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곧 민심"이라던 與...'당심 100%' 업보에 발목 잡혔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돈 봉투 의혹'으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별다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여당 지도부가 연이은 설화(舌禍)에 휩싸이며 리더십 발휘에 애를 먹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심 100%'로 마련된 지도부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만나 언행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유교 경서인) 대학·중용에 나오는 '신독'이란 말이 있는데 신은 삼가다, 근신한다는 글자고 독은 혼자 있을 때도 자신을 돌아보고 삼간다(는 뜻)"이라며 "공직을 맡거나 당직을 맡아 일하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금 더 신중해지고 국민들에게 낮은 모습으로 다가가는 그런 자세를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도부 주요 인사들의 연이은 논란성 발언으로 지지율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입조심을 강조한 것이다. 전날(24일) 구성을 마친 중앙윤리위원회의 첫 징계 검토대상에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거대야당에 맞서 분주히 움직여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상황이 김 대표의 당부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은 최근 한 달새 극우적 성향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넣는 것을 두고 "불가능하다"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제주 4.3기념일을 두고도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해 논란을 샀다. 태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김기현 대표가 당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탈환과 야당과의 경합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도·청년층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도부가 민심 이탈을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보수 지지층은 한계가 있어 결국 중도층으로 외연확장을 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총선을 치른다고 한다면 진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달 8일 새 지도부를 꾸린 후 컨벤션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조사해 발표한 3월2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8%로 32%를 기록한 민주당에 앞섰다. 이 조사는 지난달 8~9일 양일 간 무선(95%)·유선(5%)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9.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면 지난달 21일 발표한 4월3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도는 32%로 동률을 이뤘다.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지는 등 민주당에 작용한 악재가 컸는데도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도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여당 중도층 지지도가 25%로 29%를 기록했던 3월2주차 조사보다 4%p 하락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사흘 간 진행된 해당 조사는 무선(95%)·유선(5%)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8.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지도부가 탄생할 때부터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가 당심 100%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민 여론조사를 없애고 당원투표로만 지도부를 선출하는 내용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가 80만 명에 달하고 지역별 당원 구성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하단 점에서 당심이 곧 민심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도부 선출 과정에 보수성향이 부각되고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유튜버 등 빅스피커의 영향력도 크게 반영되다 보니 민심과 어긋나는 결과가 생겼단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당원 100% 방식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지도부의 성향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민심이 반영되지 않고 낮은 지지율 속에서 전당대회를 치르보니 결과적으로 보수편향이 과표집됐다"며 "문제는 대중정당 지도부라는 점에서 (지도부의 발언이) 마치 국민의힘 인식이 모두 그런 것처럼 포장될 수 있어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 당원 100% 방식의 선출방식에 대한 불만이 차츰 고조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2위로 탈락한 후 잠행하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 지지율 하락과 지도부 논란에 대해 "(지도부) 설화는 결과적으로 나타난 현상이고 거슬러 올라가면 당심 100%로 전당대회가 치러진 것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결국은 민심에서 멀어져 버리게 된 것"이라며 "자칫 잘못하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의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여당 홍보본부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의 임명이 무산된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보수성향 유튜버로 활동 중인 민 원장을 임명하는 대신 홍보분야 전문가를 공개모집하기로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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