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는요?” 이재명 ‘돈봉투 의혹’ 물타기… 민주 대책은 ‘대의원제 조정’?

김현우 2023. 4. 26.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원내대표 후보 4인 토론회
홍익표 “대의원 숫자 증원 등 방안 모색”
박광온 “의총서 밤 새워 신뢰 회복 논의”
박범계 “검찰 맞서 싸우는 리더십 필요”
김두관 “이재명 무너지면 黨이 무너져”
李대표, 돈봉투 질문에 “박순자 수사는?”
당 일각, 윤관석·이성만 자진탈당 거론
송영길, 민주 서울시당에 탈당계 제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돈봉투 의혹에 시름하는 가운데, 25일 개최된 차기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대의원제 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의원을 대상으로 돈봉투가 흘러간 정황이 나온 만큼, 돈봉투 의혹 대책으로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대의원제 폐지’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쟁점이 된 대의원제

이날 열린 차기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홍익표 의원은 ‘당의 혁신 방안’ 질문을 받자 “지역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는 것을 금지한다든지, 대의원 숫자를 늘린다든지, 1인 1표제 원칙을 관철해 나가는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대의원제 조정을 돈봉투 의혹 해법으로 꺼낸 셈이다.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대의원제 투표 비율 조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경쟁자인 박광온 의원은 “원내대표가 된다면 신뢰 회복을 위한 제1호 의원총회를 열어 밤을 새워서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 방안을 만들어 국민께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당장 대책을 꺼내기보다는 끝장 토론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의미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은 “(대의원제 조정은) 정말 터무니없는 진단”이라며 “돈을 더 많이 뿌리게 될 것”이라고 25일 SBS라디오에서 반박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의회를 없애자는 격”이라며 “권리당원이 적은 영남·강원도·충청 지역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은 “돈봉투 사건이 우리 명운을 가를지, 아니면 침소봉대된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내년 총선의 암울한 그림자를 검찰이 쥐고 있다. 맞서 싸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무너지면 민주당이 무너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좌초된다”며 “이재명을 내주고 민주당을 지킨다,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주먹 쥐고 기념촬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익표·김두관·박범계·박광온 의원(왼쪽부터)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합동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윤관석·이성만 자진 탈당 요구도

송영길 전 대표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지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을 거론했다. 그는 “당사자들은 매우 억울하겠지만 통화 녹음이 이미 전파를 탔다”며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면 당에서도 선뜻 부결을 던지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정치탄압’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두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 시선이 우려스럽다는 의미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진행될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도 선제 탈당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무죄를 호소하며 당적을 유지하다 자칫 가결이라도 된다면 사실상 ‘국회에서 체포를 용인해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반면 스스로 탈당한 뒤,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밝힌다면 의원들로부터 동정표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서 탈당 의사를 밝혔던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李, 돈봉투 묻자 “박순자는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송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을 기자들로부터 받자 침묵했다. 그러다 불쑥 박순자 전 의원 수사를 꺼냈다. 물타기 의도를 띤 발언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사태를 책임져야 할 당대표로서 적절치 못한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 전 대표와의 연락 여부와 당 차원 추가 조치에 대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갑자기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라고 답한 채 자리를 떴다. 이 대표는 전날도 불쑥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은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시의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김 전 의원은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돈봉투 의혹을 앞에 두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출당조치도, 자체 진상조사도 못 하는 지도부의 무기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구나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도 사업 편의 대가로 10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1심서 징역 4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여태 당적을 유지하고 있어 지도부를 향한 비난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현우·최우석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