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 온 '서울 유학생들'…매년 4천명 방문하는 순천 '이곳'[지방소멸은 없다]
농촌유학 지원사업 통해 최장 2년간 순천에 머물기도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공수!"
매일 오후 7시,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자리한 낙안산천유학센터의 한문교실은 유학생들의 '공수' 인사로 시작한다. 공수는 배꼽에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하는 자세를 말한다.
10명 남짓 모인 유학생들은 한문교재인 사자소학과 학어집을 책상에 올려놓고 단상에 있는 훈장의 수업에 집중한다.
검은 감투와 하얀 생활 한복, 콧수염은 마치 조선시대 선비를 연상케하는 김대중 훈장(55)이 눈에 띈다.
365일 같은 복장으로 28년째 학생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교육하는 그는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는 게 가장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김 훈장의 그런 마음을 학생들도 알아줬을까.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농촌유학생활에 대한 만족감으로 보였다.
이곳에서는 한문교실 이외에도 캘리그라피, 전통놀이체험, 화단가꾸기, 텃밭체험, 동물농장체험 등 20개가 넘는 농촌생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광주·전남 유일 전통예절학교인 순천 이화서당에서는 아이들에게 인성, 예절, 한문, 전통놀이를 가르친다.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교육의 요람이다.
매년 3000~4000명의 참가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화서당은 지난 2021년 정부 농촌유학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현재 '낙안산천유학센터'로도 운영 중이다.
현재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 유학생은 총 10명. 대부분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4·5·6학년)이다. 이들은 모두 서울에서 내려온 '서울 유학생'이다.
도심을 벗어나 농촌에서 생활하며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우고 인성·예절교육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배워가고 있다.
김대중 순천낙안산천센터장은 "유학센터는 농촌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과 오감으로 즐기는 체험활동을 통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활은 '본인 일은 본인이 스스로'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매일 오전 7시 기상과 동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농촌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20분간 산책을 한 뒤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8시 정각이 되면 인근 낙안초에서 스쿨버스가 도착해 유학생들의 등교를 도운다.
오후 5시에 유학센터로 복귀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식사를 한 뒤 한문교실, 독서활동 및 학교 수업 예습·복습을 반복하는 일과다.
서울에 있는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시간은 '부모님과 통화' 시간이다.
일과를 마무리하고 오후 8시50분부터 9시30분까지 40분간 부모와 통화하며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 잠자리에 든다.
유학센터는 정부가 추진 중인 농촌유학지원사업 공모에 지난 2021년 첫 선정돼 올해 3년째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센터형, 농가형(홈스테이), 가족체류형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순천 유학센터의 경우는 센터형과 가족체류형 2가지로, 서울 유학생들은 기존 이화서당으로 전입해 농촌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2021년 8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현재까지 15명 이상이 순천 낙안센터를 찾았거나 거쳐갔다.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생활을 이어갔다.
유학센터는 전국적인 학생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우려로 인한 농촌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며 인구 유입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 농촌유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의 업무협약을 통해 도농교류 확대와 소규모 학교 활성화 및 귀농·귀촌을 유도하고 있다.
김대중 센터장은 "비록 적은 인원일지라도 천혜의 자연환경과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에 유학마을이 조성돼 보다 많은 유학생들이 유입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이화서당 시설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학센터 기숙사 즉 '서울 유학생 전용 기숙사'가 설치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시골마을이다보니 체육시설과 야외화장실 등도 열악한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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