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에 연봉 인상률도 영향… TSMC는 ‘반토막’, 삼성전자는 노조 반대로 협상 결렬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 후 속도 조절
“반도체 재고조정 예상보다 길어져”
삼성전자 사측은 4.1% 제시… 노조는 반대
SK하이닉스, 연봉 협상 시작 단계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작년의 절반 수준인 최대 5%로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업황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작년보다 연봉 인상률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대만 경제일보와 연합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올해 연봉 인상률을 3~5%로 확정해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2021년 반도체 호황을 누리며 지난해 TSMC의 연봉 인상률은 10%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올해 TSMC의 임금 인상 폭도 크게 줄었다.
TSMC 측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예년 평균 수준인 3~5%로 복귀했으며, 직원별 임금 인상 폭은 성과와 직급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며 “TSMC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지속 제공하고 경영 성과를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 2년간 두자릿수 임금 인상률… 업황 둔화에 ‘브레이크’
TSMC의 임금 인상률이 반토막 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일부 직원은 회사가 설비투자 규모는 유지하면서 임금 인상 폭을 낮춰 비용 절감에 나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앞서 TSMC는 지난 20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업황 악화에도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작년(362억9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인 320억~360억달러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SMC는 지난 2년 연속 약 80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하고 두자릿수 인상률을 이어가면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TSM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29% 증가한 317만5000대만달러(약 1억3855만원)였다. 삼성전자(1억3500만원)와 SK하이닉스(1억3385만원)의 작년 평균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간 TSMC는 “회사의 직원 급여 정책은 업계 평균 이상의 급여와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올해 매출이 2015년 이후 처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임금 인상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재고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재고 조정이 앞선 예측보다 길어져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2분기 적자 예상 삼성전자, 4.1% 제시에 노조 반기
올 2분기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삼성전자도 작년보다 절반 이상 낮아진 연봉 인상률을 책정했으나, 노조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평균 임금을 4.1%(기본 인상률 2%·성과 인상률 2.1%) 올리고자 했지만,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21일 사측과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 행위 준비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9%(기본 인상률 5%·성과 인상률 4%)였다. 삼성전자노조는 올해 임금을 최소 6% 이상 올리거나 일시금을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이 악화했으므로 작년보다 인상률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5.8% 감소한 6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손실이 4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 2분기엔 전사 실적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적자는 15년 전인 2008년 4분기(-9400억원)가 마지막이다.
올 1분기 4조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는 조만간 노조와 임금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통상 7월쯤 임금 협상이 완료되는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노조의 임금교섭을 위한 상견례 요청에 따라 교섭 일정을 잡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와 기술사무직노조는 연봉을 전년 대비 5.5% 올리고 추가로 월 10만원의 기준급을 정액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7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임금 인상률 역시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플레이션(임금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2~3년간 IT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려왔으나, 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올해부터는 임금 인상 속도가 최근 몇년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이 경쟁 회사들의 연봉 등을 맞춰 임금 인상률을 조정하기 때문에 올해 반도체 회사들의 총연봉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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