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對美·對南 정치적 수싸움 폐기… ‘핵강국’ 완성 올인 [디펜스 포커스]

박수찬 2023. 4. 26.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도발 특징·의미
김정일시대 한국·미국 압박 대상 특정
전략적인 선택·집중으로 절제된 도발
김정은 집권 뒤 핵 고도화 정책에 초점
ICBM 등 전략자산 잇따라 시험 나서
유사시 전쟁 수행능력 강화에 매달려
내부 결속 도모와 대내외에 전력 과시

북한의 움직임이 한층 도발적으로 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위성 발사’를 주장하는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행위를 삼갔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집권한 아들은 달랐다. 핵무기에 ‘올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에선 최소한의 신중함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지난달부터 이어진 북한의 도발은 정치적 수싸움보다는 핵무기를 앞세운 전략적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했다는 평가다. 이는 미국 워싱턴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한 북한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북한은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지도 하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을 발사했다고 1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시험발사를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보다 군사적 효용성이 큰 위력적인 전략적 공격수단으로 된다는 담보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뉴스1
◆수싸움 연연치 않는 초강경 행보

북한은 한·미 연합 프리덤실드(FS) 연습(13~23일)을 앞둔 지난달 9일 남포 일대에서 근거리 전술유도탄 6발을 동시에 쐈다.

같은 달 12일에는 함경남도 홍원군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최초로 발사했다. 14일 백령도와 가까운 황해남도 장연군에서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서 KN-23 1발을 차례로 쐈다. 21~23일 핵무인수중공격정 시험을 실시했고, 22일엔 순항미사일 4발, 27일엔 KN-23 2발을 발사했다. 28일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과 핵무기 지휘통제체계 ‘핵방아쇠’를 공개했다.

이달 13일엔 평양 일대에서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을 시험발사했다. 한 달 넘게 미사일과 신무기 소식을 쏟아낸 셈이다. 이 같은 행보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공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시도도 확인됐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뭘 원하는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남한을 압박해야 할 때는 서울을, 미국을 겨냥할 때는 워싱턴을 염두에 두고 긴장을 높이면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발하는 대신 사거리 300㎞ 미만의 전술유도탄부터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ICBM에 이르는 전략무기를 모두 선보였다.

정치적 노림수가 사라진 자리에는 ‘동방의 핵강국’을 향한 질주만 남았다. 지상(탄도·순항미사일), 해상(순항미사일·수중 드론) 발사 플랫폼을 공개할 때마다 핵 전력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 핵무력 증강 기조를 재확인했다.
핵수중무인공격정과 순항미사일, 전술핵탄두를 비롯한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성능이 검증된 KN-23도 발사했다. 특히 황해남도 장연군에서 발사된 KN-23은 북한 영토를 가로질러 동해상의 무인도에 낙탄했다. 자칫하면 북한 영토 한가운데에 떨어질 위험이 있는 방법이다. 그만큼 미사일 기술의 신뢰성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핵무력은 자력갱생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한·미 연합훈련과 맞물려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국방력 강화 목표가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 동시 강화

이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양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를 위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비대칭 군사력을 갖춰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은 북한의 한반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축이다. 전략적 억제력은 전쟁이 터지면 치명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잠재 적국을 위협, 전쟁 발발을 막는다. 전쟁 수행 능력은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힘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작용하며 국가안보를 수호한다.

북한 입장에서 억제력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다.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탄두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이를 운반할 투발수단이 미비하다면 핵무기 위력은 줄어든다. 투발수단이 다양해질수록 한·미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성공시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북한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개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KN-23과 화살-1·2형 순항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KN-23은 북한 영토를 가로질러 동해상의 무인도에 명중할 만큼 정밀도와 기술적 신뢰성이 높아 실질적 전투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14일 KN-23 2발을 쏘면서 “제11화력습격중대의 부대 교육을 위한 발사”라고 밝혔다. KN-23이 북한군의 한반도 전쟁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살-1·2형은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구현함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정밀 타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최근 공개한 전술핵탄두와 핵무기 지휘통제체계, 군사정찰위성이 결합하면 탐지→식별→의사결정→타격 단계로 구성된 북한군의 한반도 전쟁 수행 능력은 더욱 강화된다.
지난 3월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에서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 북한은 미국을 향해 ICBM이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전략적 억제력을, 한국과 일본에는 전술핵무기와 SRBM 등을 앞세운 전쟁 수행 능력을 각각 과시할 위험이 있다. 이는 북한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한반도 정세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핵무력 차원에서 타격 역량이 커졌고 투발수단도 다양해졌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며 “이런 무기들을 통해 대남·대미 타격 능력을 모두 보여준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쉽게 선제 타격을 결정하거나 한국 방어를 위한 증원 전력을 보내지 못하도록 과시하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