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교민 28명 무사 귀환… “죽다 살아나… 대사관서 목숨 걸고 탈출 도와”

구현모 2023. 4. 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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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가 살아난 느낌입니다."

이날 오후 3시55분 수단 교민 28명을 태운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수단 교민 28명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수송기와 함정, 특수전 요원 등 육·해·공 최정예 부대들이 투입된 된 작전명 '프라미스'(Promise·약속)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직접 방탄차량을 몰고 교민들 집을 돌아다니며 대사관으로 대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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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명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
기다리던 가족과 포옹하며 안도
“집 주변서 폭격” 당시 상황 전해
남궁 대사, 직접 방탄차량 몰며
교민 집 일일이 돌며 대피 시켜
김밥 먹으며 36시간 이동 끝 탈출
육해공 최정예부대 투입 첫 작전
전원 구출 ‘프라미스 작전’ 완수

“죽다가 살아난 느낌입니다.”

아프리카 수단 현지 제약공장에서 근무했다는 반용우(56)씨가 25일 취재진과 만나 밝힌 소감이다. 반씨는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가 벌어진 수단 현지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집 주변에서 총도 쏘고 폭격도 당하고 말로만 듣던 전쟁”이라며 “당시에는 구출될 수 있을지도 잘 몰랐는데, 대사관 직원분들이 총알이 날아다니는데 목숨 걸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55분 수단 교민 28명을 태운 우리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항공기 문이 열리자 교민들이 내려 공항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장시간 이동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고국 땅을 밟았다는 안도감이 엿보였다. 주수단 한국대사관 참사관인 엄마 주은혜씨와 함께 탈출하며 한 번 소리 내 울지도 못했다는 이모(6)양은 도착하자마자 흰색 곰 인형을 들고 활주로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도 공항에 나와 교민들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수단 교민 28명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수송기와 함정, 특수전 요원 등 육·해·공 최정예 부대들이 투입된 된 작전명 ‘프라미스’(Promise·약속)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떨어져 사는 교민들을 한 곳에 모으고 육로로 항구도시 포트수단까지 이동하는 전 과정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직접 방탄차량을 몰고 교민들 집을 돌아다니며 대사관으로 대피시켰다. 23일(현지시간)에는 대사관을 떠나 폐쇄된 하르툼 공항 대신 포트수단으로 이동했다. 탈출 전 미리 준비한 김밥 100줄을 나눠 먹으며 36시간을 버틴 끝에 포트수단에 대기하고 있던 우리 공군 C-130J 수송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현지 신속대응팀장을 맡은 최영한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하르툼을 떠날 때 18시간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거의 두 배가 걸렸다”며 “교전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떠날 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은 1991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탈출 작전보다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 국방부, 외교부가 총력을 기울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빈 방문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던 전용기 안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으며 교민 구출 작전을 지휘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워싱턴으로 오는 기내에서도 위성으로 용산 위기관리센터를 연결해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교민들이 안전하게 철수하도록 상황 보고를 받으며 탈출 직전까지 상황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전은 육군(707 특임대), 해군(청해부대), 공군(수송기 등)이 합동으로 투입된 최초의 작전이기도 하다. C-130J 수송기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중간 경유가 필요해 포트수단에서 제다까지 이동하는 데 사용됐고, KC-330은 전술비행은 어렵지만 경유 없이 비행할 수 있어 제다에서 한국으로 이동할 때 쓰였다.
尹, 워싱턴行 기내서 상황 지휘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수단 교민 철수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KC-330 수송기를 조종한 제261공중급유비행대대 조주영 대대장(중령)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대피시킨) 미러클 작전 때 생각을 떠올렸다”며 “교민분들을 모시고 안전하게 복귀한다는 생각에 정말 이번 작전도 너무 뿌듯하고 감격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민의 육로 이동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측의 도움이 특히 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단에서의 교전 상황이 발생한 이후 우리 정부는 UAE뿐만 아니라 프랑스 등 주요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현지 상황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했다”고 소개했다.

성남=국방부 공동취재단, 구현모·곽은산·박수찬·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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