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對美·對南 정치적 수싸움 폐기… ‘핵강국’ 완성 올인 [디펜스 포커스]
김정일시대 한국·미국 압박 대상 특정
전략적인 선택·집중으로 절제된 도발
김정은 집권 뒤 핵 고도화 정책에 초점
ICBM 등 전략자산 잇따라 시험 나서
유사시 전쟁 수행능력 강화에 매달려
내부 결속 도모와 대내외에 전력 과시
북한의 움직임이 한층 도발적으로 변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위성 발사’를 주장하는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행위를 삼갔다.
북한은 한·미 연합 프리덤실드(FS) 연습(13~23일)을 앞둔 지난달 9일 남포 일대에서 근거리 전술유도탄 6발을 동시에 쐈다.
같은 달 12일에는 함경남도 홍원군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최초로 발사했다. 14일 백령도와 가까운 황해남도 장연군에서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서 KN-23 1발을 차례로 쐈다. 21~23일 핵무인수중공격정 시험을 실시했고, 22일엔 순항미사일 4발, 27일엔 KN-23 2발을 발사했다. 28일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과 핵무기 지휘통제체계 ‘핵방아쇠’를 공개했다.
이달 13일엔 평양 일대에서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을 시험발사했다. 한 달 넘게 미사일과 신무기 소식을 쏟아낸 셈이다. 이 같은 행보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공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시도도 확인됐다.
하지만 북한이 전략적 차원에서 뭘 원하는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남한을 압박해야 할 때는 서울을, 미국을 겨냥할 때는 워싱턴을 염두에 두고 긴장을 높이면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도발하는 대신 사거리 300㎞ 미만의 전술유도탄부터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ICBM에 이르는 전략무기를 모두 선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핵무력은 자력갱생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한·미 연합훈련과 맞물려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했던 국방력 강화 목표가 기술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 동시 강화
이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양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를 위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비대칭 군사력을 갖춰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억제력과 전쟁 수행 능력은 북한의 한반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축이다. 전략적 억제력은 전쟁이 터지면 치명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잠재 적국을 위협, 전쟁 발발을 막는다. 전쟁 수행 능력은 싸움에서 승리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힘이다. 이 두 가지는 상호 작용하며 국가안보를 수호한다.
북한 입장에서 억제력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무기다.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탄두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이를 운반할 투발수단이 미비하다면 핵무기 위력은 줄어든다. 투발수단이 다양해질수록 한·미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성공시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북한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IC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개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KN-23과 화살-1·2형 순항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KN-23은 북한 영토를 가로질러 동해상의 무인도에 명중할 만큼 정밀도와 기술적 신뢰성이 높아 실질적 전투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14일 KN-23 2발을 쏘면서 “제11화력습격중대의 부대 교육을 위한 발사”라고 밝혔다. KN-23이 북한군의 한반도 전쟁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살-1·2형은 지형의 특성을 이용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의 특성을 구현함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정밀 타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핵무력 차원에서 타격 역량이 커졌고 투발수단도 다양해졌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며 “이런 무기들을 통해 대남·대미 타격 능력을 모두 보여준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쉽게 선제 타격을 결정하거나 한국 방어를 위한 증원 전력을 보내지 못하도록 과시하려는 의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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