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깎아내리기, 與는 ‘과잉보호’… “잘하기 경쟁” 외침 어디로

배민영 2023. 4. 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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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엔 여야 없다는데… 尹 방미 중 볼썽사나운 정치권
與 “무릎발언 오역” 尹 엄호했지만
WP기자, 인터뷰 원본 공개 ‘반박’
野 “대통령 안보발언 리스크” 맹공
양이원영 ‘넷플릭스 韓투자’ 오독
“해외투자할 땐가” 글 올렸다 삭제
尹 방미성과 폄훼 골몰 행태 ‘눈살’

경색 정국이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성과를 애써 깎아내리고,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을 과하게 엄호하다 헛발질하는 등 여야 모두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전용기가 미국에 착륙하길 기다렸다는 듯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와 대일 외교 성과 등을 문제 삼으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외교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는 민주당의 행보는 “잘하기 경쟁을 하자”는 이재명 대표의 기존 주장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정상회담 전날 대통령 질타한 野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아침 회의서부터 윤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직후였다. 야당은 전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을 꿇어라’라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여야 공방을 유발한 일명 ‘무릎 발언’이다. 이 발언 말미 ‘받아들일 수 없다’의 주어를 민주당은 윤 대통령 자신, 여당은 일본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일본 총리의 말인 줄 착각하고도 남을 만큼 매우 무책임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을 드러냈다”고 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반대로 착각해 질타를 쏟아냈다가 철회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첫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로부터 한국 콘텐츠에 대한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를 약속받았다. 그런데 양이 의원은 “지금이 해외에 투자할 때인가? 투자를 끌어와야 할 때 아닌가?”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윤 대통령 개인 투자가 아니라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인가?”, “생각 없이 퍼주기 할까 봐 불안 불안하다”고도 했다. 양이 의원은 뒤늦게 해당 글을 내렸지만, 새 글에서 또다시 “이미 결정된 투자 건으로 넷플릭스와 사진 찍으러 간 건가”라며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與는 ‘오역’ 주장했다 ‘머쓱’

국민의힘은 국빈 방미 중인 윤 대통령을 엄호하며 각종 논란 차단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사고 칠까 걱정이다’라는 등 극단에 있는 유튜버들이나 할 막말들이 민주당 공식 회의에 등장했다”며 “남의 나라 국기에 경례한다는 가짜뉴스를 다시 끄집어내고 전쟁 날까 두렵다는 터무니없는 공포 마케팅까지 펼쳤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WP 인터뷰 발언도 비호했다. 윤 원내대표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일본 의회 연설에서 비슷한 기조의 말을 했다”며 “국가안보가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개선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취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무릎 발언’과 관련, 국민의힘의 WP 인터뷰 오역 가능성 주장은 WP 기자가 인터뷰 당시 녹취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힘을 잃었다. WP 도쿄·서울지국장인 한국계 미셸 예희 리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번역 오류의 문제와 관련하여 인터뷰 녹음본을 다시 확인해 봤다”며 “여기에 정확한 워딩이 있다”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리 기자가 첨부한 윤 대통령 발언 녹취록에는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대통령의 해외 일정 중 국내 정치권의 공방은 결과적으로 자국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채진원 교수는 “미국은 국내정치에선 싸우더라도 대외정치에 있어선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려 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위기상황에선 초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채 교수는 “해야 할 지적이어도 대통령이 귀국한 뒤 하는 인내심이 요구된다”고 했다.

배민영·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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