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가지 피부톤을 '척척'…미래형 뷰티매장을 엿보다

이용준 2023. 4. 2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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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맞춤형 화장품 매장 '아모레 성수' 가보니
개인별 피부톤 측정, 로봇 제조 과정 눈길

'아모레 성수'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맞춤형 화장품 매장이다. 2019년 문을 연 이 곳은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실험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 피부톤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로봇이 즉석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서다.

올해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헤라'를 맞춤형으로 소량 생산하며 사업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화장품을 파는 것이 아니 개인 피부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 /사진=이용준 기자 yjy@

미래 화장품 매장을 엿보다

지난 14일 찾은 서울 성동구 소재 '아모레 성수'는 미래의 화장품 매장을 상상하게 했다. 미리 만들어진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수십대 로봇팔이 고객별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는 장소가 떠오른다. 

2019년 처음 론칭한 이곳은 공간을 가득 채운 화장품도, 진열된 화장품을 파는 종업원도 없었다. 메이크업을 받는 고객들은 마치 미용실을 방문한 것처럼 보였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 같았다. 

2층은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는 로봇과 화장품 용액이 담긴 용기들로 가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달 선보인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실키스테이 커스텀 매치(이하 커스텀 매치)' 서비스다.

커스텀 매치는 아모레퍼시픽이 앞서 2021년 7월 선보인 '베이스피커'에 헤라 브랜드를 적용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헤라 브랜드로서는 첫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다. 커스텀 매치를 직접 체험해보면서 아모레퍼시픽이 그리는 '미래형 화장품 매장'을 따라가 보았다. 

120가지 피부톤 찾는다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커스텀 매치'는 개인별 피부톤 측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파운데이션은 밝기 등에 따라 호수가 구분되는데, 개인의 피부톤과 딱 맞는 파운데이션을 찾기가 쉽지 않다. 커스텀 매치는 이런 한계를 보완해준다. 개인별 퍼스널 컬러를 찾아주고 그에 맞는 화장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기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이 적용된다.

여섯가지 색채로 구성된 진단기구 '식스링'으로 피부톤을 측색하는 모습. /사진=이용준 기자 yjy@

피부톤 측정은 여섯가지 색으로 구성된 진단기구인 '식스링'을 통해 이뤄진다. 식스링을 피부에 밀착한 후 모니터 카메라를 바라보면, AI알고리즘에 따라 개인별 고유 피부톤을 측정해준다.   

진단 시작 후 1분 만에 '25C1'란 결과가 나왔다. 25는 피부의 명도(밝기)를, C(핑크)는 피부색상의 베이스를 의미한다. 명도가 21호, 27호 등으로 한정된 기성품과 달리 커스텀 매치는 피부밝기를 4호부터 35호까지 세분화했다. 0.5~1호 간격까지 측정해주는 '스킨톤 파인더' 기술 덕분이다.

카이스트와 공동개발한 스킨톤 파인더는 개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피부톤을 찾아주는 기술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술을 고도화시켜 커스텀 매치 서비스에 도입했다. 이날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호수가 한정적인 기성품과 달리 커스텀 매치 서비스는 최대 120가지 피부톤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화장품 로봇이 완성된 제품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용준 기자 yjy@

로봇팔이 만든 화장품

피부 측색이 끝나면 화장품 제조가 시작된다. 로봇팔과 연동된 모니터에 진단 결과 '25C1'를 입력하면 5가지 벌크(대용량 용기)에서 색상을 추출해 혼합한다. 고객은 유리창을 통해 로봇이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추출이 끝난 용액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교반기로 옮겨진다. 색상을 균일하게 섞어내는 과정이다. 진행 상황은 모두 모니터를 통해 확인 가능했다. 2~3분 가량 교반 작업이 끝난 후 로봇이 용기에 화장품을 담고 뚜껑을 닫으면 작업이 마무리된다. 

로봇과 연동된 모니터를 통해 화장품 제조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이용준 기자 yjy@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 로봇팔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올 6월에는 '톤워크(Authentic Color Master by TONEWORK)'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맞춤형 화장품 로봇팔을 아모레 성수와 본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톤워크 기술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3'에서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기능성화장품도 맞춤형으로 확대"

커스텀 매치 제조 과정은 피부 측색(30분)과 로봇팔 제조과정(15분)을 합쳐 45~50분 가량 소요됐다. 서비스 가격은 6만원대로, 아직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고, 서비스 체험 고객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며 "업계 선두주자로서 향후 트렌드가 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기술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선택폭이 넓어질 필요도 있다. 맞춤형 화장품은 현재 색조화장품 위주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은 특수 환경 데이터, 피부 유전자 분석 등 보다 높은 기술적 수준을 필요로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 기반 맞춤형서비스 '커스텀미' 브랜드를 통해 기초 화장품 맞춤형 화장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커스텀미 브랜드를 발전시켜 기능성화장품도 오프라인 서비스까지 발전시킬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준 (yj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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