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지 않고 치료한다" 디지털 치료제 '열기' [분석]

김성화 2023. 4. 26.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조원 시장 선점 위해 국내 기업들 앞다퉈 뛰어들어
한독, 웰트와 협업한 불면증 치료제 확증임상 완료
한미·동화약품 등 디지털 치료제 기업 투자로 참여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개발…뉴냅스·솔티드도 동참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에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며 약을 먹어야만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2025년 글로벌 기준 약 10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열리며 국내 제약사 등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협업한 불면증 치료제 'WELT-I'의 확증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독은 웰트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협업을 위해 2021년 30억원을 투자했다.

한독과 웰트가 협업해 개발한 불면증 치료제 'WELT-I' 이미지. [사진=한독]

디지털 치료제란 기존의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질병 예방, 관리, 치료하는 목적의 디지털기기로 정의한다. 업계에서는 1세대 치료제인 알약이나 캡슐, 2세대 치료제인 항체·단백질·세포 등 생물제제에 이은 제3세대 치료제로 주목하고 있다. 식약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디지털 의료기기)를 전기·자기장·열 등 물리적 자극의 하드웨어 기반 '의료기기'와 구분하고 있다.

한독과 웰트 간 협업은 디지털 치료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로 해결하던 불면증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치료하는데, 상용화를 위해 임삼시험을 거친 후 식약처로부터 디지털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한독 외에도 투자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 사업에 손을 뻗치는 전통 제약사들이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디지털 치료기기 전문기업 디지털팜에 KT와 함께 합작투자를 단행하며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 관련 디지털 치료제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분야 전자약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화약품도 지난해 말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하이의 주력 제품인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를 포함해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국내 판매권 우선 협상권을 갖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시판되거나 개발 중인 디지털 치료제는 다양하지만, 행동중재를 통해 치료 효과가 큰 분야에서 주로 개발되고 있다"며 "만성질환과 신경정신과 질환 분야 제품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전 세계 첫 디지털 치료제 허가 제품인 미국 페어테라퓨틱스의 '리셋'은 약물중독 치료, 올해 2월 우리나라 1호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는 불면증 치료를 위한 행동중재를 목적으로 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전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와이어드'. [사진=SK바이오팜]

그렇다고 모두가 행동중재를 통한 치료 효과에만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니다. SK바이오팜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젝트 '제로(ZERO)'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로 프로젝트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완전소실을 목표로 한다. 5가지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뇌파∙심전도∙움직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약을 복용하도록 유도해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예방하도록 한다. 현재 SK바이오팜은 5종의 디바이스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뉴냅스의 '뉴냅 비전'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뇌 손상 후 시야장애를 디지털 의료기기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뉴냅비전은 시야가 가려진 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시지각학습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반복적인 자극을 전달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세포의 연결을 강화한다. 뉴냅스는 두 차례의 탐색임상시험을 통해 시야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1기로 설립된 '솔티드'는 진단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솔티드가 개발한 디지털 인솔(insole)은 보행 행태를 분석해 발병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디지털 인솔은 보행장애와 만성 발목 불안정성 등 착용 부위와 직접 관련 있는 적응증부터 파킨슨 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근육감소증 등 간접 측정 가능한 적응증까지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정신건강과 관련된 디지털 치료제의 승인 조건을 일부 완화해 전통적인 규제 패러다임이 디지털 치료제와 맞지 않음을 인정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규제 이슈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진출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인허가 후 의료보험 수가 등 각종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