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담배였나?···美 “담배업체 BAT, 대북제재 위반 8400여억원 벌금”

“단일 건으로 미 법무부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 대북 제재 벌금”

미국 정부가 25일(현지시간) BAT 대북제재 위반 사실에 대해 브리핑을 하면서 북한 담배 사업에 관여한 북한 은행가 심현섭(39) 등에 대한 기소 내용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담배 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를 위반한 이유로 수천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2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담배 제품 제조사인 BAT와 자회사 BAT 마케팅 싱가포르(BATMS)가 대북 제재 위반과 관련해 6억2900만달러(약 8411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BAT 측이 싱가포르에 있는 제3자 기업을 통해 북한과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의 금융 사기 관련 조항과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미국 당국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매슈 올슨 국가안보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법무부 역사상 단일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 벌금이며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한 최신 경고”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2007년 북한 담배 판매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는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도 2017년까지 자회사가 관리하는 제3자 회사를 이용해 북한에서 사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법을 어겼다. 올슨 차관보는 “이 제3자 회사는 북한에 담배 제품을 판매해 약 4억2800만달러(약 5744억원)를 받았고, 이 돈은 BAT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재무부도 이날 BAT가 제재 위반과 금융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5억800만 달러 상당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BAT는 2009~2016년까지 7년 동안 미국 금융 기관을 통해 북한 합작 회사에 2억5000만달러 이상의 수익금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 재무부는 BAT가 북한 금융기관과 직접 거래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광범위한 거래를 실행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잭 볼스 BAT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 당국에 지불해야 하는 총금액은 6억3천524만1천338달러에 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북한에 담배를 판매하는 사업을 공모한 북한 은행가 심현섭과 중국인 조력자 친궈밍, 한린린 등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북한 군이 소유한 국영 담배 제조회사를 위해 잎담배를 구매하는 계획에 관여하고 문서를 위조해 미국 은행을 속이는 수법으로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북한 군이 소유한 담배 제조회사는 약 7억달러(약 9394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미 당국은 전했다. 미 법무부는 위조 담배를 포함한 담배 밀매가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상당한 수익 기반을 만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북한으로의 담뱃잎과 담배 수출을 금지하는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좌절됐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