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바이오산업의 게임 체인저…난치병 치료의 희망"
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인 '엑소좀'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부 미용 기술로 알려져 있다.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으로 다른 세포에 자극을 주면 콜라겐을 더 만들거나 조직 재생을 촉진시켜 피부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대표적인 스킨 부스터 시술 중 하나로 꼽힌다. 스킨 부스터는 주사제나 화장품 등을 통해 잔주름, 탄력, 건조함, 트러블 등으로부터 피부를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엑소좀은 스킨 부스터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피부 미용 분야의 활용은 엑소좀으로 할 수 있는 일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엑소좀은 과거에는 세포 대사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정도로 여겼지만, 연구를 통해 세포를 드나들며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난치성 질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이 같은 잠재력에 글로벌 제약회사뿐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엑소좀 기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의 '글로벌 엑소좀 시장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세계 엑소좀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0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37.75%의 연평균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시프트바이오도 엑소좀 기술에 있어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돕는 플랫폼 '코리아 콘퍼런스'가 시프트바이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로스앤젤레스의 병원과 현지 투자자 연결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26~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3 키플랫폼'은 이원용 시프트바이오 대표를 만나 엑소좀 기술의 미래와 한국 바이오 시장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엑소좀은 백신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엑소좀이 백신 기술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 수 있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mRNA 백신이 주목을 받았다. 유전자 탑재 백신으로 기존 단백질 백신보다 개발과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mRNA 자체는 약물 치료제로서 유망하지만 현재 이를 전달하기 위해 보통 인위적인 나노입자를 활용한다. 인위적인 나노입자, 즉 LNP(지질 나노 입자)를 활용하는 경우 세포 내 전달효율이 0.1%로 알려졌다. 반면 엑소좀의 세포 내 전달 효율은 약 30%로 밝혀지고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수 백 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백신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며, 안전성과 부작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백신에 엑소좀이 활용된다면 백신 시장에서도 엑소좀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엑소좀 치료제의 예상되는 부작용과 기술 연구 개발 과정에서의 풀어야 할 과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
▶엑소좀의 경우 수혈의 역사가 부작용이 없음을 증명한다. 수혈 시 타인의 혈액에 있는 수 십 조개의 엑소좀이 수혈받는 환자에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엑소좀 관련 부작용에 대해 보고된 바가 없다. 세포와 달리 세포의 아바타 격인 엑소좀은 면역원성, 즉 다른 사람의 엑소좀이 주입돼도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 강점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CMC(Chemical·Manufacturing·Control, 의약품 품질 관리) 부분이다. 이미 글로벌 기준으로 엑소좀 관련 임상이 200개 가까이 진행 중이며, FDA(미국 식품의약국) 기준으로는 70~80개 정도다. 이미 나노 단위 의약품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만큼 CMC 관련 장벽은 많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적절한 품질 항목 규정과 완성된 의약품의 운송·보관에 대한 연구가 더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프트바이오가 엑소좀 기술을 활용해 급성 장기 부전 치료제 개발에 먼저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환자들이 체내 장기에 이상이 생기면서 병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결국 사망에 이른다. 급성 발병은 질병이 없던 젊은이나 어린이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며, 수일 내에 사망할 수 있다. 보고된 사망률이 5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인자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엑소좀의 특성을 활용하면 급성 질환에도 상당히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동물 모델에서도 급성 장기 부전 질환에 상당히 효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전략적으로도 기존 치료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언멧니즈(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 급성 장기 부전을 첫 대상으로 선택했다. 엑소좀 치료제를 통해 급성 장기 부전 환자들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진단 등 특정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점차 의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머지않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 기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의대 열풍이 더 거세졌다. 많은 인재들이 의대를 진학함에도 의과학과 바이오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 같다. 국내 의과학 생태계를 어떻게 진단하나?
▶최근 몇 년 동안 의과학 분야에서의 인재 양성과 사업화 부문의 많은 긍정적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지금 의대 학생들은 실험 결과를 환자들에게 어떻게 적용할지, 그리고 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언멧니즈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의학과 과학의 다리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 각 의대와 정부도 이러한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따라서 앞으로 더 좋은 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결국 환자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의사들이 가장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해결 과정에서 훌륭한 의과학자들과 바이오 기업들이 배출될 것이다.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
▶80~90년대 한국 의약품 시장은 복제약 생산과 유통이 주를 이루며 성장했다.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그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제약사들은 많은 경험과 신뢰를 쌓아왔으며, 더욱이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기술들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검증되고 있다. 더 큰 성과를 위해 정부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더 많은 연구개발 지원, 인력양성, 제도 개선에 힘써 주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반도체와 정보통신 등 디지털 기술에서는 앞서 나간다. 바이오 기술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
▶한국이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진단과 생산 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디지털 기술은 바이오 기술과 결합해 대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가 유망한 후보물질 도출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융합 연구와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신약개발 회사들이 의약품 개발에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시프트바이오도 기술의 검증과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쟁 업체 대비 시프트바이오의 강점은 무엇인가?
▶국내외에서 시프트바이오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높은 확장성이다. R&D(연구개발) 업무는 한국에서 진행하지만, 공정 개발, 대량생산, 특허 등과 같은 다른 요소들은 해외 업체와 공동 연구, 전략적 파트너십, 자문 계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응한다. 이 점이 시프트바이오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또 시프트바이오는 플랫폼 기반 바이오 기업으로 단일 질병에 대한 의약품 개발이 아닌 여러 질병을 대상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급성 장기 부전 의약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는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플랫폼 기술 기반으로 전이성 암, 섬유증 등 다양한 치료제로의 확장성이 무한하다. 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프트바이오를 주목한다고 생각한다.
-시프트 바이오의 향후 계획과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현재 바이오 시장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높은 가능성과 성장을 보여 준다. 이렇게 태동하는 세포 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시프트바이오는 세포 치료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엑소좀 기반 플랫폼 기술을 상용화해 세포 유전자 치료제 시장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 또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며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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