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량 보고받은 尹의 한마디…교민구출 '약속' 막전막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 내 우리 교민 대피를 위해 투입된 공군 수송기가 25일 수단 교민 28명 전원을 태우고 국내에 무사 귀환했다. '태극기 휘날리는 곳', 주수단 한국대사관을 집결지로 삼아 1170㎞를 33시간에 걸쳐 육로로 이동하고 수송기를 두 번 갈아타며 이날 교민들이 집에 돌아오기까지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공조를 제안하는 등 정부가 교민 구출 해법을 전방위적으로 모색했던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우리 군은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해 특수부대와 함께 전술기동이 가능한 C-130J 수송기까지 동원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상상황에서 한일간 교민 철수를 공조하자"라고 제안했다. 하야시 대신은 "현지 대사관에 지시하겠다"고 화답했으며 출발 당일인 23일 새벽 일본 측에서 "우리 외교관, 교민 7명, 한국과 함께 비상철수팀에 조인 (join) 하겠다"고 알려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 측은 UAE(아랍에미리트)에 협조를 받아 일본 교민들을 포함한 구출 작전을 벌였다. 일본 교민들이 일본 자위대 수송기를 타고 본국에 귀환한 배경에 윤 대통령과 박 장관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어려울 때 손을 내민 한국의 도움에 하야시 대신 뿐 아니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한국 측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평소 친분이 있는셰이크 압둘라 UAE 외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우리 교민들과 외교관 긴급대피를 위한 안전지원 협조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교민 후송 버스를 차량으로 에스코트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으로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너의 국민이 우리의 국민이다(Your people are our people)"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어려울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이번 후송 작전은 특수부대가 투입된 가운데 급박하게 돌아갔다. 귀국한 교민 김현욱씨(32)는 "아침부터 굉장히 큰 교전이 저희 집 앞에서 벌어졌다"며 "그당시에는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 긴급히 대사관에 연락드렸고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다"고 했다.
급박한 철수 작전에서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직접 한밤중과 새벽에 공관의 방탄차량을 타고 시내를 다니면서 교민을 구출했다. 대사관은 교민들의 반려견과 반려묘까지 챙겼다.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제39진에 배속돼 있는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은 "언제든 총알이 빗발칠거라 생각했고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라며 "긴박하게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우리 국민을 완전하게 모국 대한민국으로 모실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서울공항에서 작전부대 요원들을 맞이하며 "프라미스 작전은 단어의 의미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 한 사람 생명과 안전 책임지겠다고 하는 약속을 지켰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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