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능선 '은마아파트' 재건축 또 삐걱대나…조합 설립 앞두고 '내분'

4424가구 소유주 여러 파벌로…26일 은소협 공개토론
추진위-소유주·상가와 갈등…7월 조합 설립 어려울 듯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의 모습. 2022.1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서울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조합 설립을 앞두고 내분이 일고 있다. 20년 만에 7부 능선을 넘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낼지, 다시 표류할지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마소유주협의회는 이날 오후 7시 은마상가 A동에서 공개토론 겸 주민 설명회를 연다. 재건축 분담금은 얼마가 되는지, 상가 소유주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앞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말부터 동의서 징구 절차에 들어갔다. 20년간 제자리 걸음이던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경관 심의안을 수정 가결했고, 올해 2월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했다. 이 단지가 재건축을 처음 추진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추진위 계획대로 7월까지 조합 설립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오는 28일 마감일까지 전체 동의율 75% 이상에 각 동마다 50%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현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은마아파트 4424가구 소유자들이 여러 파벌로 갈라져 있어서다. 조합 설립 추진 과정에서 추진위의 정비구역안에 대해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 등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현재 은마아파트 4424가구 중 약 2700가구에 해당하는 31평(전용 76㎡) 소유주들의 불만이 크다. 추진위의 정비안에는 31평이 제외돼 재건축할 경우 전용 59㎡나 84㎡를 배정받아야 해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은소협에서는 현재 조합 설립 동의율이 3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반면 추진위에서는 아파트 소유주 동의율은 이미 75%에 육박했다고 자신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해 주민 의견을 듣고 향후 31평도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정비안을 변경하려면 조합부터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가 소유주의 동의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등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가 소유주들은 기존 위치를 그대로 고수하고 싶어하는 반면 정비안에는 소규모 상가 7개로 쪼갠다는 계획이 담겨 있어 일반 상가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가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는 불만도 일부 소유주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근 추진위가 전체문자를 통해 "아파트 소유주는 28일까지 '조합설립동의서' 제출을 완료해야 한다. 법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는 중요한 서류로, '조합원'의 지위는 수억원의 가치가 있고 '조합원이 아닌 자'는 조합에서 일절 배제되며, 조합이 싸워야 할 대상"이라고 안내했다가 강남구청으로부터 지도 공문을 받기도 했다.

강남구는 "은마아파트 동의 요건 충족과 창립총회 실시 전 단계로 특정 날짜를 적시하고 동의서 징구를 마감한다는 추진위의 안내문자는 타당하지 않다"며 "토지 등 소유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문자 발송을 하지 않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은소협이 주최하는 이날 공개 토론회에도 최정희 추진위원장은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 추진위와 소유자 단체의 이견차가 지속되면서 재건축조합 설립이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동의율 75%를 충족해 구청의 조합설립 인가가 나더라도 소유주들이 창립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추진위와 소유주 단체의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조합장 선거에도 잡음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49층 이상의 높이로 변경하기 위한 정비계획 변경 절차는 조합 설립 이후에야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문턱을 넘은 정비계획에 따르면 최고 35층이 가능한데 여의도, 잠실 등 50층 이상의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은마아파트도 49층 이상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할 방침이다.

앞서 추진위는 전체문자를 통해 "오 시장의 남은 임기 3년 내에 모든 인허가 절차를 끝내고 이주를 시작해야만 10년 내 재건축이 가능하다"며 "오 시장의 임기를 놓치면 은마는 또 10년, 20년 하세월을 보내게 된다"고 소유주를 독려하기도 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