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량 보고받은 尹의 한마디…교민구출 '약속' 막전막후

김지훈 기자, 국방부 공동취재단 2023. 4. 2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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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수단 교민에게 제공된 비상식량인 김밥을 만드는 현장.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 내 우리 교민 대피를 위해 투입된 공군 수송기가 25일 수단 교민 28명 전원을 태우고 국내에 무사 귀환했다. '태극기 휘날리는 곳', 주수단 한국대사관을 집결지로 삼아 1170㎞를 33시간에 걸쳐 육로로 이동하고 수송기를 두 번 갈아타며 이날 교민들이 집에 돌아오기까지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한일 공조를 제안하는 등 정부가 교민 구출 해법을 전방위적으로 모색했던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우리 군은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해 특수부대와 함께 전술기동이 가능한 C-130J 수송기까지 동원했다.

UAE "Your people are our people"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박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대신에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상상황에서 한일간 교민 철수를 공조하자"라고 제안했다. 하야시 대신은 "현지 대사관에 지시하겠다"고 화답했으며 출발 당일인 23일 새벽 일본 측에서 "우리 외교관, 교민 7명, 한국과 함께 비상철수팀에 조인 (join) 하겠다"고 알려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 측은 UAE(아랍에미리트)에 협조를 받아 일본 교민들을 포함한 구출 작전을 벌였다. 일본 교민들이 일본 자위대 수송기를 타고 본국에 귀환한 배경에 윤 대통령과 박 장관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어려울 때 손을 내민 한국의 도움에 하야시 대신 뿐 아니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까지 한국 측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 장관은 평소 친분이 있는셰이크 압둘라 UAE 외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우리 교민들과 외교관 긴급대피를 위한 안전지원 협조를 요청했다. 박 장관은 교민 후송 버스를 차량으로 에스코트한 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으로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너의 국민이 우리의 국민이다(Your people are our people)"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어려울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했다.

이번 후송 작전은 특수부대가 투입된 가운데 급박하게 돌아갔다. 귀국한 교민 김현욱씨(32)는 "아침부터 굉장히 큰 교전이 저희 집 앞에서 벌어졌다"며 "그당시에는 군인들이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두려운 상황이었다. 긴급히 대사관에 연락드렸고 안전하게 구출될 수 있었다"고 했다.

방탄차 앞좌석 탄 대사에 아이스박스까지…긴박했던 '약속' 작전 숨겨진 이야기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1일 저녁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작전 과정에서 박 장관이 윤 대통령과 함께 교민의 비상식품 상태까지 세심하게 챙겼던 일화도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박 장관으로부터 철수 대책과 현장 상황을 보고 받고 "날이 더워 김밥이 상할텐데"라며 교민 먹거리까지 살피자 박 장관은 대책팀에 "아이스박스를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급박한 철수 작전에서 남궁환 주수단 대사는 직접 한밤중과 새벽에 공관의 방탄차량을 타고 시내를 다니면서 교민을 구출했다. 대사관은 교민들의 반려견과 반려묘까지 챙겼다.

우리 대사관 직원들은 며칠간 밤잠을 설치면서 카르툼 시내 반경 16km 이내에 도처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던 교민들을 시내중심에 있는 대사관으로 수차례에 걸쳐 집결시켰다. 시내 교민집결을 위해 밤낮으로 운전을 하며 위험지역 반군초소를 통과하는데 도움을 준 현지 행정직원은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든 총알 빗발…국민 모실 수 있게 돼 기쁘다"

(성남=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은 수단의 교민을 구출하기 위해 육·해·공군도 투입했다. 우리 정부는 교민들의 안전한 대피·철수를 돕기 위해 KC-330 외에도 공군의 C-130J '슈퍼허큘리스' 수송기와 육·공군 특수부대 병력을 급파했다. 포트수단에서 제다로 이동하는 과정에 C-130J가 동원됐다.원래 우리 정부는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지부티 내 미군기지를 거쳐 교민들을 대피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르툼 공항 폐쇄 등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교민들이 일단 육로로 하르툼에서 800여㎞ 떨어져 있는 포트수단으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홍해 건너 제다를 거쳐 귀국하는 경로를 택했다.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제39진에 배속돼 있는 해군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향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은 "언제든 총알이 빗발칠거라 생각했고 항상 대비하고 있었다"라며 "긴박하게 시작된 작전이었지만 우리 국민을 완전하게 모국 대한민국으로 모실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서울공항에서 작전부대 요원들을 맞이하며 "프라미스 작전은 단어의 의미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 정부가 국민 한 사람 생명과 안전 책임지겠다고 하는 약속을 지켰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여러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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