요하다. 초등부 축구 1심제는 선수, 심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소년 출전 기회 확대 & 심판 역량 강화
1심제의 효과 중 하나가 유소년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대라는 게 축구협회의 주장이다.
기존 초등부 대회는 고학년 위주로 경기에 출전했다. 저학년 선수들은 대회까지 따라가더라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한 채 형들을 응원만 하다가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1심제로 인해 대회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 비용을 다른 저학년 대회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1심제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 1심제를 도입하면서 심판 인력을 줄여 대회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았다. 심판뿐만 아니라 구급차 대기 및 의료진 인력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여기서 절감한 비용으로 저학년 대회까지 동시에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판들에게도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으로 표현했다.
축구협회는 "8인제 축구에서 2심제를 도입하면 심판들이 그라운드를 반반씩 나눠 짧은 대각선으로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1심제에서는 보다 넓은 대각선으로 뛸 수 있기에 심판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계적 트렌드에 부합
축구협회가 1심제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세계적 트렌드'라는 점이다. 세계적 추세에 한국이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들어 있다.
축구협회는 "초등부 축구 1심제 도입은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후 벨기에, 독일이 따라 했고, 현재는 유럽 거의 모든 국가에서 1심제를 적용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초등부 축구를 1심제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일본으로 단체 연수도 다녀왔다. 2021년에는 초등 지도자 30명, 2022년에는 초등 지도자 60명이 축구협회와 함께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축구협회는 "지도자들이 일본의 1심제 운영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심판을 1명만 세워도 경기 운영이 매끄럽고, 경기 퀄리티가 높다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 축구협회는 "유럽 유소년 축구 현장을 나가면 심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판 1명이 주심과 부심, 감독관까지 맡아서 진행한다. 그럼에도 판정에 불평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즉각적인 판정 하나하나보다, 즐기는 축구가 더 우선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유소년 축구 분위기도 이렇게 점차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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