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5% 할인"…수백만원 예물 사려던 예비부부도 당했다

인터넷 쇼핑몰 A사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최소 5.4%에서 최대 5.6%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다./사진=A사 홈페이지 캡처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뒤 수령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총피해액은 1억원 규모다.

2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터넷 쇼핑몰 A사는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상품권을 최소 5.4%에서 최대 5.6%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했다. 상품권 구매자에게는 결제 하루 뒤 등기우편으로 상품권을 받아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품권을 수령하지 못한 구매자들이 많다. 주문 내역과 이체 확인증 등을 인증해야 들어갈 수 있는 피해자들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25명이 모여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총 피해액은 1억원에 이른다. B씨는 결혼을 앞두고 예물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 12일 A사에서 상품권 520여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카카오톡 상단에 노출된 "백화점 상품권 ~6% 할인전, 창사 13주년 기념 'A사'" 광고 배너를 통해 해당 사이트를 알게 됐다.

상품권 구매 전 B씨는 홈페이지에 안내된 A사 카카오톡 상담 채널을 통해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B씨는 "큰 금액을 구매하려다 보니 걱정돼 판매자와 미리 연락했다. 판매자가 오후 2시 전 입금하면 당일 발송 처리된다고 안내했다"며 "입금한 날 오후 5시가 지나 등기번호를 확인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어 문의했더니 주문량이 많아 하루 뒤 배송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홈페이지에는 배송은 지연될 수 있지만 환불을 원할 경우 즉시 환불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후 B씨는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상담 채널, 대표 번호를 통해 전액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다 지난 17일 약 12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A사는 지난 19일까지 나머지 돈을 환불해주겠다고 했으나 B씨는 아직 남은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C씨 역시 지난 12일 네이버 상단 배너 광고창에 있던 A사 사이트를 통해 50만원짜리 백화점상품권 12장을 구매했다. A사에서 지난 14일 상품권이 발송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등기번호는 조회되지 않았다. C씨는 "홈페이지에 후기글이 여럿 있었고 네이버라는 큰 회사에서 광고하기에 믿고 구매했는데 아직 상품권도 환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경기용인동부서, 경기시흥서, 서울광진서, 서울서초서, 충북이천서, 경기화성동탄서, 부산사상서, 대구수성서 등에 신고를 접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영장을 발부받아 명의자를 특정한 상태"라며 "수사 절차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사는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무실을 이전하고 법인 이름을 변경해 25일부터 영업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공지했으나 25일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법인 등기부등본상 법인명은 변경됐지만 대표자는 2000년생 이모씨로 이전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머니투데이는 A사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태가 2021년 8월 '환불 대란'을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머지포인트 운영사는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는데도 이를 숨기고 소비자 63만명에게 총 2663억원 상당의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다. 운영사 측은 할인 금액 차감 후 90%를 환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대표 권모씨는 지난해 11월 사기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