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 그녀, 화가의 아내였다?...명작 빚어낸 '외로움' [30초미술관]

김성휘 기자 2023. 4.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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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은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1931)입니다.

호퍼는 흔히 사실주의 화가로 불리지만 있는 그대로만 그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때문에 호퍼의 그림 속 배경과 인물은 시공간을 초월해 2023년의 우리를 그린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2020년 3월27일, 영국 '가디언'은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라는 분석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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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②
[그림1] 에드워드 호퍼 '호텔 방(1931)'을 이용한 포스터 샘플/사진= 스페인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홈페이지


#여기는 호텔 방입니다. 한 여성이 앉아있죠. 방금 여행을 온 것일지, 떠나는 짐을 싸는 것인지 방 한쪽에 가방이 열려있고 옷은 걸어뒀습니다. 침대에 걸터앉아 종이를 보고 있네요. 편지일까요. 얼굴에 그림자가 져서 표정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림1]

#또 다른 방, 아파트인지 호텔인지 모를 공간입니다. 바깥은 어두운데 방은 불이 환합니다. 길 건너편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니, 한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듯합니다. 창문을 등지고 뒷모습만 살짝 보이죠. 아까 호텔 방의 그 여성 아닐까요. [그림2]

[그림2] 에드워드 호퍼 '밤의 창문'(1928),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소장/사진제공= 서울시립미술관

'그림1'은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1931)입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에 있습니다. '그림2'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한 '밤의 창문'(1928)입니다.

호퍼의 매력은 뉴욕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동시에 미스터리한 환상물 같다는 점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호퍼는 흔히 사실주의 화가로 불리지만 있는 그대로만 그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를 모티브로 하면서 자기 상상력으로 그림을 채웠죠.

그의 상상 또한 완전 허구는 아닙니다. 어린 시절 뉴욕 교외의 나이액(Nyack) 고향 집에서 뉴욕에 오갈 때의 잔상, 화가가 된 뒤 여름마다 시골 마을을 다녀가고, 아내와 자동차로 미국횡단 여행을 했을 때의 기억들이 화가의 마음속에서 고유한 이미지로 재탄생합니다.

유명 작품 '주유소'(Gas, 1940) 또한 미국 어디나 있을 법한 장면이지만 특정 장소가 아니라 호퍼가 기억에 상상력을 더해 빚어냈다고 하죠. 평론가들은 그게 호퍼 작품세계의 큰 특징이고, 그를 인기 작가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런 작품 중 등장인물의 고립감, 외로움을 짙게 투영하면서 관람객들을 빨아들이는 명작이 많습니다. 때문에 호퍼의 그림 속 배경과 인물은 시공간을 초월해 2023년의 우리를 그린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와 관련 3년 전 분석도 흥미롭습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던 2020년 3월27일, 영국 '가디언'은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라는 분석을 실었습니다.

비대면 활동으로 인한 고립, 단절, 소외 같은 정서가 극대화했는데 놀랍게도 100년 전 활동했던 작가가 이를 대변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호퍼의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 마음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입니다.

한편 두 그림은 같은 인물을 모델로 합니다. 바로 호퍼의 부인 조세핀 니비슨 호퍼입니다. 애칭 '조'로 불린 조세핀은 화가에게 단순한 모델이 아니었습니다. 호퍼의 A부터 Z까지 조세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호퍼 부부는 생전에 티격태격하기도 했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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